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도 내 주변에 가까운 사람중에 교도소에 드나든 사람의 기억이 없다. 그런데 난 벌써 두 번째가 된다.
그런데 막상 여기 교도소에 들어와보면 보통 몇 번씩 들어왔다간 경험자 즉 전과자가 대부분이다. 내가 들어있는 빵에도 현재있는 사람 15명중 한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교통사고, 음주운전, 폭행, 사기, 방화, 명예회손과 선거법 위반(나 이고고 한명) 등 가지가지 죄목으로 전과가 있는 사람들이다.
사연도 가지가지 이지만 이곳에서 하루라도 빨리 나가지 못해 환장하면서도 다시 재범을 하고는 하는 모양들이 나를 비롯해 한심한 생각도 든다.
360x450cm공간에(80x80 wc겸, 세면장겸, 주방설겆이 터도있음) 15명 정도의 사람들이 우글대는 공간에서(토요일과 휴일을 제외하고는 절반정도는 낮으로 노역장에 나감) 아침 6시부터 기상해서 하루종일 얼굴을 맞대고 생활을 같이 하는데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하고 답답함에 환장을 한다.
그래서 조금더 넓은 공간에서 일을 할 수 있는 노역장에 나가길 좋아들 한다. 노역의 종류는 목수, 벽돌만들기, 봉재, 취사, 이발, 내부청소, 외부청소 등이 있는데 교도소 높은 담장밖에서 일하는 외부청소가 단연코 인기인데 수감생활에 모범적이고 믿을만한 사람들이 주로 차출된다.
작업내용이 외부청소를 하는 것인지라 교도소 면회실 등 외부인이 출입하는 곳도 있으나 그곳역시 철조망이 쳐진 경비병이 지키는 교도소 안에서 일하는 곳인데 단지 조금더 넓은 공간이며 면회온 민간인들도 먼 발치에서라도 볼수 있다는 점 외엔 리어카를 끌고 쓰레기치우는 청소부일로 그리쉽지만은 않은 일인데도 말이다.
하루종일 좁은 공간에 여럿이서 우글거리다 보면 자연히 어떤 질서가 형성되게 된다. 교도소 측은 신입식 등 과거의 잔재를 없애려 무진장 노력해서 사실상 그런 의식은 거의 완전히 사라졌지만, 초입자들이 느끼는 감정은 여전히 생소한 분위기에 겁먹기는 전과 별로 다를 바 없다.
그렇다고 누가 겁주는 특별한 행동도 하지 않지만 처음 입감되면 자기가 어디에 자리잡고 앉아야 좋을지 몰라 한참동안 엉거주춤 어쩔지 몰라 쫄은 표정이 역력하다. 물론 전과없는 초짜들의 얘기지만...
그 초짜들이라도 누가 뭐라하기전에 뼁끼통(화장실겸, 욕실겸, 주방싱크대)가까이 깔아진 매트쪽에 망설이다가 자리잡게 된다. 그러고 밤이되면 잠자리도 자연히 뼁끼통 가까이에서부터 입방 후 순위가 정해진다.
난 엊그제 까지의 뼁끼통으로부터 두 번째에서 지금은 네 번째에 자리잡고 모두들 잠자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걸 쓰고 있다.
한번이라도 경험있는 전과자라면 더더구나 당연히 자기자리를 잡고 낮 중에도 감히 윗자리를 넘보지 않는 자연적인 질서를 이루고 있다. 어쩜 이런 질서조차도 없다면 빵안의 질서는 개판이 되기 십상일 것이다.
하루종일 얼굴을 맞대고 신경이 날카로운 하루하루를 살다보니 서로를 이해하려고 엄청 노력하는 중에도 가끔 다툼이 일어나 폭행도 있곤 하는데, 교도소의 법은 엄격해서 폭행자는 아주 합리적인 절차에 의한 조사를 받고 엄중한 처벌을 받게되고 처벌은 주로 독방에 수감하는 것인데 얼핏 생각하면 120cm x 200cm 정도의 공간에 혼자 있어서 여럿이 같이 지내던 공간보다 훨씬 잠자리도 넓고 조용히 명상도 할 수가 있어 좋을 듯도 싶은데, 그게 아니라고 이구동성 얘기한다.
한마디로 미칠 것 같다고 한다. 똑같이 하루세끼 식사가 제공되고 화장실도 누구 들어가 있나 살필 것 없이 언제나 사용할 수 있는 등 어쩜 훨씬 좋을것만 같은데 말이다. 사람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어울려 살아야만 하는 동물이 분명한가 보다.
좀더 여유가 있으면 넓은 공간에서 이동이 자유로워야 하고... 어쩜 교도소에 한번쯤 들어와본 사람, 전과자만이 자유(自由)의 참 뜻을 깨닫고 있지않은가 생각해 본다.
지역감정 갖지 말라고요?
현재 내가 있는 방에는 각양 각색의 죄목을 가진 수감자들이 있는데, 사는 지역은 주로 강원도 속초 강릉 동해 삼척 원주 등의 지역과 충청도 분들이 몇분 같이 있다.
보통 형량과 죄목외엔 자신의 신변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는 편인데, 참으로 이해 할수 없는 충청도 부여 출신의 어떤분 이야기를 한번 전해보려고 한다.
이분은 47세의 괄괄하고 부지런한 성격의 소유자 이신데, 고속버스며 시외버스 기사를 했다고 하며, 5~6년전쯤 모 고속버스 기사생활을 했었는데, 참으로 괴상한 상황을 목격했다고 괄괄한 목소리로 들려 주었다.
서울-광주간 코스를 운행했는데, 언제나 그 지방사람이 오너인 K 고속버스에만 손님이 만원이 되곤 하면서도 다른 고속버스엔 그저 4~5석 정도의 좌석만 채운 거의 빈차인 상태로 운행되곤 했다고 한다.
옆차가 비었으니 아무리 그 차를 타라고 해도 "우리차가 있는데 왜 남의차를 타느냐"고 하면서 몇십분 기다려서라도 꼭 K고속버스만 탄다고 했다.
택시를 타고서라도 자기지방 사람들이 운영하는 슈퍼를 찾아간다는 말은 들은 적 있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핀잔을 준 적이 있는데........... 거기도 대한민국 맞는지........?
2005. 4. 12 강릉교도소 604번 이광호 (단식 27일째)
-이회창을 사랑하는 사람 이고고 대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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