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자유게시판 > [조선일보 사설] 민주당, 안희정 지사의 FTA 발언 반박할 수 있나

[조선일보 사설]

민주당, 안희정 지사의 FTA 발언 반박할 수 있나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국회 비준에 반대하면서 재재(再再)협상을 당론으로 채택한 민주당에 대해 "노무현 정부의 협상은 잘됐지만 이명박 정부의 재협상으로 나빠졌으니 비준에 반대하겠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2007년 3월 노무현 정부 때 체결된 FTA는 이익 균형이 맞았는데 작년 12월 재협상한 결과 자동차 분야에서 이익 균형이 깨졌다는 논리로 FTA 비준을 반대해왔다. 안 지사는 "재협상 전과 후 모두 미국 자동차업계의 주문을 반영한 것으로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실제 국내 자동차업계는 조속한 비준을 요구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를 비롯해 현 민주당 지도부 대다수는 한때 '한·미 FTA 전도사'로 불렸던 인사들이다. 노무현 정부가 한·미 FTA 협상을 추진할 때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지난달 "FTA 비준문제도 민노당과 함께 반대 입장을 세워 놓고 있다"고 했다. 야권 통합을 하려면 FTA에 대한 기존의 입장을 번복하는 '전향(轉向) 선언'부터 하라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민주노총 같은 좌파들의 요구에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지도부가 줄줄이 무릎을 꿇고 옛 입장을 뒤집고 있다.

안 지사는 "FTA 찬성은 보수고 반대하면 진보라는 구분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노 전(前) 대통령의 오른팔이던 자신이 봤을 때도 야권 인사들의 FTA 전향 논리가 어설프고 빈약했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좌파들과 선거 연대를 구축하기 위해 FTA를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솔직하게 밝히지 못하고 '이익 균형'이니 '재재협상'이니 하는 구차한 말장난으로 진실을 덮으려 하고 있다.

야권 지도부는 "국민이 한·미 FTA를 반대한다"고 하지만 이건 거짓이다. 지난달 민주당 자체 여론조사에서 75%가 "FTA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고, 야권 지지층의 53%조차 한·미 FTA를 찬성한다(5월 한길리서치)는 조사결과도 있다.

민주당이 좌파들 압력에 떠밀려 FTA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면 비준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몸싸움 벌일 생각일랑 접고 당당히 표결에 참가해 자신들의 반대에 대한 훗날의 심판을 기다려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