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낌새를 채렸나?
왜 갑자기 그 바쁜 입을 쉬고 있을까?
뭔 심산인지....
누구 흉내내긴지...
맘정리하고 있는지
동면 준비중인지....
盧 깊어가는 ‘가을 침묵’
[경향신문 2004-10-17 18:39]
노무현 대통령의 있는 듯 없는 듯한 ‘침묵 행보’가 길어지고 있다.
노대통령은 지난 9월5일 MBC TV와의 인터뷰에서 “구시대의 낡은 유물인 국가보안법은 박물관에 보내야 한다”며 국보법 폐지 발언을 한 이후 45일 가까이 정국 현안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노대통령의 침묵은 과거사 청산, 국가보안법 폐지 등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할 사안을 대략 매듭지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노대통령은 내년 해방 60주년, 을사조약 100주년, 한국전 발발 55주년을 맞아 두가지 문제는 올해 안에 마무리짓는다는 큰 시간표를 갖고, 갈등과 반발을 예상하고도 이를 감행했다는 설명이다.
고위관계자는 “2005년은 여러가지로 역사적 분기점의 의미를 갖고 있는 해여서 이런 문제들에 대한 정리가 더 늦어지면 곤란하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었다”며 “이제 국회에서 입법절차가 진행중인 만큼 더 이상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대통령의 침묵은 열린우리당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한몫 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부영 의장이 생각보다 완급을 조절하며 잘하고 있다는 게 대통령의 판단”이라며 “민생경제와 개혁의 동시 추진을 잘하고 있어 굳이 개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노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의 개혁입법 추진을 관망하며 경제와 정부혁신 문제에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총리와 책임장관에게 일상적 국정을 일임하는 분권형 국정운영 시스템은 갈수록 강화될 전망이다. 국회 시정연설을 총리에게 대독케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북핵문제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은 11월 미 대선 이후 새 행정부가 자리잡기 전에는 전환점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말을 아끼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대통령은 내달에는 아·태경제협력회의(APEC·11월12~23일), 아세안(ASEAN)+3(11월29일~12월6일) 참석을 위해 남미와 유럽을 장기 방문할 예정이어서 국내 정치 현안에는 여전히 한 발짝 물러서 있을 가능성이 높다. APEC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만약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노대통령은 한반도문제에 대한 돌파구를 뚫는 데 몰두할 공산이 커 침묵의 시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박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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