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자유게시판 > ‘친일 청산’ 곳곳서 발목 잡힌다

대학가와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친일청산 작업이 곳곳에서 난관에 부닥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해관계가 있는 반대 세력 등에 의한 방해가 만만치 않음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대학가 친일청산 곳곳 암초=지난 7일 서울대 출신 친일인사 12명의 명단을 발표한 이 대학 학생들로 구성된 일제잔재청산위원회측은 며칠 전 한 교수로부터 예상하지 못한 비난을 받았다.

한 교수가 위원회 소속의 학생에게 “너는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있으니 당장 그만두고 유학이나 가라”는 협박성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원회 소속의 다른 한 학생도 이 대학의 한 교수로부터 “너 때문에 모멸감을 느낀다. 하고 다니는 일이 천박하다” 등의 비난을 들어야 했다.

최유진 위원장(조소과 4)은 “일부 교수들의 압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렇게 노골적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미술대 김민수 교수는 “친일인사에 대한 학술적 조명이나 최소한의 논리 전개도 없이 학생들을 무조건 억누르려고 하는 것은 옳지않다”고 비판했다.

연세대 학생들도 백낙준 초대 총장 등을 친일인사로 규정한 뒤 백총장의 동상철거와 과거사청산위원회의 발족을 요구하고 있으나 학교측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박이정엽 연세대 민주노동당 학생위원장(경제학과 4)은 “학교측은 ‘백총장이 공적도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가의 친일청산에 불을 댕긴 고려대 총학생회도 사정은 비슷하다. 친일교수 10명의 명단을 발표한 직후인 지난달 31일 고려대 교우회는 총학생회로 서신을 통해 “모교에 봉직한 선배 교우나 스승을 ‘홍위병’식으로 폄훼하는 등 성급하게 비교육적 방식으로 운동을 벌이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학생들을 비판했다. 경북대 총학생회도 “교내 박정희 전 대통령의 흉상 철거를 고려 중이지만 그가 대구·경북지역의 ‘큰 어른’이라고 주장하는 지역 인사 및 동문 등의 반대로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지자체 비협조=민족문제연구소는 오는 8월15일 시작되는 ‘친일 및 독립인사 60명 캐리커처 전시회’ 개최를 위해 서울시에 행사 응모를 했다가 심사에서 떨어졌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심사는 민간인들로 구성된 공익사업선정위원회 소관이며 서울시는 관여하지 않는다”며 “평가 점수가 낮아 선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또 지난 3월 초 부천시에 ‘친일음악 전시회’ 개최와 관련해 장소협조와 예산지원을 문의했지만 ‘업무도 바쁘고 예산도 없다’는 거절을 당해야 했다. 연구소의 방학진 사무국장은 “서울시를 포함한 다수의 지자체들이 독도 이벤트 등에는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정작 제대로 된 친일청산 행사 유치에는 매우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심희정·최명애·김동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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