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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판 `위기의 주부들`① 당신의 아내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조인스]
``진정한 대화 상대 찾는다` 명분으로 탈선장 기웃` 대한민국판 `위기의 주부들`

불륜 신드롬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인류 역사와 맞먹는 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대한민국 기혼여성의 ‘애인 만들기’ 신드롬은 전혀 새로운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 위험한 현장을 全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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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에서 정형외과 병원을 경영하는 의사 임진혁(44·가명) 씨는 최근 심각한 고민에 휩싸였다. 동갑내기인 부인과 성관계를 맺었다는 한 30대 남자의 전화를 받고 난 후부터다. 이 불쾌한 사나이는 병원으로 전화를 걸어 “3년째 당신 부인과 사귀고 있는데 과거를 반성하고 관계를 청산하기로 했으니 앞으로 부인 단속 잘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고 임씨는 날을 잡아 부인과 술자리를 마련했다. 부인이 평소 휴대전화에 늘 비밀번호를 채우고 다녔다는 사실, 가끔 동창회에 나간다며 술에 만취해 귀가했던 일, 미국에서 여고 후배가 귀국해 그와 함께 1박2일로 지방 여행을 다녀온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결혼 12년째, 초등학교 3학년짜리 외아들을 둔 임씨 부부의 삶은 행복하고 평온했다. 바다낚시를 좋아해 주말에 집을 비운 일이 잦았던 것을 제외하면 완벽한 남편이었다고 자부하던 임씨였다. 결혼 후 몇 년간 낚시터에 동행하던 아내가 언제부터인가 낚시 여행을 슬그머니 그만두었음에도 그는 한 번도 의심을 품은 적이 없다.

그는 술자리 말미에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고 실토하며 아내의 반응을 살폈다. “말도 안 되는 장난 전화”라며 펄쩍 뛰는 아내의 말을 듣고 임씨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번창하는 병원, 남부럽지 않은 수입, 똑똑하고 건강하게 잘 크는 아들….

임씨는 2년 전 경기도 양평에 전원주택 터를 마련해 노후를 대비하고 있다. 2∼3년 안에 전원주택을 지으면 낚시 대신 주말 전원생활을 하리라는 결심까지 했다. 아내와의 성생활에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내가 외도를 할 이유를 그는 알지 못한다.

한 달 후 그는 아내의 해명이 거짓이었음을 알게 됐다. 이메일에 아내의 나체 사진이 파일로 첨부된 편지가 배달됐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 놀라운 현실에 경악했고, 아내가 뭔가 납득 가능한 해명을 해 줄 것을 간절히 희망했다. 그러나 아내는 더 이상 변명하기를 포기한 채 진실을 토로했다.

“남자 사귄 거 맞아…. 자꾸 돈을 빌려 달라고 해서 헤어지려고 했는데 그놈이 이렇게 보복하는 거야.”
임씨는 아내의 이혼 요구가 더 황당하고 괘씸하다. 잘 아는 스님과 상의한 후 “모든 것을 용서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아내는 이혼과 함께 재산 분할을 요구했다. “평생 당신의 의심을 받아 가며 살 자신이 없다”는 것이 아내의 이혼 요구 사유다.

아이의 양육권도 포기하겠다는 아내의 ‘확고한 의지’가 이제는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12년간의 결혼생활…. 자신은 과연 어떤 영혼과 살을 맞대고 살아온 것인가?

서울 은평구 거주 샐러리맨 박은수(40·가명) 씨도 최근 아내의 외도 문제로 엄청난 상처를 입었다. 그것이 ‘외도’였는지에 대한 결정적 증거는 아직 없다. 아내가 지난 몇 개월간 노래방 도우미로 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5세 연하인 아내와는 초등학교 1학년 딸과 만 네 살인 아들이 있다.

낮에 4∼5시간 정도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는 아내의 말을 그는 무심하게 흘려들었다. 퇴근 후 귀가하면 아내가 가끔 술에 취해 있고 평소 입지 않았던 야한 속옷을 입고 있는 것에도 별다른 의심을 품지 않았다. 아내가 막내의 놀이방 종료 시각까지도 집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눈치챈 박씨는 하루 휴가를 내고 아내를 미행했다.

