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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진실이 유린당한 제2의 광우병 파동

이문호 칼럼-132

친북좌파세력의 인민재판에 속절없이 휘둘리는 대한민국 리더십과 民度

안대희 때와도 또 다른 문창극 총리후보 낙마 과정을 지켜보면서 멀쩡한 사람을 ‘親日 매국노’로 둔갑시켜 매장하는 우리나라 청문회 제도와 청와대, 여야 정치권, 언론계 등의 현실 그리고 民心이 天心이라고 말들은 하지만 과연 우리의 民度와 민주주의는 어느 수준인가 하는 등의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은 회의와 울분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이번 마녀사냥을 촉발시킨 게 언필칭 공영방송인 KBS라는 점에서 左편향 역사교과서와 전교조 영향을 받은 젊은 기자들이 대세를 점하는 한국 언론계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57 동기들 가운데 견해가 다른 분들도 계실 수 있겠으나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니 오해 마시고 행여 소생을 山上청문회에 세워 작살내는 일이 없으시기를...물론 반론 기회도 안 주고 신상털기로 망신 주면서 즐기는 것보다야 청문회가 훨씬 낫습니다요.

내가 아는 그는 신실한 크리스천이고 관훈클럽 총무를 역임했으며 중앙일보 대기자로 대한민국 정체성을 지키는데 앞장 서왔다. 행정경험이 없다고 하나 앵커가 의원은 물론 장관, 대통령후보까지 되는 나라에서 어떤 교수, 법조인, 정치인보다 결코 모자라지 않는 그의 지적 수준, 인간성, 경력으로 미루어볼진대 역대 어느 총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여겨진다. 해군장교 하면서 대학원 다녔다고 야단이기도 하지만 그때는 그런 게 대충 용납되던 시절이었다. 하도 청문회에서 돈 문제로 곤욕을 치루니까 그가 발탁될 정도로 재산도 없다.

KBS가 ‘거두절미 짜깁기 편집’한 그의 교회 발언은 전체를 들어보면 하등 그가 식민사관의 신봉자, 친일파, 친미파는 물론 반민족적임이 아님을 누구나 알 수 있다. 36년 식민지나 남북분단 같은 수난이 일본제국주의와 김일성 일당의 惡業의 소치임을 누가 모르겠나. 크리스천의 입장에서 하나님이 유대인에게 혹독한 시련을 안겨주셨던 것처럼 우리 민족을 단련시키기 위한 시련이었다고 말하는 게 뭐 그리 사리에 어긋나고 틀린 얘기인가. 조선시대 우리 민족이 ‘게을렀다’는 표현도 공격을 받았으나 그럼 그때 우리 上下가 부지런하고 진취적이었나? 그런데도 임진왜란, 병자호란을 당하고 정신 차리기는커녕 급기야 일본의 식민자로 전락하고 말았나?

위안부 문제도 그렇다. 일본 자세가 옳다는 게 아니라 그런 자들을 상대로 언제까지 우리 치부를 스스로 까발리면서 누워 침 뱉지 말자, 사과하라고 애걸하지 말자는 취지의 발언이 왜 친일적이고 못할 소리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제주 4.3사태 과정에서 무고한 양민이 희생당한 측면이 있으나 공산주의자가 일으킨 폭동이라고 하는 게 맞는가, 민주항쟁이라고 하는 게 타당한가...지나가는 개도 정답을 맞힐 일이다. 文 지명자가 그동안 자신을 방어하느라 용어나 행동에 다소 매끄럽지 못하고 부적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건 이번 파동의 줄기가 아니다.

그런데도 마녀사냥, 인민재판식으로 벌떼처럼 일어나는 정치인들...그들의 면면을 보면 그동안 이른바 ‘문창극칼럼’에 혼난 인간들이 대부분이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 노벨평화상, 햇볕정책, 북한 핵개발, 6자회담, 이명박 정권의 광우병, 천안함, 연평도, 안철수의 ‘새정치’를 비롯한 현안들과 관련해 反종북에 입각한 정론을 펼쳤고 그의 질타에 당한 자들이 지금 화풀이하는 꼴이다. 중앙일보 김진 칼럼에서 “뇌물죄로 유죄판결 받은 박지원이 청문회에서 포악하게 응대하겠다고 하는 이 세태”를 개탄했지만 심판 받아야 할 작자들이 심판한다고 큰소리치는 세상이다.

수십억 먹고도 감옥 잠간 갔다나와 사면 받고 다시 국회의원 같은 것 하고 돈은 그대로 챙기고...죽을 때까지 호의호식하면서 큰소리치는 세태가 청산되지 않는 한 이 나라는 미래가 없는 것 아닐까. 진실을 유린하는 불순한 세력의 음모가 승리했다, 善이 惡에 당했다, 正義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이번 사태의 본질에 절망할 뿐이다. 2002년 이회창이 당한 김대업 사건, 세종시 천도론...언제까지 민심을 왜곡시키는 여론몰이, 衆愚정치가 용납되어야 하는가.

반면 보수는 지리멸렬했다. 일본문제가 부각되니 뭐도 모르면서 부화뇌동하거나 행여 덤터기 쓸까봐 입을 다물었다. 다른 언론도 타사 주필의 총리 취임이 버거웠는지 결코 우호적이거나 옹호하는 자세가 아니었다. 조갑제 씨가 김무성, 서청원을 겨냥해 “진실, 헌법, 대한민국의 편이 아닌 행동은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나 새누리당 해체하라는 유근일 씨의 분노가 이해된다. 야권은 원래 그렇다 치고 이런 사태를 야기한 청와대 인사 시스템, 잘못된 여론에 맞서지 않고 영합한 여권 지도부, 청문회행을 재가 하지 않고 자진 사퇴 유도한 대통령...그들이 그만큼 민심의 동향을 염려한 탓이라면 오도된 민심에 굴복한 이명박의 참담했던 광우병 파동과 다를 게 없다. ‘보수는 죽었다’는 自嘲와 분노의 소리가 커지는 걸 보면 집토끼 버린 대가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친북좌파가 정권 탈환을 목표로 총공세를 펴는 가운데 벌어진 文 사태는 안타깝지만 손 쓸 여지가 없었다는 게 현실이었다. KBS가 붙인 불길에 그들이 기름을 붓고 우매한 백성이 휩쓸려 분위기가 기울어졌다고 할까, 말없는 다수는 그가 뭘 잘못했느냐고 하면서도 나서지를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는 등 분위기가 반전되는 듯했지만 거기까지였다. 더군다나 아베 같은 日本 우익들 妄動으로 야기된 한일관계 악화 때문에 文과 한국 보수도 덩달아 도매금으로 당하고 말았다. 개인적으로는 대통령과 여권, 보수가 버티어서 청문회 열고 이참에 친북좌파들의 위선과 거짓과 오류를 만천하에 까발리는 한판 승부처, 대한민국 정통성 확립의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하여튼 아쉬운 대목이다. 와중에 터진 병장의 총기 난사 사건...우리 주변엔 실탄을 줘선 안 될 ‘관심인간’들이 득실거린다. 그런데 긴급뉴스가 뜬다. ‘정홍원 총리 사표 반려’...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끝)

2014-06-27 21: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