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완상 - 이산가족 문제, 통 크게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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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는 실제로 보내는 것이므로
기본 예절을 지킴 ***
대통령님,
통일부장관님,
대한적십자사 총재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1950년 12월 8일, 함남 단천의 고향 집에 할머니와 어머니, 하나뿐인 누이, 그리고 평양으로 전근 가신 아버지를 뒤에 두고 삼촌을 따라 월남한 사람입니다. 이제 70대를 바라보는 나이입니다. 할머니와 부모님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리라 추정하고 체념했습니다.
그러나 살아있을 가능성이 높은 누이가 과연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살아있다면 어디서 살고 있는지를 전혀 알 수 없으므로 체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1999년 6월 18일에 이북5도 위원회에 신청하여 통일부 등록번호 33,927번으로 등록되어 대기중인 상태입니다.
저와 비슷한 슬픈 사람들이 많다고 보아, 제 감정과 의견을 가감 없이 밝힙니다.
1.
한반도에서의 이산가족 문제는 인류가 역사를 기록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잔인하게 비인간적으로 다루어진 문제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왜냐 하면, 살아있는지 이미 죽었는지조차 모르게 ‘사실은폐’에 급급한 것이 북한 당국이고, 이에 아무 이의 없이 보조를 맞추어 준 주체가 남한 당국이기 때문입니다.
1988년 이후 정부에 상봉신청을 해 놓은 12만 4800명에게만이라도 북쪽 가족의 생사 여부만은 알려 주도록 애써야 하는 것 아닙니까?
2.
북쪽 이산가족의 생사여부를 애매모호한 상태로 두어 계속 알 수 없게 함으로써 이미 북한에서 죽었거나 행방불명이 된 사람들의 남쪽 가족들로 하여금 ‘혹시나, 혹시나’ 하고 기대하도록 유도한다는 사실, 그래서 북쪽에 원조물자와 돈을 제공하는 것에 반대하는 강력한 세력을 줄이려는 북한 당국의 속셈은 너무나 야비하고 잔인한 짓이 아닐까요?
3.
그 동안 만난 1490 가족에게라도 서신 교환의 기회를 허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발전과정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한 번 만난 것으로 끝났습니다. 포로 면회보다 더 가혹한 화상상봉은 머릿수 늘리기용이므로 이 방법은 없애고, 기왕 만난 가족들에게만이라도 서신교환 기회를 합법적인 경로로 터 주는 것이 훨씬 좋다고 봅니다.
물론 북한당국 입장에서는 상호 서신교환이 무제한으로 허용되면 북한 체제의 약점이 노출될 우려가 있어서 꺼리는 것은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참으로 한심한 사실은 북한이 엉망진창의 나라라는 것은 서신교환이 없더라도 온 천하가 이미 다 아는 사실 아닌가요?
따라서 남한 당국은 서신교환을 강력하게, 끈질기게 요구해야 합니다.
4.
어떤 탈북자는, 이산가족 상봉이 장기적으로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 고 전망했습니다. 그 이유는 풍요롭게 사는 남한 육친들을 만나고도 사상에 동요가 없을 정도로 북한에서 비교적 잘 사는 이산가족이 이제 많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산가족 상봉은 북측이 이 핑계 저 핑계로 거부하여 중단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 말이 적중한 예언이 되어가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5.
이대로 그냥 나간다면, 남한이 햇볕정책 명목으로 북한에 아무런 조건이나 대가 요구 없이 제공한 8조원은 김정일 정권 유지에만 도움이 된 것으로 끝나고, 남북통일의 기초작업인 교류협력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 셈이라고 봅니다. 왜냐 하면, ‘교류협력’으로 남한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이산가족 상봉밖에 없는데, 이것마저 흐지부지 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21세기 지구상에 이 이상으로 냉혹하고 해괴한 연극 ‘햇볕정책’이 또 다시 어디 있을까요? 이런 바보행진이 어느 나라에 있을까요?
6.
남북한의 현집권층은 입만 열면,
“우리는 통일세력이다. 햇볕정책을 비방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은 반통일 세력이다.”라는 논리를 펴왔습니다.
그토록 철저한 통일지상주의자들이라면 마땅히 이산가족끼리 자유롭게 만나는 기회를 실질적으로 증진해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통일의 제1단계 작업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그래야만 국민들과 인민들로부터 위선자로 불신당하거나 멸시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남북한 정치인들과 당국자(이산가족상봉 관련기관에서)들, 특히 “우리 민족끼리”를 잘 외치는 분들은 이산가족 문제를 하루 빨리 정상 궤도에 올려놓을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그 단계를 요약해 봅니다.
