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대학입시를 內申내신 위주로 바꾸면 私사교육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본 것은 역시 착각이었다. 지금 서울의 상가 빌딩마다 입시학원, 보습학원이 봄에 새순 돋아나듯 얼굴을 내밀고 있다. 2003년 말 4305곳이던 입시·보습학원 숫자가 작년 말엔 5085곳으로 18% 늘어났다. 이젠 修能수능 과목만 배워선 안 되고 全전과목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학교 어떤 교사의 출제 경향을 분석해 가르치는 ‘족보 과외’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학교 교사와 학원 강사가 유착한 부정사건이 터지는 건 시간 문제다.
반대로 特目高특목고는 枯死고사 지경이다. 2008년부터 내신 위주로 바뀌는 대학입시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걱정한 과학고·외국어고·자립형사립고 고1 학생들의 일반고 전학 사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반고라면 내신 최상위 등급을 받을 수 있을 학생들이 경쟁이 치열한 특목고의 내신 상대평가에선 하위권으로 밀려나게 돼 있어 벌어지는 현상이다. 학교 간 실력차를 감안한 ‘비교내신제’가 폐지됐던 1997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일부 특목고는 학생들이 집단 자퇴해 고3 전교생 숫자로 축구팀 하나도 못 만든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우수한 학생을 우수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교 등급제’니 ‘連坐制연좌제’니 하는 선동적 구호로 공격하는 상황에선 교육의 미래와 국가의 장래가 암담할 수밖에 없다.
내신 위주로 입시를 바꾸면 公공교육이 살아날 것이라는 게 교육당국의 장담이었다. 그러나 학교나 교사 입장에서는 학생들 전체 평균성적이 어떻게 되건 상관없는 게 지금의 교육현장이다. 잘 가르치건 대충대충 가르치건, 평균 실력이 다른 학교보다 낫건 떨어지건 관계없이 학생의 4%는 반드시 1등급을 받게 돼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 열심히 가르칠 리가 없다. 그 대신 옆자리 친구마저 경쟁자로 보고 적대시하는 살벌한 내신 경쟁이 교실을 메우고 있다. 공교육이 살아난다고 그렇게 장담하던 그 사람들이 이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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