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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씨 돈，재산 해외 빼돌려 법적 추징 어려워
2008-12-24 05:10:00

검찰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숨바꼭질’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현행법상 추징금은 3년 동안 집행 실적이 없을 경우 자동 소멸돼 징수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검찰은 이 기간을 넘기지 않기 위해, 반면 전씨는 무사히 보내기 위해 서로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

실제 추징금 집행 실적을 보면 초기 몇차례 성과가 있으나 갈수록 집행일이 벌어지고 액수도 줄고 있는 상황이다.

집행이 어려운 것은 추징의 경우 형벌이 아니어서 압류 외에는 강제 수단이 없다는 데 있다. 더욱이 전씨 재산 대부분이 해외로 빠져나갔거나 국내에 있더라도 법적으로 추징이 불가능하게 조치를 해둔 점도 한계다.

만약 전씨가 사망했을 경우 아들 등이 상속을 포기한다면 영원히 추징할 수 없다. 상속받으면 집행 가능하다.

23일 서울중앙지검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1996년 대통령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면서 드러난 전씨의 재임 당시 뇌물 수수액에 근거, 이듬해 4월 17일 추징금 2205억원을 확정 판결했다. 그러나 전씨가 자발적 추징 거부의사를 밝히면서 검찰은 재산 추적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검찰이 전씨 추징금 집행에 처음 성공한 것은 대법원 판결 한달 후인 5월 22일. 검찰은 그달 무기명 채권 126장과 이자 188억여원을 2차례에 걸쳐 추징해 8.54%의 집행률을 기록했다.

같은 해 9월과 10월에도 현금 530만원, 무기명 채권 10장 및 이자, 은행 예금 및 원리금 등 124억5000여만원을 거둬들였다.

이후 가시적인 추징은 2000년 12월 이뤄졌다. 1억원 상당의 벤츠 승용차를 강제 집행한 것이다. 법대로라면 3년 2개월이 흘렀기 때문에 추징시효가 완성돼 더 이상 집행을 할 수 없게 된다.

검찰 관계자는 “그 기간 실질 추징액은 0원이지만 집행비용을 회수한 사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10월 4일에는 전씨가 처음으로 임의 납부했다. 전씨는 같은 해 4월 서울서부지법 재산명시 심리에서 “전 재산은 예금 29만원 뿐”이라고 밝혔는데 그 ‘전 재산’을 낸 것이다.

이후에도 검찰은 전씨의 돈을 찾아냈다. 3일 뒤 1억7000만원 상당의 유체동산을 강제 집행했고 2004년 1월 서울 연희동 사저 별채 강제경매 대금 16억4000만원을 징수했다.

그 해 6월에는 전씨의 부인 이순자씨가 ‘개인 돈’이라며 199억5000만원을 대납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아들 재용씨가 증여세 포탈 등 혐의로 구속됐는데 선처를 바라는 뜻에서 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검찰은 2006년 6월에도 전씨의 서초동 땅을 찾아내 경매에 넘겨 1억1900여만원에 낙찰 받았다. 그러나 이 돈은 서대문세무서에 1억1600여만원이 배당되고 검찰에는 집행비용만 돌아갔다.

검찰 관계자는 “전씨와 노태우 전 대통령,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공통점은 사실상 스스로 추징금을 납부한 적이 없다는 것”이라며 “전씨의 경우 정말 29만원뿐이라면 이번 집행으로 전 재산의 6분의 1을 빼앗긴 셈”이라고 꼬집었다.

/[email protected] 정지우 홍석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