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재개정 관철하자'
사학법 재개정 문제는 경제 이슈다. 왜냐하면 지식산업 시대의 교육은 경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사학법은 반드시 재개정되어야 한다. 이 문제는 모든 CEO들의 직접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 법은 우선 행정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 어느 군에 100개의 식품 가게가 있는데 이 중 10여 개 가게가 불량 식품을 팔았다. 단속에도 불구하고 근절되지 않았다. 그래서 군수가 안을 내었다. 100개의 마을 모두에 소비자 대표를 상주시킨다는 것이다. 이 소비자 대표들은 하루 종일 가게에 상주하면서 온갖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보고 소문을 내게 된다.
문제는 한 번도 불량 식품을 판 적이 없는 선량한 가게들이다. 이들은 자기는 아무런 잘못을 한 적이 없는데 자신들의 모든 부문을 다 내어보여야 하는 수모를 겪는다. 사업을 하다 보면 아무리 정직하게 하는 사람도 때로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부문도 생기게 된다. 이들은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도 이런 모든 부문을 노출해야 하는 참으로 황당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이것은 참으로 최악의 행정이다. 나쁜 짓 하는 사람만 골라서 그들에게 징벌을 내리는 것은 행정의 가장 기본이다. 그런 수고와 노력을 하기 싫은 이 게으른 군수는 안이하게 소비자 대표들을 골라 가게에 배치하는 ‘파렴치 행정’을 한 것이다.
기업들 중에도 나쁜 짓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사학법의 논리를 따른다면 기업 이사회에도 소비자 대표와 직원 대표들을 강제로 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전 세계 어느 곳도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것이 선량하게 사업하는 다른 모든 기업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이 사립학교에 대해 그런 짓을 하지 않는 것도 같은 논리다.
사학법은 이렇게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또 국가의 실익에도 크게 위배된다. 대학은 합리와 순리보다 도리어 ‘떼’에 의해 지배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은 곳이라는 것이 나의 경험이다. 예를 들어, 3월이 되면 총장실은 으레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학생들에게 점거된다. 1년이면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학교 당국을 비난하는 온갖 대자보가 나붙는 곳이 대학이다.
대학의 이사회에 전교조와 교직원 대표가 들어 가 있다고 생각해 보라. 대학이 발전하려면 때로는 대학의 구성원, 예를 들어 학생과 교직원의 이해에 일시적으로 손해가 가는 결정을 불가피하게 내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학교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이런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사는 그 다음 날로 학교 전체에 알려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이 사람을 비난하는 대자보는 학교를 뒤덮게 될 것이다. 한두 번 대자보가 붙고 나면 아무도 발언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종국적으로 이사회는 전교조 대표와 학생 대표가 독판을 치는 해방구화 될 것이다. 누가 학교의 미래를 담당할 것인가?
오늘날 경제는 교육의 가장 직접적인 함수다. 교육은 국내에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와 경쟁하고 있다. 경쟁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교의 이사회가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어려운 결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기민성과 과감성은 모든 경쟁에서 승리의 필수적인 조건이다. 사립학교에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나쁜 짓 하는 사립교는 솎아 내어야 한다. 그러나 방법이 이래서는 안 된다.
비리를 찾아내고 응징하기 위해 밤낮을 뛰어야 하는 관리들이 그것 하기 싫어서 소비자 대표를 이사회에 파견하는 극단적인 관료편의주의적인 이 제도는 궁극적으로 ‘빈대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결과를 우리 후손에게 넘겨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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