노래방에 출근하는 아내

놀랍게도 아내가 간 곳은 가정집으로 위장한 ‘보도사무실’이라는 곳이었다. 아내는 30∼40대 여성 대여섯 명과 함께 미니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했고, 얼마 후 그는 주택가 후미진 노래방에서 건달로 보이는 남성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아내의 모습을 목격했다.

박씨의 연봉은 4,500만 원이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두 아이를 키우기에는 그리 쪼들리는 생활도 아니다. 그는 왜 아내가 노래방 도우미를 자청하고 나섰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는 사실이 들통난 아내의 “연말까지만 더 하겠다”는 뻔뻔스러운 대답에 더욱 치를 떨었다. 홧김에 이혼을 종용하며 아내를 닦달했지만 두 아이의 얼굴을 쳐다보면 그게 쉬운 결단만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노래방 도우미라고 다 이상한 짓을 하는 줄 아느냐”는 아내의 항변을 그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 박씨 스스로 노래방 도우미와 어울릴 때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그는 부인의 이런 행태가 외도인지, 외도의 초기 단계인지, 중년의 사춘기에 찾아온다는 단순 일탈인지, 아니면 자신에 대한 반항인지 도무지 구별할 수 없다. “당신과는 대화가 안 된다”는 아내의 말을 듣고 그간 결혼생활의 굴곡을 아프게 곱씹고 있다.

서울 강남에 사는 전업주부 이은주(36·가명) 씨는 자신의 친구가 최근 겪는 ‘열병’에 대한 기이한 사연을 털어놨다. 2005년 겨울 인터넷 카페를 통해 30대 초반 연하 그룹 남성들과의 미팅이 그 열병의 시작이었다. 이씨는 남편이 큰 사업을 하는 친구의 방황이 이제 그 도를 지나쳤다고 생각한다.

“만난 날부터 ‘필’이 꽂혔는지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됐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경기도 광주의 한 전원 카페에서 벌어진 연하 그룹과의 미팅에서 친구는 5세 연하의 ‘꽃미남’을 만났다. 직업이 없는 그는 생활이 풍족한 친구에게 용돈을 타 썼다. 친구는 지난여름 그가 타던 고물 중고차를 폐차하고 신형 중형차를 한 대 선물하기도 했다.

친구의 ‘열병’이 방황과 광분으로 변한 것은 이 꽃미남의 외도가 시작되면서부터다. 친구는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져 거의 매일 술독에 빠져 헤어나지 못했다. 친구는 꽃미남의 휴대전화가 꺼져 있으면 강남지역 그가 자주 가는 술집을 찾아 헤매기도 했다. 새벽에 다른 여자와 술을 마시던 그를 찾아내 엄청난 소동을 벌인 적도 있다.

친구는 결국 그 꽃미남과 헤어졌지만 아직도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미 남편과 별거를 시작했지만 그는 또 다른 연하남과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주부의 외도는 맞벌이가 보편화하면서 직장여성들에게도 심각한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직장 동료나 상사와의 부적절한 관계는 이제 진부한 이성 관계에 속한다. 여성들의 네트워크가 광범위해지면서 상대 남성의 스펙트럼도 넓어졌다. 가정과 직장 내에서 과중한 일과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주부들이 ‘진정한 대화’ 상대를 찾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화 상대는 곧 섹스 파트너로 발전하고 종종 결혼생활의 파탄으로 귀결된다. 그리고 그 파탄의 배후에는 대부분 경제적 동기가 자리 잡고 있다. 2005년 이혼한 명문대 출신 샐러리맨 이애란(34·가명) 씨가 그런 경우다.

