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바다와 싸우다(22)
독도(獨島)를 논(論)해 보자
갑자기 독도 문제가 폭발하였다. 그 동안 일본 측이 끈질기게 쟁점화를 추구하고, 우리는 가능하면 이를 무시하는 것이 상책(上策)이라며 대응을 자제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주한 일본 대사가 서울 한복판에서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주장한다. 또 일본 시마네 현 의회가 독도(일본은 이를 다케시마라고 부른다)가 일본 영토라며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하려 한다.
시마네 현은 그렇다 치고 서울의 일본 대사는 어떤 존재인가? 그야말로 일본을 대표하는 전권 대사이다. 그런 사람이 겁도 없고, 예의도 없이 서울 한복판에서 멀쩡한 독도를 자기들 영토라고 강변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땅 밑에서 꿈틀대던 독도 문제가 화산이 폭발하듯 지표로 터져 나왔다.
이제 우리 정부는 정부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이 문제에 대한 투철한 인식을 가지고 빈틈없이 대응할 때가 되었다고 믿는다. 왜 일본은 그렇게 끈질기게 독도 영유권을 주장할까. 그들은 언제까지 주장하고 언제부터 행동으로 나설까. 행동으로 나선다면 어떤 수단과 방법을 선택할까. 우리는 어떤 전략으로 대처해야 할까.
분명히 우리의 인식은 너무 안일하고 감정적이며, 대응 전략도 부재(不在)하다. 이러다 어느 순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이번 독도 문제의 폭발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이 문제를 더 투철하게 인식하고 효과적인 전략을 개발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므로 이제 독도를 논해보자.
나는 1997년 대통령 선거 때 독도를 방문한 일이 있다. 그 때도 일본이 독도 문제로 우리 국민들 신경을 자극하고 있었는데, 영토 수호가 가장 큰 책무인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나로서는 직접 이 독도를 방문하고 싶었다.
강릉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울릉도를 거쳐 두 개의 작은 바위로 이루어진 섬, 독도를 만나는 순간 내가 느꼈던 감동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 곳을 지키는 우리 경찰들의 결의에 찬 모습이 자랑스럽다. 독도를 방문하며 나는 그 주변 바다의 깊이가 무려 3천 미터로서 엄청난 자원의 보고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 독도는 그저 망망대해에 떠 있는 외로운 바위섬이 아니라, 저 바다 밑으로부터 솟아 있는 3천 미터 높이의 거대한 산(山)의 정상인 것이다. 그리고 그 주변에 엄청난 양의 자원이 숨겨져 있다. 일본은 자기들이 그 섬에서 전복을 따고 고기를 잡았기 때문에 자기들 영토라고 한다.
일본이 어업자원 때문에 그토록 집요하게 독도를 먹으려 할까. 무슨 자원이 또 숨어 있을까.
바로 ‘메탄 하이드레이트 (methane hydrate)’이다. 현재 인류가 쓰고 있는 석유자원은 21세기 중엽이면 고갈된다고 한다. 그 뒤를 이을 제 2의 화석 연료가 바로 이 ‘메탄 하이드레이트’이다. 드라이 아이스처럼 심해에 응축된 가스가 곧 ‘하이드레이트’로서, 독도 주변 심해저에 풍부한 양이 부존돼 있다는 것이다.
이 자원의 개발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운데 현재 미국과 일본이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일본은 이미 15년 개발계획을 수립하여 2010년 대 상업생산을 목표로 뛰고 있다고 한다.
우리 모두가 아는 것처럼 전쟁의 본질은 자원의 쟁탈에 있다. 전쟁의 원인도, 결과도, 결국 자원을 누가 차지하느냐의 싸움이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그토록 집요하게 주장하고 나서는 배경에는 이렇게 미래의 에너지자원을 차지하겠다는 야욕이 숨어 있다는 판단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하다. 단순히 전복이나 따기 위해 독도를 욕심내는 것이 아니고 미래의 운명을 가를 전략자원 때문에 야욕을 갖고 있다면 앞으로 그들이 얼마나 거칠고 집요하게 나올까.
많은 국민들이 누가 뭐래도 독도는 우리 땅이니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고 생각한다. 물론 독도는 의문의 여지없이 우리 땅이다. 과거 어느 순간도 일본 땅이었던 역사가 없다.
그러나 영토는 하늘이 정해준 영구불변의 존재가 아니다. 영토란 뺏고 빼앗기는 존재이다. 역사가 이를 말해 준다. 지금 이 순간도 영토 문제로 여기저기에서 몸살을 앓고 있지 않은가.
