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두 사람의 글을 읽었다. 소설가 오정인과 동아일보 논설위원 김순덕의 글이다. 이들의 글을 보며 이 나라 남자로서 무력감과 창피함을 느낀다. 나는 오정인이라는 사람을 알지도 못하고 그의 책을 본 적도 없다. 또 김순덕이란 사람이 신문에 글을 쓴다는 것도 작년 8월에 알았지만 처음 그의 글을 읽고 참 잘쓰네 느꼈지만 삶에 휩쓸리며 어느 때 생각이 나더라도 궂이 그 신문을 사보거나 하지는 않았다.
내가 느낀 창피함은 이 나라 남자라면 전부 느껴야 한다. 특히 지식인들은 더욱 그렇다. 신문에 실린 사진을 보면 두 사람 다 중년의 아주머니다. 이들이 이 나라 남자들이 제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참지 못한 것 같다. 이들도 그 나이면 남편과 자식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노 정권을 맵게 질타하고 있다. 전 같으면 남산이고 서빙고고 이문동으로 끌려 다녔을지 모를 일이다. 이들은 현 정권이 어디로 끌고 가고 자시고 할 능력도 없다고 봤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 나라 남자들은 그런 생각이 안 들었단 말인가.
이들 뿐 아니다. 방송인 전여옥, 시인 문정희, 서울대 교수 박지향이 있다. 이들 외에 더 많은 이 땅의 여걸들이 있을 것이다. 이 땅의 남자들아 이들의 글을 한 번 읽어보라. 읽고 창피하지 않을 수 있는가.
오정인은 말한다. “어떤 경제적, 사회적 대가를 치르더라도 한시라도 빨리 대통령 문제를 바로하는 것이 국가적 손해를 가장 줄이고, 국민의 기본적인 생존권과 행복추구권을 되찾는 길이다”며 “일말의 애국심과 그토록 내세웠던 순수한 양심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다면 방탄 청와대를 더 이상 만들지 말고 제발 침묵하고 알아서 행동하시라”고 했다. ‘방탄 청와대’라. 이 얼마나 멎진 말인가. 이래도 이 나라 남자들이 창피하지 않은가.
김순덕은 대통령으로부터 배운 것이 세 가지란다. 첫째가 말은 함부로 해도 된다는 것이고, 게다가 대통령의 막말은 시시한 실수가 아니었다고한다. “초창기엔 감동으로 유권자를 사로잡았고, 지금도 지지자는 결집하되 국민은 어지럽게 또는 무관심하게 만들며, 반대파는 기막혀 제명에 못살게 하는 고난도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두 번째가 성격이 운명이란 것이다. 제발 입 다물고 불뚝 성격 좀 고치라고 해도 안 듣는 것이 386이 놓아주질 않아서 그랬는지 알았더니 386이 죄다 잡혀가고 나서도 마찬가지란 거다. 세 번째로 사람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386들에게 ‘의식화 교육’을 당해 21세기의 변화에 둔감하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정확하게 우리 대통령을 분석할 수 있을까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래도 이 나라 남자들은 창피하지 않은가.
전여옥은 어떤가. 시도 때도 없이 도덕성을 강조하는 대통령이 “도덕의 사치와 허영에 빠져 있다”고 했고, “서민들의 푼돈으로 대통령이 된 것처럼 청와대 내에 돼지저금통 모형물까지 만들어 고도의 도덕성을 파는 사기극만 벌이지 않았어도 국민들은 이렇게 허탈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통령의 더럽디 더러운 창자 속엔 청렴도 정직도 도덕성도 없다”고 했다. 아! 이 말이다. ‘도덕의 사치와 허영’. 안 그런가. 나는 청와대에 돼지저금통 모형물이 있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 참! 하라는 짓은 안하고 딴 짓은 정말 열심히 하는 정권이다. 그 더럽디 더러운 창자에서 나온 똥은 어디다 처리하란 말인가.
서울대 박지향 교수는 “번번이 능력보다 오기가 더 많음을 드러내는 대통령의 언행은 우리를 절망으로 내몬다”고 했다. 이 말 한마디면 된다. 뭔 긴 말이 필요한가. 대한민국은 대통령 때문에 절망한다. 나도 절망한다.
나는 이들의 이 고생을 덜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물학적으로도 남자들이 전투적이지 않는가. 그런데 이 나라 남자들은 뭐 무서운게 많아서 이들이 나서게 만든 것인가. 나는 글쓰는 사람도 아니고 교수나 무슨 공부 많이한 지식인도 아니다 또 쓴다고 해도 그 졸필을 어디에 실어주겠나 싶었던게 솔직한 심정이다. 이 나라에 살고 눈이 떠져있고 귀가 열려있는 사람이라면 세상 참 정상적이지 않게 돌아간다는 것 정도는 누구나 아리라 본다. 개중에는 조금만 더 있으면 저들도 정신차려 무엇이 진정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일인가를 알게 되겠지하고 침묵하거나, 그토록 얘기했으면 개라도 알아들었을 것인데 하고 체념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난 쓰기로 했다. 아줌마들 때문이 아니라 이 나라 국민이기 때문이다. 내가 왜 이 나라 국민으로써 대통령 때문에 힘들게 살아야 하느냐는 분함에서다. 능력 없으면 물러나면 될 것을 왜 그렇게 관둔다고 하면서 버티는지 모를 일이다. 자기 딴엔 세상을 암만 둘러봐도 자기보다 잘할 사람이 없는데 무턱대고 내가 관두면 나라에 더 큰 혼란이 올거라 생각하고, 또 임기가 5분의 4나 남아있는데, 10분의 1이라면 또 모르지만 하는 건지 좌우간 모를 사람이다. 한마디 한다. 대통령은 관두기만 하면 되요, 그 뒤는 걱정할 사람 많고 할 사람도 많으니까라고. 그만두면 총리가 대행을 하던 누가 하던 하면서 대책을 마련하면 된다. 문제는 하루라도 빨리 관둬서 ?겨나지 않고 제발로 걸어나간 사람이 되라는 말이다. 그래야 나라도 덜 창피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관두면 국가는 행복할 것이고 자신도 그렇게 사랑하는 노사모와 아예 같이 살면서 낯이고 밤이고 자신의 단 하나뿐인 능력이자 무기인 애매현란한 말솜씨를 자랑하며 살아간다면 그 또한 행복하지 않겠는가다.
‘완장 채워 주면’이란 말이 있다. 별로 똑똑하지 않은 아이를 학급반장을 시켜주면 열심히 잘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예는 초등학교에서나 있을 드문 얘기고 우리 기억에 아프게 남아있는 6･25 때 인민군대가 머슴이나 소작인들에게 완장을 채워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었는가. 이들은 그때까지 자신들을 먹여 살렸던 상전들을 깔봤다. 삽들고 농사짖는 일을 자신들이 다 했고 앉아서 주판만 놓던 놈들이 김매기를 잘할거냐 모심기를 잘할거냐 멀리서 나락 고개숙인 정도만 봐도 추수 때를 아는 우린데 하고 몽둥이질을 해대지 않았던가. 지금이 그 꼴이다. 정치범 수용소 반어법 역설 문화충돌 시민혁명 지배세력…, 생각만 해도 고개가 흔들리는 말 공화국을 우리는 너무 오래 참아왔다. 만약 그가 끝까지 의자에 몸을 묶고서라도 버틴다면 우리는 그 의자까지 내다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골치아픈 대통령이란 자리를 아예 없앤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으로는 대통령이 없는 나라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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