이씨는 3년 전 실직한 남편이 좀처럼 일할 의욕을 보이지 않는 것이 불만이었다. 실직 후 그간 저축한 돈으로 DVD 대여점을 차렸지만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남편의 무성의한 가게 운영이 폐업의 원인이었다. 이씨는 생활을 전적으로 책임지면서 남편과의 대화를 스스로 단절했다. 자격지심에 빠진 남편의 히스테리를 일일이 받아 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고등학교 동창생에게 한 미혼 남성을 ‘떳떳하게’ 소개받고 교제를 시작했다. 아이가 없었기 때문에 남편과의 이혼은 쉽게 합의될 수 있다고 믿었지만 1년 정도는 남편과 애인 사이에서 외줄타기 곡예를 벌여야 했다. 그녀는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할 때도 새로 사귄 애인의 존재를 떳떳하게 밝혔다. 그녀는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다”는 솔직한 고백으로 매달리는 남편을 끝내 단념시켰다.

아내의 외도, 남편의 전인격 함몰

배우자 이외의 이성관계는 중대한 트렌드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과거 ‘남성=가해자, 여성=피해자’의 등식이 역전되고 있는 것이다. 아내의 외도로 ‘남성의 전화’나 신경정신과를 찾는 남성도 급증하고 있다.
서울 삼성동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형선 씨는 “최근 한 달에 2∼3명꼴로 아내의 외도 문제로 심각한 정신적 외상을 입은 남성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4∼5년 전과 비교하면 확연한 트렌드의 변화라는 것이다. 그들은 대개 심각한 우울증·불면증·식욕부진·알코올중독 증세를 호소한다.

배우자의 외도로 인한 상처는 여성보다 남성이 더 크고 깊다. 여성의 경우 ‘남자는 원래 그렇다’는 사회적 통념 속에서 위로받고 조언을 구할 상대는 많다. 친구들과 친정 식구, 결혼한 선후배들이 카운슬러가 돼 준다. 그러나 남성은 다르다. 남편은 아내의 외도를 알아도 친구나 지인에게 그 사실을 토로하기 어렵다. ‘남자가 얼마나 못났으면 여자가 바람을 피우느냐’는 식의 비아냥이 돌아오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형선 씨는 “남성들은 아내의 불륜이 세상에 알려질 경우 총체적 인격의 함몰을 경험한다”고 말한다. 경제력·인격·품성, 나아가 성적 능력 부족 같은 신체적 결함까지 의심받고 경멸의 대상이 된다.

문제의 심각성은 불륜 사실이 발각된 이후다. 남성들은 외도가 적발된 후에도 가정을 지키려는 경향이 강하지만 여성들은 외도가 발각되면 대부분 이혼이나 별거를 요구한다. ‘외도를 할 수밖에 없었던 논리적 이유’를 들이대며 잘못을 남성 배우자에게 돌리고는 한다. 외도→이혼에 이르는 동선이 과거보다 훨씬 직선적으로 이뤄지며, 여성은 굴욕적 결혼생활보다 이혼 후 새출발이 더 손쉽고 깨끗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아내의 외도를 확인한 남편들의 반응은 3가지로 나타난다. 첫째는 자학형. 분노를 참지 못해 병에 걸리는 이들로, ‘숨 쉬기 어렵다’ ‘밥을 못 먹겠다’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난다’는 등의 고통을 호소한다. 둘째는 체념형. “한때 사랑했고 아이들의 엄마이니 용서하자”며 현실을 잊으려고 하거나 오히려 아내가 당당하게 대꾸할 경우 어찌할 바를 몰라 체념하는 이들이다. 마지막은 응징형. 아내를 폭언이나 폭행으로 괴롭히거나 상대방을 찾아가 협박하는 등 복수하는 이들이다.

유형은 다르지만 모두 엄청난 고통을 동반한다. 특히 아이들의 양육 문제에 이르러서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따른다. 과거와 달리 아이 양육을 포기하는 여성도 늘었다. “자식 때문에 참고 산다”는 것은 아내들의 고정 레퍼토리였지만 이제는 남편들이 이 말을 해야 하는 시대다.

남성들은 식사 준비 등 살림이나 아이와의 대화에 익숙하지 않고 생계를 위해 사회생활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선뜻 이혼을 요구하지도 못한다. 아이는 생모가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혼을 주저하는 사유가 된다. 그러다 아내가 사라지면 모든 생활의 축이 무너지는 것 같은 불안함과 허탈감 때문에 자살 충동을 느끼는 지경으로까지 발전한다.

