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자유게시판 > ‘대학 도서관 CCTV’ 범죄방지냐, 인권침해냐

신학기를 맞아 각 대학 도서관에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하는 문제를 놓고 학생들 사이에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화재나 도난사고 등을 막기 위해서는 감시카메라 설치가 필요하다는 쪽과, 우범지역이나 금융기관 등에서 범죄를 막기 위해 이를 설치하는 것을 대학의 심장부 격인 도서관에 들여놓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잇단 감시카메라 등장=3일 연세대에 따르면 이 대학 총학생회는 도서관 안에 CCTV를 설치키로 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다.

총학생회측은 “잦은 도난 사고로 학습권이 침해받고 있어 도난 방지용 CCTV 설치를 준비 중”이라며 “설문조사를 통해 설치 여부 및 장소, 카메라 수 등을 정한 뒤 대학측에 설치를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양대는 지난 1월 도서관에서 가장 많은 학생들이 머무르는 열람실 안에 CCTV 48대를 설치했다. 열람실마다 각각 6~8대를 가동하고 있다.

한양대 신현식 도서관자율위원회장(24·지구환경공학부3)은 “최근 CCTV 녹화 화면을 이용해 2건의 도난사건을 해결했다”며 “감시카메라 설치 이후 도난 신고가 줄었고, 학생들이 마음 편히 물건을 놓고 다닐 수 있게 됐다”고 순기능을 강조했다.

서울대는 지난 2월 CCTV 3대를 추가 설치함으로써 열람실, 서고, 출입구 등 중앙도서관 내에 32대의 감시카메라를 가동하고 있다. 동국대도 2003년 도서관에 10여대의 CCTV를 설치한 바 있다.

◇“인권침해” 반발=상당수의 학생들은 도서관 CCTV가 사생활과 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를 들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연세대 박모씨(25·인문학부4)는 “학교생활 가운데 많은 시간을 열람실 등 도서관에서 보내고 있는데 공부하는 모습 등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당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며 설치를 반대했다. 이 대학 이모씨(21·공학계열3)도 “CCTV 설치는 학생 전체를 잠정적인 범행 대상자로 보는 것”이라며 “각자 도난을 당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경비활동을 강화하면 될 것”이라고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난해 9월에는 전북대 도서관 자치운영위원회가 도서관 도난사건을 막기 위해 80대의 CCTV를 설치키로 했다가 ‘인권침해’란 내부 반발로 설치를 유보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1월 공공도서관 개인정보 보호실태 직권조사를 벌여 CCTV를 설치·운영중인 14개 공공도서관에 불필요한 CCTV 장비를 회수하고 설치·운영 규정을 수립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열람실 안에 CCTV가 도서관 이용자들의 초상권 등 개인정보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명애·장관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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