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NLL은 사수해야 할 생존선이다”
“중국 어선들이 꽃게를 씩쓸이해가면서 꽃게 씨가 말라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정부에서 대책을 세워주기는커녕 북한이 하자는 대로 북방한계선(NLL)을 다시 긋는다니 말이 되느냐.” 연평도를 비롯한 서해 5도서 950여가구 2000여 주민이 이런 분노로 들끓고 있다. 조윤길 인천광역시 옹진군수도 28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옹진군 주민 입장에서 NLL은 절대 사수해야 할 생존선이다. 6·25 이후 50년 넘게 북측의 잦은 도발에도 흔들림 없이 서해5도 등을 굳건히 지켜온 많은 실향민을 포함한 지역 주민 대부분이 정부의 남북정상회담 NLL 의제 채택 움직임에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옹진군민 1만여명이 NLL 재설정 논의에 대한 반대 건의서를 통일부 등에 전달한 것도 이날의 일이다. 자유총연맹 옹진군지부가 ‘NLL 재설정 논의 반대 서명운동’을 시작한 지 불과 3일 만에 군민의 60% 이상이 서명한 사실도 NLL이 곧 생존선임을 입증한다는 게 우리 시각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대변인을 통해 정상회담 의제 공개는 외교관례가 아니라면서 NLL 의제화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평화체제 = 핵심의제’라고 한 노 대통령, “NLL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 “NLL은 영토개념이 아닌 안보개념”이며 “서해교전은 방법론에서 반성해야 할 과제”라는 말까지 거침없었던 이재정 통일부 장관 등의 발언을 되돌아보면 NLL 의제화는 기정사실로 굳어져 왔다는 것이 자연스러운 추론이다. 일부 시민단체도 NLL을 의제로 삼으라고 채근하고 있다. ‘정상회담에 즈음한 시민사회단체 선언’도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와 관련하여 서해상의 평화정착을 위해 NLL 갈등을 해결할 것을 기대한다는 대목을 담고 있다. 우리는 북한군 도발 때마다 국군이 꽃다운 젊음을 바쳐 지켜온 NLL을 ‘갈등의 선’으로 규정하는 망발을 9·29 서울수복 기념일에 듣게 된 점이 더 없이 안타깝다.
NLL은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이미 남남갈등의 한 핵이 되고 있다. 또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및 민주당 의원들이 NLL 현장을 둘러보고 그 ‘재설정’에 대한 현지 주민 의견을 수렴하려던 계획도 무산되기에 이르렀다. 김성곤 국방위원장과 국방부측이 거부한 것이다. 북한을 거들어 55년 실효지배해온 실질 경계선을 흔드는 일단에 대해 우리는 그게 곧 영해와 영토 일부의 할양임을 거듭 지적해둔다.
기사 게재 일자 2007-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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