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된 일을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속임수이게 마련인 것이다. 불가능한 일을 가능한 것으로 위장하기 위해선 궤변도 불가피하다. 제18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에 나선 유력 후보들의 일부 공약도 예외가 아니다. 표를 끌어모으는 일에만 집착한 나머지 모순이어서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도 태연하게 실현 가능하다고 내세우기 일쑤다. 좌파 성향의 유권자를 만족시키면서 우파 성향의 유권자 지지도 받고, 우파 성향의 유권자를 만족시키면서 좌파 성향의 유권자 지지도 받겠다는 욕심의 반영이지만, 진정성이나 실현 가능성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 등 이른바 ‘빅 3’ 모두가 ‘일자리 창출’과 동시에 내세우고 있는 ‘경제민주화’ 공약도 그 중에 하나다. 후보에 따라 구체적 수단의 차이는 있지만, 대기업을 탐욕 가득한 규제의 대상으로 적대시하면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는 식인 것은 다르지 않다.

대기업이야말로 일자리 창출의 최대 수원지라고 할 수 있다. 대기업이 투자를 많이 할수록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기고, 대기업의 투자를 북돋울 환경 조성이 그 전제라는 것은 경제 문외한에게도 상식이다. 대기업을 옥죄면서 일자리를 최대한 확대하겠다는 공약은 모순으로, 사실상 속임수인 것이다.

국방·안보 공약의 모순은 더 해괴하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져 김씨 왕조 체제를 굳힌 북한 정권의 본질적 목표는 한반도 적화이고, 그 이념적 토대가 반(反)역사적·반평화적·반이성적인 주체사상과 선군(先軍)사상임이 여전하다. 그런데도 거의 모든 후보가 북한 정권을 이성적이고 정상적인 대화 상대인 것으로 여겨 ‘당선 후 정상회담 추진’ 운운하는 추파를 던지기까지 하고 있다.

앞뒤부터 맞지 않아 실현 불가능한 국방·안보 공약 중에 모순이 더 적나라한 것은 문 후보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사수’와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 공약이다. 그는 “NLL은 남북 간의 해상 불가침 경계선”이라며 “확고하게 지키겠다”고 공언하는 동시에 “(NLL을 넘나드는 남북한 공동 어로구역일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가) 서해 분쟁을 항구적으로 차단하고, 경제적으로 공동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문 후보도 서해에서 조업하는 북한 어선 대부분이 북한 해군 소속이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남북한의 서해 공동 어로가 시행되면 NLL은 무의미해진다는 사실도 잘 알 것이다. NLL을 두고 대한민국의 당연한 ‘사수’와 동시에 북한을 대변하는 ‘무력화’를 함께 추진하겠다는 것이 모순 아니고 무엇인가.

“국토를 방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국방력 확보”를 강조하면서 노무현 전 정부 당시 추진했다가 비현실적이어서 접은 ‘군 복무 18개월로 단축’을 문 후보가 다시 공약으로 꺼내든 것도 모순이긴 마찬가지다. 대선 후보들의 모순 공약들에 유권자들이 속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