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서울 혜화동 성당의 김수환 추기경을 예방한 자리에서 나눈 대담내용이 알려지면서 신문과 방송은 청와대의 반응을 곁들어 가면서 정권교체에 무게를 두는가하면 이종석 장관을 비판하는 등 나름대로 주석을 달아 보도를 하고 있다.
대담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김 추기경측은 오프더레코드를 전제로 나눈 대화를 언론에 공개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나타냈고 강 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비공개 대화내용이 공개된데 대해 유감을 표명함으로써 김 추기경의 입장을 보호하고 나섰다.
이와 같은 사단은 한나라당 대변인실에서 대담내용을 언론에 브리핑함으로써 알려졌다. 김 추기경의 말씀을 간추려 보자.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아슬아슬하고 한미관계는 불안하다. 미국 없이 통일을 할 수 있겠느냐? 우리끼리 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노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 문제에 있어 미국이 가장 많이 실패했다는 이종석 장관발언을 옹호한 것에 대해) 미국에 욕은 할 수 있지만 국익에는 도움이 안 된다.
한나라당에 대통령 후보가 여러 명 있어 불안하다. 지난번 대선 당시 경선 불복종 사태도 있었던 만큼 (차기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정권교체가 잘 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국민들이 믿을 곳은 한나라당 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게 잘해 달라.
(사학법 재개정 논란과 관련해서) 문제되는 사학은 수적으로 얼마 되지 않는다. 그것은 그것대로 다스리되 그냥 둬도 되는 것을 왜 문제를 만드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김 추기경의 말씀은 국민정서를 대변한 말씀으로 너무나 상식적이고 원론적인 내용이다. 시중의 일반 서민에게 물어봐도 그 대답은 이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이 내용이 각광을 받는 것은 추기경이라는 신분과 당 대표라는 직위가 가지는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추기경과 당 대표가 차 한 잔 나누더라도 국민은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무척 궁금하고 알고 싶어 한다. 이게 국민의 알 권리이다. 국민의 알 권리를 막는 오프더레코드는 적어도 추기경과 당 대표 차원에서는 없어져야 한다. 우리는 김 추기경 측의 오프더레코드는 노무현 정권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한 성의이었음으로 이해한다.
노무현 정권은 김 수환 추기경 같은 원로들의 충고를 고마워하고 귀담아 듣도록 요구한다.
-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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