부추연 > 자유게시판 > 중국 가서 뺌 맞고 한국에 분풀이 하는 김정일

중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지 사흘만인 어제(30일) 김정일은 한국 정부와 상종하지 않고 동해의 군 통신선을 차단하며 금강산 지구 통신연락소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국방위는 이날 발표한 대변인 성명에서 “이명박 패당의 반공화국 대결책동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거족적인 전면공세에 진입할 것이고, 우리 군대와 인민의 전면공세는 무자비한 공세가 될 것”이라는 대남 위협도 서슴지 않았다.

성명은 또 "전제조건 없이 폭넓은 대화와 협상으로 화해와 협력, 평화와 통일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자는 우리의 아량 있는 제안에 악담질을 하면서 시간을 끌면 저들이 바라는 ´급변사태´가 올 것처럼 내외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이번 성명은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일단 주목된다. 그러나 상황이 불리하면 대화를 제의하고 유리하면 무력을 동원하여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위협하는 화전양면 전술에 다름 아니다.

우선 한국 정부와의 불상종만 해도 그렇다. 북한은 지난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줄곧 이명박 정부와는 ‘상종하지 않겠다’는 자세로 일관해왔다. 그러면서 대남 비방을 계속하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을 ‘역적’이니 ‘패당’이니 ‘불한당’이니 하며 온갖 욕설을 퍼부어댔다.

그러다가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특사 조문단 청와대 예방 사실을 보도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처음으로 ‘대통령’이란 호칭을 썼다. 북한 측 조문단이 청와대를 방문하던 그 무렵에도 “이명박 패당의 반인민적 악정” 운운하며 대남 비방을 계속했던 그들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이 대통령의 호칭을 ‘역도’에서 ‘대통령’으로 바꿨다.

그때 정세를 보면 북한이 왜 그렇게 표변하고 나왔는지를 대번에 알 수 있다. 당시 유엔은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결의 1874호를 채택했다. 그리고 국제사회는 이를 강력히 이행하고 나섰다. 특히 미국은 대북 금융제재 고삐를 바짝 죄었다. 그러자 북한은 전형적 화전양면작전 중 화(和)의 전략으로 나왔다.

북한이 이번 성명에서 밝힌 동해 군 통신선 차단과 금강산 지구 통신연락소 폐쇄 위협도 상징적인 제스처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남북한 간에는 동해 말고 서해에도 군 통신선이 연결돼 있어서 통지문을 주고받는 채널로 이용하고 있다. 북한은 이번에 개성공단 등 출입을 담당하는 서해지구 통신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동해 군 통신선 차단과 금강산 통신연락소 폐쇄가 곧 군사 당국 간 소통에 영향을 줄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북측이 이렇게 나온 저의는 남측의 태도변화를 요구하면서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남측을 다시 한 번 압박하려는 술책임이 분명하다.

다음으로 "전제조건 없이 폭넓은 대화와 협상으로 화해와 협력, 평화와 통일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자는 우리(북측)의 아량 있는 제안“을 들먹이며 남북대화 단절책임을 남측에다 전가시키고 있는 저의도 그 속내는 뻔하다.

북한은 금년 정초부터 정부-정당-사회단체 연합성명을 시작으로 ‘조건 없는 당국 간 대화’를 남쪽에 제의해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에 대한 ‘선 사과 후 대화’ 원칙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한중일 3개국이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간 비핵화 회담부터 시작하여 북미대화와 6자회담으로 간다’는 <3단계안>에 이해를 같이하자 심사가 뒤틀린 북한이다.

김정일은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서 많은 것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6자회담 재개의 중국 측 지원이다. 김정일은 이번 중국 방문 때 ´조속한 6자회담 재개´를 주장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중국은 김정일에게 6자회담 얘기는 별로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6일 중국 신화통신은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중국 측은 북한 측이 한반도 정세 완화와 외부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음을 높이 평가"하면서 "관계국들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6자회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중국 측이 김정일에게 6자회담 예기는 꺼내지도 않은 채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선 남북관계 개선, 후 6자회담 재개´ 입장을 보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김정일은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하여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충분한 지지 입장을 얻어내지 못한 꼴로 됐다. 그러자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는 식으로 북한은 대남 강경 발언을 통해 중국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화전양면전략은 대남 기본전략이다. 북한은 남측으로부터 돈과 물자를 갈취해가기 위해 그 동안 화전 양면전술을 구사해왔다. 한편으로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각종 행태의 도발을 감행하고 그 도발의 강도를 높여가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대화를 하자고 거듭 주장해왔다. 이번 성명도 그동안 남북관계에서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대화와 압박을 병행해온 화전양면전술의 일환에 지나지 않는다.

국제사회를 향해 남북대화 의지를 과시함으로써 6자회담과 북미 직접대화의 길을 열고, 한편으로 한미 공조에 균열을 유도하려는 속셈이다. 남북대화의 진전 없이는 6자회담의 재개가 어렵다는 데 국제사회가 공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자신들은 대화하려 하고 있으나 대한민국이 거부하고 있다는 명분을 쌓으려는 것이다.

원래 ‘상종하지 않겠다’는 말 뒤에는 ‘상종하고 싶다’는 의미가 강하게 함축돼 있는 법이다. 그렇게 놓고 볼 때 북한은 지금 남쪽과 대화의 길을 트고 많은 지원을 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그러나 체면과 명분으로 살아가는 그들인지라 그것을 대놓고 말할 수는 없고 돌려서 남쪽을 위협하고 나왔다. 북한의 ‘불상종’ 주장은 남쪽과 상종하고 싶은 역설적 표현일 뿐이다.

지난 2월 우리와 상종하지 않겠다던 북한이 한쪽으로는 우리 정부에 대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대남 선전용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논평을 통해 "남조선 당국은 대결자세를 버리고 성실한 자세로 대화의 마당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었다.

따라서 북한의 위협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 북한은 지금 식량이 부족해 전 세계를 상대로 구걸하러 다니는 형편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뒤 대북 퍼주기가 사라지면서 북한의 경제난은 심각하다. 시간이 갈수록 북한에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상종할 필요가 없다’고 나온 이상 우리가 상종하겠다고 먼저 나설 필요가 없다. 북한의 고질적인 경제난과 식량난, 3대 세습 안착 등 내부 사정을 보면 시간은 우리 편이다.

다만 김정일이 또 추가 도발로 우리를 궁지로 몰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흔들림 없이 남북관계에서 천안함 연평도 도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확인이라는 조건을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

걸핏하면 조건 없는 남북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라고 주장하는 대화만능주의자들도 이제는 북한의 실체를 올바르게 인식해야 한다. 북한이 초조해 하면 할수록 우리는 느긋하고 대범한 제세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면서 언제 어떤 도발에도 빈틈없이 대처할 수 있도록 유비무환의 안보태세를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