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탁한 교육위원회 선거 이대론 곤란하다"
오는 31일 치러질 제5대 시·도 교육위원 선거가 과열 조짐을 보이면서 교육계 곳곳에서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혈연과 지연, 학연을 좇아 어느 출신은 누구를 밀기로 했다더라, 어느 집단은 어느 후보로 단일화했다는 등의 혼탁한 소문도 무성하다. ‘향응제공’ ‘비방 음해’ ‘여론조작’ ‘줄서기’ 등 선거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잡음이 고스란히 재연되는 양상이다. 특히 올해부터 교육위원이 연봉 5천만원 수준의 유급제로 바뀌면서 경쟁률이 역대 최고인 3대 1에 육박한다는 보도다.
선거가 과열되다보니 부산의 한 선거구에서는 입후보 예정자 6명 전원이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지역 선관위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광주의 한 출마예정자는 유권자들에게 식사장소와 시간 등이 적힌 문자 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선관위에 고발되기도 했다. 이처럼 불법·탈법을 저지르고도 당선만 되면 교육위원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교육위원 선거운동은 21일 후보등록을 한 뒤 열흘간 벌이도록 돼 있다. 출마 예정자들은 선거기간이 너무 짧고 선거공보물 외에 자기를 알릴 기회가 지나치게 제한돼 있는 등 선거법이 경직돼 있다고 불평하지만, 이는 수용될 수 없는 논리다. 현재의 교육계 선거제도가 ‘덕망있는 사람을 최소한의 운동으로 뽑자’는 취지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설령 제도가 불합리하다 해도 정해진 규칙을 준수하는 것은 교육계 지도자가 될 사람이라면 너무나 당연한 덕목이다.
사실 교육위원을 간선으로 뽑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전망이다. 이번까지는 전국 55개 선거구에서 11만7천4백62명의 초·중·고교 학교운영위원들의 투표로 선출하지만, 앞으로는 주민 직선으로 바꾸기로 여야가 합의했기 때문이다. 간선에 따른 부작용과 병폐가 워낙 컸음을 방증한다고 하겠다. 출마예정자들이 지금이라도 대오각성해 간접선거도 깨끗하게 치러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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