가. 남북한 당국은 이산가족 중 생존자자 명단을 ‘거국적으로, 빨리, 정밀하게’ 재작성할 것
나. 이미 만난 사람들과 상봉기회를 대기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상봉일, 상봉방법, 거주지와 각종 신상명세 등등 기본정보를 정리한 명부를 적십자사본사와 지사, 이북5도청(위원회) 등 유관 기관의 민원실에 비치하여 상시 공개토록 하고, 정기적으로 누가 기록을 해 둘 것.
* 이미 만난 사람들과 아직 못 만난 사람들 사이의 정보교환 기회 제공용으로.
다. 서신교환을 하루 빨리 단행할 것
* “우리민족끼리”를 실천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므로 북측이 거부해야 할 명분이 없다고 봄.
라. 상봉 빈도는 최소한 연 4회, 나중에 1회로 늘리고, 마지막 단계로는 상설(수시).
*
마. 상봉장소
A. 금강산 면회소의 문제점
기존 상봉장소인 금강산 면회소는 중단하고 휴전선의 비무장지대에 세 군데쯤 조립식 건물로 지을 것
* 금강산 상봉장은 남한 언론이 통제를 받는 등 자유롭지 못하니까.
* 가까운 시일 내에 통일이 되면 철거해야 할 건물이니까.
B. 가정 방문
상대쪽 가정까지 아무런 통제나 감시를 받음 없이 방문하여 2,3일 정도 자유롭게 침식을 같이 해야 “진짜 이산가족 상봉”이요, “진짜 햇볕정책의 결실”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겠지만, 이 정도는 당분간 체념하는 것이 옳다고 봄. 김정일정권 붕괴의 요인이 될 수도 있을 터이므로.
김정일 위원장이 이산가족 문제를 이 정도로 "통 크게" 해결해 준다면 수백만 이산가족은 김정일 위원장을 향하여 만세를 불러 줄 것이고 북한 원조에 좀더 적극적일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통일부 장관, 그리고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이산가족 문제의 조속한 근본적 해결로 민족에 대한 애정과 정직성을 보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위선적 민족주의자, 말뿐인 통일론자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 참고사항 ■
특별히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님께 따로 질문 드립니다.
1. 대한적십자사 홈페이지의 ‘사업 및 활동’ → ‘남북교류’를 보면 다음과 같은 숫자가 보입니다.
*** 2000년 6월 ～ 2004년 12월말 현재
․ 남북적십자 회담 개최 5회
․ 남북이산가족 방문단 교환 : 10회/9,977명
․ 남북이산가족 생사/주소 확인 : 2회/2,267명
․ 남북이산가족 신청서 접수 : ?<기재숫자 없음>
약 2년 동안의 상황 변화가 전혀 기재되지 않았군요. 너무나 불성실한 홈페이지가 아닐까요? 이토록 기록 관리를 소홀하게 처리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산가족 상봉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대한적십자사의 불성실성을 능히 추정할 수 있다고 봅니다.
2. 특히 남북이산가족 방문단 상봉 인원수를 9,977명으로 부풀린 것은 정말 한국적인 뻥튀기인 것 같습니다.
2005년 5월 30일(월요일), 제가 거기 대하적십자사 본사를 방문하여 확인했을 때에는 1148명이었는데, 이산가족 문제를 거론한 저의 글이
6월 14일자 조선일보 A33면에
[초점 - 고향 방문단]이란 제목으로 실린 후의 어느 날부터 갑자기 9,977명이 된 것을 어찌 해석해야 옳을까요?
혹시나,
청와대나 통일부 쪽에서
“너무 고지식하게 놀지 말라!” 고 호통 친 결과, 궁여지책으로 조작한 숫자인가요?
3. 갑자기 숫자가 늘어난 원인을 귀 적십자사 직원에게 문의한 바,
“그 전에는 신청자 한 명을 상봉자 한 명으로 계산했지만, 상봉장에 동행한 가족 숫자까지 포함하면 9977명이 됩니다.”란 해명이 있었습니다.
이런 계산법이 옳다면 상봉 신청자 숫자도 12만 4천 명의 8.7배로 잡아 약 108만 명이라고 공고해야 옳은 것이 아닐까요?
* 9977 ÷ 1148 ≒ 8.69 → 8.7
4. 상봉신청자 1인당 가족이 8, 9명 정도 동행했다는 이 평균치는 많이 간 집에서는 열 명 이상도 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상봉 장면을 TV나 신문을 통해 본 사람들에게는 상식에 어긋나는 숫자가 아닐까요?
5. 그 동반자 명단이 적십자에사에 보관되어 있고 언제나 아무나 열람할 수 있는가요? 그래서 위의 숫자 9977에 거짓이 없음을 입증할 수 있습니까?
세 분 님들의 건강과 행운을 빕니다.
2006년 11월 24일 금요일 14시 34분
용인시 수지구에 사는 전 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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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는 실제로 보내는 것이므로
기본 예절을 지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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