언제부터 우리 영토가 반도로 축소되었는가. 저 만주의 간도지방이 우리의 영토인데, 일제가 청(淸)과 체결한 ‘간도협약’으로 중국에 편입된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 강도적 협약이 무슨 증거나 논리가 있어 현실적 규범을 갖는 것이 아니다. 한마디로 영토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더 나아가 세계 전체의, 세력균형의 산물이다. 세력균형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일본은 분명 한반도를 둘러 싼 동북아의 세력균형이 재편되는 시점을 노리고 그 전초전으로서 잊을 만 하면 독도 문제를 터뜨리고 있다. 그러므로 일본이 이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우리가 목청을 높여 항의하거나, 혹은 무슨 옛 지도에 독도가 우리 영토로 표시되어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며,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영토는 결국 국력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영토를 확보하고 지키는 국력은 대략 세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경제력, 군사력 같은 물질적 힘이다. 둘째는 국민의 의지, 정부의 결단력 같은 정신적 힘이다. 마지막은 다른 나라의 힘을 활용하는 외교력이다.
일본의 물질적 힘은 대략 우리의 9배에 이른다. 군사력도 우리를 앞지른 지 오래이다. 지금도 매년 우리의 4배 이상 군사비를 지출한다. 그러나 우리가 통일을 이루고 경제성장을 지속하면 일본의 절반까지 힘을 기를 수 있다.
정신적 힘은 산출하기 쉽지 않다. 일본이 쉬지 않고 독도 문제를 제기하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국민의 의지를 키워나가기 위함이다. 역사 이래 강대국일수록 영토에 대한 욕망이 크고 거칠다. 일본이 한 때 반도 전체를 강점하지 않았던가. 이에 비하여 우리 국민의 영토 수복과 수호에 대한 의지는 강하다고 말할 수 없다. 이제는 우리도 태도를 바꿀 때가 되었다.
그 첫 조치로서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만큼 우리는 대마도(對馬島) 영유권을 주장해야 한다. 사실 대마도는 세종대왕께서 장군 이종무를 시켜 정벌하고 조선에 복속시킨 땅이다. 그 후 우리가 영유권을 포기한 사실이 없지 않은가!
그래서 일본 대사가 서울에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면 우리 주일 대사가 동경에서 대마도 영유권을 주장하면 된다. 일본 시마네 현 의회가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하면, 우리 경상남도 의회가 ‘대마도의 날’을 제정해야 한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대처하면서, 국민의 의지와 정부의 결의를 굳건히 하는 것이 상책이다.
외교력을 살펴보자. 지금 북핵문제를 두고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동맹, 일본과의 공조를 유난히 강조하는 시점이다. 그런데 일본이 난데없이 독도 문제로 소동을 피운다. 왜 그랬을까. 답은 간단하다. 일본이 우리를 우습게 보기 때문이다. 일본은 분명 우리나라가 미국과 멀어지고, 자기들은 미국과 더 가까워졌다고 판단할 것이다. 이것이 국제사회를 움직이는 무서운 법칙이다.
구한말 조선은 고립무원(孤立無援)이었다. 국력은 쇠잔하고, 정신적으로 의지하던 청(淸)은 자기 몸도 가눌 수 없게 되었다. 이 틈을 타서 일본은 미국과 손을 잡고 조선을 먹어치우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 몇 년 사이 대한민국의 정권을 잡은 자들이 한미동맹의 틀을 약화시키는 동안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시켰다.
냉정히 생각해 보자. 우리가 미국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미운 감정이 ‘하나’라면 일본은 ‘열’도 넘을 것이다. 일본은 미국과의 전쟁에서 참담한 패배를 맛보았다. 그 굴욕과 수치를 잊기 어려울 것이다. 그 뿐인가. 인류 역사에서 원자탄이 터진 것은 딱 두 번이다. 그 두 번을 미국이 일본 땅에 떨어뜨렸다. 한번 터질 때마다 현장에서 15만 명 이상의 시민이 즉사하였다.
지금 일본은 현존하는 위협과 직면하고 있지도 않다. 경제력은 세계 제 2 위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7만 명의 미군을 주둔시키면서 미국과의 동맹을 위해 애를 쓴다. 그러면서 우리에 대해서는 치욕적인 방법으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들은 변화하는 세력균형의 틈새를 비집고 여기에 쐐기를 박아버리겠다는 기세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번 미국과의 동맹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인식해야 한다. 사실 주변 강대국 가운데 미국만이 한반도 주변에서 영토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 않은 나라이고, 일본, 중국, 러시아의 영토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이익을 지원해 줄 나라임이 분명하다. 미국과의 동맹이 붕괴되면 세력균형은 요동을 치게 되고, 우리는 우리의 힘만으로 우리를 지켜야 한다. 이런 어리석음을 되풀이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독도에 대한 일본의 후안무치한 태도를 보며 우리는 역사와 미래를 생각한다. 민족이 통일을 이루고, 조국은 번영하며, 뜻을 함께하는 나라들과 연대를 강화한다. 인류사회의 진보와 평화를 선도하는 위대한 한민족의 시대를 열어 나간다. 그렇게 되면, 일본이 더 이상 독도를 말하지 못할 것이다.
다시 한번 우리가 통일과 번영의 미래로 전진하는 것만이 근원적인 해결의 길임을 믿는다.
2005. 3. 8
이 인 제
15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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