아내의 외도와 이에 따른 이혼 협의 과정에서 심각한 분노를 느끼고 있는 정진형(40·가명) 씨는 아내의 재산 분할 요구가 너무 가증스럽게 느껴진다.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이 적은 것이 미안해 골프를 배우라고 했어요. 평일 낮 골프 연습장에서 시간을 보내다 일곱 살 연하의 골프 강사와 눈이 맞은 것입니다. 내가 가정에 소홀했다면 그것은 일 때문이었습니다. 무일푼 골프 강사와의 사랑이 남편이나 자식보다 더 소중한 것인가요? 이것은 완전히 욕정에 눈이 먼 천박한 여자라고 볼 수밖에 없죠. 그래놓고도 뻔뻔하게 이혼해 달라며 재산 분할을 요구합니다. 내가 피땀으로 일군 재산을 왜 그 더러운 여자에게 줘야 합니까? 너무 억울하고 분해 미칠 것 같습니다.”

▶스무 살 남짓 연하남과의 불륜을 그린 일본 영화 <도쿄타워>. 영화는 두 커플의 대조적인 면모를 통해 서른 살 후반의 여성이 꿈꾸는 일탈을 구체적으로 그려 냈다.

사랑과 관심, 애인에게 구하겠다

정씨가 분개하는 이유는 자신보다 못한 남자와의 사랑을 위해 가족을 버리는 아내의 비정함 때문이다. 게다가 재산 분할을 요구하는 아내의 뻔뻔스러움에 대한 분노가 중첩돼 있다.

그러나 이성 친구를 사귀는 주부들의 일탈에는 나름의 번뇌와 고민이 도사리고 있다. 2년 전 자신의 외도로 이혼한 후 지금은 식당 종업원으로 생활을 꾸려 가는 김혜신(38·가명) 씨의 사연은 이렇다.

“남편은 굉장히 무뚝뚝한 성격이었고, 저보다 술을 더 좋아했어요. 처녀 때는 그런 남편의 성격이 남자답고 듬직하게 느껴졌는데 결혼 후 7∼8년이 흐른 후부터 회의감이 몰려들더군요. 그때 지금 남자를 만났는데, 그 자상하고 다정다감한 분위기란…. 저보고 예쁘다고 하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여자로 다시 태어난 느낌이 들더라고요.”

딴 남자를 만나면서도 남편과 아이 때문에 김씨는 괴로웠다. “다시는 만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해도, 전화가 기다려지고 약속 장소에 먼저 나가 기다리는 일이 반복됐다. 김씨는 식당 종업원으로 힘겹게 살고 있지만 추호도 과거의 남편에게 되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

“무뚝뚝한 남편이 싫었다”는 김씨의 외도 사유가 도덕적인가에 대한 논란은 부질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고전적 부부관계의 양상이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7년 대한민국의 기혼 여성들은 남편에게 여성으로 대접받고 싶다는 욕구를 드러내고, 그 욕구가 좌절되는 경우의 대안을 생각하는 세대다.

소설가 공지영은 이렇게 말한다.

“…그러고 보면 아내들이 채팅에 빠져드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남자들이 밖에서 돈을 버는 것이 가족을 위해서임은 물론이지만 그것이 여자들의 결혼을 만족시켜 주지 못함은 너무도 분명하다. 남편이 밖으로만 나돌 때, 아내에게 사랑과 관심의 말을 건네지 않을 때, 아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물어보지 않을 때, 대화에 굶주린 아내는 감히 외간(?) 남자에게라도 그것을 받아내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그녀들이 인간관계에서 추구하는 목표의 1, 2, 3번이기 때문이다. 아니 차라리 채팅에 중독된 아내를 구하는 길은 쉬울지도 모른다. 남편에게 애정을 받지 못하는 여성들은 쇼핑중독·도박중독으로 이어져 인간에 대한 모든 관심을 끊어 버리는 비참한 지경에 이르기까지도 한다니까.”

한기홍 월간중앙 객원기자[[email protected]]

2007.01.31 10:10 입력 / 2007.01.31 10: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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