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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共때 간첩사건 무죄 판결했다

"독재정권 논리" 공격받은 李勇雨대법관
최근 '국가보안법 폐지론' 정면 비판해

이진동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 2004.09.10 18:04 43' / 수정 : 2004.09.10 19:40 28'

▲ 이용우 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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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판결을 통해 국가보안법 폐지론을 정면 비판해 진보 진영으로부터 “구시대 독재정권의 논리”라는 공격을 받았던 이용우(李勇雨·사시 2회·62·사진) 대법관이 5공 시절 국보법 및 간첩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10일 밝혀졌다. 그의 무죄 선고는 상급법원에서 뒤집혔고, 이로 인해 ‘문제 판사’로 찍히는 바람에 후배 기수보다 승진이 뒤처지는 등 인사상 불이익을 당했다.
이 대법관은 1982년 대구지법 형사3부장 재직시 안기부가 검찰에 송치한 김모(당시 40세)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및 간첩 혐의에 대해 장기간의 불법 구속과 고문 상태에서 이뤄진 자백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했다. 서슬퍼런 신군부의 통치하에서 이 같은 판결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 판결은 신군부의 언론 보도 통제로 세상에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법원 내에선 상당한 파장을 낳았고 법원 수뇌부 중에선 “국가관이 없는 판사”라고 격노하는 반응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가 확인한 판결문에 따르면 1967년 포항제철 기중기 운전공이던 김씨는 일본 오사카(大版)로 밀항, 조총련 간부인 아버지를 만나 사상교육과 세뇌교양을 받은 뒤 군사기밀 탐지, 지하당 구축 등의 지령을 받고 돌아온 것으로 돼 있다. 이후 김씨는 1982년 1월까지 15년 동안 아버지와 우편 및 국제전화를 통해 수시로 연락하며 포항 해병사단과 미군부대 상황 등을 아버지에게 넘겨주고 두 차례에 걸쳐 공작금(4500달러)을 받아 6개의 계를 조직하는 등 지하당 구축을 위한 활동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 재판장이었던 이 대법관은 당시 “피고인이 ‘38일간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고문을 당한 탓에 강요된 허위 자백을 했다’고 공소 사실을 부인하는 만큼 피의자 진술의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의 간첩활동 혐의에 대해서도 “간첩 지령을 받았다는 67년 1월 이후 15년 동안 김씨의 언동에서 일상생활의 범위를 넘어 간첩활동으로 지목받을 수 있는 객관적 사실이 하나도 포착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검찰이 항소했고, 대구고법은 “공소 사실에 대한 증명이 충분하고 피의자 신문 조서의 증거 능력을 전부 배척한 것은 잘못”이라며 원심을 파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이번엔 김씨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김씨는 복역 중 1년8개월을 감형받고 89년 출소했다.

이 대법관은 이와 관련, 공보관실을 통해 “이 판결을 국보법 판결과 대비시켜서 볼 성질이 아니다. 법관은 법률과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을 내릴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법관과 함께 판사생활을 한 변호사는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매우 획기적이고 과감한 판결이었다”며 “이로 인해 이 대법관이 여러번 사표를 내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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