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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근칼럼] 차라리 바닥을 보는 건데
[머니투데이 홍선근편집국장]아테네 올림픽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유도선수 이원희는 참
으로 신기에 가까운 기술을 체득했다. 절반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번개처럼 파고들어 한판 승부
로 끝내기도 하고, 워낙 빨라서 상대방 선수는 자기가 졌는지를 바로 그 순간에 알았는지나 모르
겠다, 하나의 공격이 실패하면 곧이어 또다른 공격으로 한판승,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그는 여느
금메달리스트보다 유도에 통달한 느낌이다.

아무나 유도를 하는 건 아니지만 유도선수 간에도 차이가 있다. 어느 분야나 다 마찬가지여서,
아무나 경제를 다루는 건 아니지만 경제전문가 사이에서도, 학자든 관료든 시장의 경영자든 다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경제가 어려운 요즘 경제에 제대로 통달한 사람을 고대하고 또 그런 사람
들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더욱 아쉽다.

최근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은 종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팀이 금리를
전격 인하하더니 다른 부양책들도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다. 참여정부로서는 원래부터 그랬다, 변
한 게 없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옆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선 종전과는 획을 그을 정도로 커다란 `정책 골조의 변화"를 느
낀다. 문제는 기본골조가 달라진 듯한 그 변화가 경제가 여러운 국면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한
번 해보는 시도인지, 아니면 참여정부가 근본적으로 기업경쟁력과 서민의 일자리를 중심으로 한
경제정책으로 돌아선 것인지 그게 확실치 않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의 금리인하 조치에 반대한다. 반대 이유를 밝히기 전에 털어놓을 말. 미국의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한 지 이틀만에 세계적인 인상추세와 반대로 우리의 금통위가 예상 밖의
금리인하 조치를 취하는 모습이 참으로 당당했다. 다들 올리는데 내린다? 상황이 제 판단대로,
제 걸음걸이로 나가봄직하다는데 동의한다.

그런데 왜 반대하는가. 우리 경제가 올 하반기 차라리 한번쯤 확실하게 바닥까지 추락해야 하는
데 금리인하가 자칫 바닥노출을 가로막는 어정쩡한 역할을 하고 말 것같기 때문이다. 시시비비가
불분명해서 혼돈과 분란이 성할 경우에는 분명한 모습이 드러날 때까지 지켜보는 것도 좋은 방
법이다. 사람도 적당하게 피곤하고 무기력을 느껴서는 근본적인 건강관리를 하지 않는다. 탈을
한번 겪어야 실감하고 변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 경제는 하반기에 더 바닥까지 내려가는 게 나았다. 국정운영자로서 노무
현 대통령이 주변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경제 살리기에 확실하게 온힘을 싣기 위해서도 바닥을 보
는 게 필수였다. 경제엔 혼돈과 분란이 분분한 게 영 독약인데 바닥까지 가야 그런 독약이 사라
지고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확실성"이 비로소 출현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금융감독기구 개편안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는 일이 많고 중요해서 이름도 긴 정부혁
신지방분권위원회의 초안대로 금감위?㈀腑㉮? 개편안이 발표되는 게 정답이었다. 괜히 윤증현 금
감위원장이 막판에 나서서 어정쩡한 봉합을 해버린 것은 초안의 어처구니없고 비현실적인 진면목
을 가려버리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그냥 금융감독원을 검사원 정도로 형해화하는 초안이 그대로 발표됐어야 정부의 금융감독 인식
과 비전이 얼마나 시대와 동떨어지고 황당한 지 만천하가 다 알았을 것이다. 그래야 정부가 혹독
하게 깨지고 제정신을 차렸을 텐데 아쉬움의 정도가 심하다.

여전히 바닥까지 도달하는 게 한국경제를 구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제 당초의 바닥을
보는 건 글렀다. 각종 대책으로 인해 어정쩡하게 중간에 부유할 것이다.

서민들을 생각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가뭄이 들면 물은 위부터 마르지만 경제난이 닥치면 돈은
아래 서민들부터 마르는 탓에 온갖 고통이 서민들에게 몰렸다. 그 실직자 일용직 영세상인들이
아무튼 종전보다 나은 상황에 놓일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홍선근편집국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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