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해법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전으로 치닫고 있는 시리아에서 대규모 학살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108명이 사망한 ‘훌라 학살’과 27일 33명이 숨진 하마 학살에 이어 6일 또다시 하마에서 약 100명이 학살당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무장세력은 이날 중부 하마의 알 쿠베이르 마을에서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해 최대 100명을 살해했다고 반정부 진영 대표기구인 시리아국가위원회(SNC)가 밝혔다. 하마는 1982년 알아사드 대통령의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가 정권에 저항하는 시민 2만여명을 몰살한 곳으로 반정부 수니파 무슬림 세력이 강한 지역이다.

이번 참극은 10세 이하 어린이 49명과 여성 34명을 포함해 108명이 숨진 ‘훌라 학살’과 똑같은 양상으로 벌어졌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군이 탱크를 동원해 마을 한 농장을 포위하고 친(親)알아사드 민병대인 샤비하가 뛰어들어 즉결 처분식으로 학살을 자행했다. 샤비하는 여성과 어린이를 가리지 않고 근거리에서 조준사격하고 칼로 찔러 죽였다고 SOHR은 전했다. 희생자 중에는 두 살이 안 된 아이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마을에 사는 한 가족 35명이 몰살됐고 희생자 중 절반 이상이 여성과 어린이라고 보도했다. 모하메드 세르미니 SNC 대변인은 “희생자 중에는 여성 20명과 어린이 20명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알아사드 대통령이 속한 알라위파의 무장조직인 샤비하 민병대는 최근 정부군을 대신해 무차별 학살극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시리아 정부는 ‘훌라 학살’에 이어 이번 사태 역시 외국 군대의 개입을 부르려는 테러집단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처참한 학살극이 거듭되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여전히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군사개입을 주저하고 있는 미국은 경제적 제재 방안에만 몰두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날 유럽 및 아랍 15개 국가와 회의를 갖고 “시리아 정권의 경제적 생명선을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군사개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시리아 정부가 이런 무자비한 학살을 계속하고 있는데도 러시아와 중국은 시리아 사태 개입 불가 방침을 거듭 천명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은 6일 공동 성명을 통해 “시리아에 대한 국제사회 개입과 정권 교체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학살을 지지한다는 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