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가 정말로 중요한 본선에선 식상해하는 것이 아닐까?” “이명박, 박근혜 둘만 너무 잘 나가도 안되는데….”
한나라당에서 ‘행복한 고민’이 나오고 있다. 당 소속 대권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쌍끌이 지지율’이 좋기는 한데 ‘양강 구도’가 고착화하거나, 벌써부터 집중 조명을 받다보면 “신선감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다. 여당이나 다른 야당이 보기에는 ‘배부른 소리’ 같지만 당내에선 이런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당에서 나오는 ‘두발 자전거론’에는 그같은 분위기가 담겨 있다. 한 당직자는 “자전거는 넘어지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페달을 밟아야 하고, 어느 한 바퀴가 망가지면 움직이지도 못한다”며 “현재의 형국이 그렇다”고 말했다. 대선후보 선호도 1, 2위를 기록 중인 이전시장과 박전대표 두 사람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당내 경선이 과열돼 서로 상처만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삼발이론’이 나온다. 홍준표 의원과 소장파 의원들이 주로 내놓는다. “한나라당의 또다른 대권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띄워 지지율이 10%쯤 되는 ‘3강 구도’를 정립해야 당도 깨지지 않고, 세 사람 중 누가 될지 모르게 돼야 흥행도 된다”는 주장이다.
당 관계자는 “고스톱만 해도 둘이 치는 ‘맞고’보다 셋이 치는 게 더 재미있고, 넷이 치면 광까지 팔 수 있어 훨씬 재미있다”며 “뻔한 결과보다는 한 치 앞을 모르는 승부가 관객의 눈을 모으는 법”이라고 말했다.
이런 주장의 뒤에는 ‘이회창 대세론’에 안주하다가 결국 졌던 지난 대선의 ‘아픔’이 깔려 있다. 또다른 당직자는 “지금 여당의 유력 주자가 없는 가운데 우리끼리 1, 2등을 하고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누가 후보가 되어도 이긴다’고 생각하다간 자만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작 세 주자쪽은 각기 다른 이유로 당의 고민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이전시장측은 내년 6월이 경선이지만 사실상 승부는 3, 4월을 전후해 난다고 보고 더욱 고삐를 조일 태세다. 박전대표쪽 관계자는 “지지율은 인위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솔직히 우리 코가 석자인데 손전지사까지 되돌아볼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손전지사의 측근은 “손학규가 없는 한나라당은 ‘수구꼴통당’ ‘영남당’”이라며 “우리에게도 분명히 기회가 올 것이고 그 때 치고올라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전시장은 8일 중소기업인 초청 강연과 ‘제2의 고향’인 울산 방문을 통해 “국가 경영자들의 기업정책에 대한 기본인식이 잘못돼 있다”고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했다.
박전대표는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대학원 특강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이 지금 노무현 대통령 지지율 정도인 한자릿수로 나오던 때도 있었다. 그래서 노대통령의 심정을 제가 누구보다 잘 안다. 잠도 안 올 거다”라며 “정치든 언론이든 국민 신뢰를 받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손전지사는 부산 동아대 강연에서 “대한민국이 미래로 전진하는 것을 가로막는 모든 낡을 것들과 공정하지 못한 것들에 과감히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최재영·박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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