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계좌추적 영장, 두 차례 잇따라 기각

'별건·보복수사' 논란 등 검찰, 기본단계에서부터 수사 난관

검찰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금융계좌를 추적하기 위해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이 법원에 의해 두 차례나 기각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김기동 부장검사)는 최근 한 전 총리의 금융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그러자 검찰은 압수수색을 필요로 하는 사유와 압수수색 대상 등의 내용을 보강해 영장을 다시 청구했으나 역시 기각됐다.

별건·보복수사와 지방선거 개입 논란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강행하고 있는 수사가 계좌를 추적하는 기본적인 단계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힌 셈이다.

통상 법원은 압수대상을 막연하게 포괄적으로 기재하거나 수사상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경우, 인권과 사생활 침해가 예상되는 경우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한다.

따라서 이같은 영장 기각은 검찰이 한 전 총리를 상대로 필요하지 않은 사항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수사를 시도했다는 법원의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법원에 의한 압수수색영장 기각은 한 전 총리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법원에게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던 검찰의 처신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한 전 총리에게 무죄가 선고된 지난 9일 검찰은 "돈을 주었다는 법정진술을 믿지 못하면 앞으로 부패사건 수사를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며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 판결"이라고 법원을 공격했다.

이어 서울중앙지검 김주현 3차장검사는 지난 11일 "이 사건 판결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핵심쟁점들은 고의적으로 판단조차 하지 않았다"며 "아무런 근거없는 예단과 추측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조차 "수사를 하려면 법원의 협조가 있어도 모자라는 상황에서 오히려 법원을 자극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앞서 검찰은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수감 중인 건설업체 H사 대표 한모씨(49)로부터 지난 2007년 한 전 총리에게 직접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전 총리는 "검찰이 반성과 성찰은커녕 날조된 기획·조작 수사로 '제2의 한명숙 죽이기'에 나섰다"며 "구속된 사기범에 대한 강압협박으로 사건을 날조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