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 여론이 빗발치는데도 국회는 24일 국회의원 사무실마다 8급 공무원을 1명씩 증원하는 (총 300명) 법안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올해 말부터 국회의원들은 7명(4급 2명, 5급 2명, 6·7·9급 각 1명)에서 한 명이 늘어난 8명의 별정직 공무원 보좌진을 거느릴 수 있게 됐다. 국가 예산이 연간 67억원의 인건비가 추가된다. 특혜전당으로 불리는 국회는 말썽많은 법안을 여야 합동으로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 218명 중 찬성 151명, 반대 28명, 기권 39명으로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처리했다. 원래 국회의원은 7명의 별정직 공무원 보좌진과 2명의 행정 인턴을 둘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법안 개정을 통해 공무원을 한 명 늘리고, 대신 인턴을 한 명 줄였다. 정우택 운영위원장은 "대부분의 인턴이 상시 근무하는 보좌 직원과 유사한 업무를 하고 있지만, 처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했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인턴은 월 135만원의 수당과 명절상여금, 복지지원금 등을 받아 300명을 운영하는 데 연간 82억원이 소요된다. 반면 8급 별정직 공무원은 본봉과 시간외수당, 각종 보조 수당 등 월 280만원의 급여와 수당·명절휴가비 등을 받는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300명의 8급을 추가 채용할 경우 매년 149억원이 들 것으로 예측했다. 결국 이 법안 통과로 연간 67억원의 세금이 국회의원 보좌진 운용에 더 들어가게 된 셈이다. 국회의원 보좌 인력 수는 미국을 제외하면 한국이 가장 많은 편으로 알려졌다.

법안 처리는 여야(與野) 모두의 반대 없이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지난 15일과 17일 열린 운영위 비공개 소위에서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은 "뭐 그것(보좌진 확대)을 그렇게 의식하느냐. 일의 능률도 오른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국민 없이 어떻게 정치를 하겠느냐"고 일부 이의를 제기했지만, 최 의원은 "어차피 여론이라는 것은 며칠 지나면 없어진다"고 했다. 같은 당 이동섭 의원은 "국회가 너무나 언론의 눈치를 보고 당당하지 않은 것 같다"며 "우리 다 새벽 6시에 나와서 힘들게 일하지 않느냐. 3D 업종 중 하나인데 너무나 국민 눈치 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당당하자"고 했다.

일부 의원의 반대가 없었던 건 아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번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본회의 개정안 표결에 앞선 토론에서 "비서를 신설할 때 비용을 누가 부담할 건지가 핵심인데, 국민에게 추가 부담토록 하는 건 염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세비를 깎아서라도 인턴 한 명을 8급 비서로 전환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