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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의 폐지라는 것의 본질은 다 아시다시피 부계를 기준으로 한 가의 승계제도를 폐지하자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家라는 것은 현재 개인이 인식하는 가족보다는 넓은 개념입니다.
우리나라는 家를 중심으로 혈연관계가 형성되며, 이것은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입니다.
또한 家의 총합은 민족입니다. 국가와는 다릅니다.
즉, 개별적인 家의 평화가 궁극에는 민족의 평화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아울러 孝라는 것은 家라는 개념을 필연적으로 요구합니다.
공산주의로 현실화되는 유물론의 입장에서 이 家라는 개념은 방해요소입니다.
그것은 비단 공산주의 뿐만이 아니라, 제국주의하에서 다른 나라를 식민통치할 때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家라는 모임은 가족보다는 더 큰 개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집단에는 어른이라는 존재가 있으며, 가의 구성원들은 이 어른을 중심으로 정신적으로 연결되어집니다.
그만큼 소집단들의 결속이 강해진다는 것입니다. 어른을 중심으로 아래로 모이는 것과, 개인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모이는 것은 그 결속력이 사뭇 다릅니다. 여기에서 후자가 개인주의적 가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물론자들이 정치적 헤게모니를 잡게되면 이러한 결속이 눈엣가시입니다.
어떻게든 갈라놔야 더 효율적으로 통치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또 하나, 유물론의 입장에서 볼때 조상을 기리는 행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됩니다.
공산화의 과정에는 각 가문의 사당철폐도 철저히 이루어지는 것이 이런 이유입니다.
그야말로 미신이 되는 것입니다. 종교도 마찬가지로 배격되어지는 것이죠.
제사의식은 말할 것도 없이 금지됩니다.
물론 지금의 양상은 사뭇 다르죠.
공산국가에서도 일부 조상의 위폐를 모시는 것을 허용하거나, 간단한 제례를 허용하는 것은 시간이 흐른 뒤의일입니다. 정신적인 문화를 힘으로 억압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죠.
유물론에 입각한 정치문화 속에서는 이렇듯 그들의 필요에 의해 전통적 가의 개념을 파괴합니다.
가승계제도를 없어져야 할 것으로 보는 하나의 예를 들었습니다.
이에 반해 지금의 호주제의 폐지, 즉 家의 승계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전체주의가 아닌, 그와는 정반대로 개인주의를 가속화하기 위한 家 개념의 폐지입니다. 어느쪽이든 극단론입니다.
호주제를 폐지한다고 하여 단지 호적법의 몇개 조항이 없어지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민족의 정신세계와 이어지는 사항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며, 이것이 단지 호주제 문제를 법조항의 문제로만 접근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의 이유입니다.
논리적으로 일관되려면, 호주제의 폐지를 주장하려면 민족주의를 배격해야 합니다. 민족이라는 것은 이미 폐쇄적이거나 구시대적인 의미가 아님에도 일단 민족이라는 관념을 배격하는 것이 가의승계라는 개념을 폐기하는 것과 논리일관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호폐론자들은 민족이라는 것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단위를 너무 좁혀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호폐론자들은 호주제 자체의 폐단을 시정하는 것이 궁극의 목표가 아닙니다. 공식적으로 家의 형태를 바꾸어 놓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가족'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면서 현실적인 동거집단만을 가족으로 규정하고, 서류상으로도 이것을 일치시키자고 주장합니다. 가의 승계라는 개념을 없애버리고, 동시에 家라는 개념을 없애는 것입니다. 이것은 논리모순입니다.
家가 없이는 家族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습니다. 말장난일 지는 모르나 이것은 엄밀히 家族이 아니라 食口(식구)입니다.
가족과 식구라는 말은 어느새 혼용되어지고 있지만, 엄밀히는 다릅니다.
동거하는 가정부는 식구이지만, 가족은 아닙니다. 함께 산다고 무조건 가족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반대로 멀리 떨어져 사는 할아버지는 식구가 아니지만, 가족입니다. 떨어져 산다고 가족이 아닌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가족은 이런 것입니다. 예로부터도 그래왔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호폐측 주장자들은 이러한 반론은 말도 안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서 그럼 당신들이 생각하는 가족은 무엇이냐라고 물으면 명확히 답하지 못합니다. 사실이 개인주의적 가정을 이미 전제하고 있으며, 그것을 공언할 때 논리의 설득력을 잃을까 저어되서입니다.
거기다, 호주제가 폐지된다고 어떻게 가족이 해체되느냐고 말합니다만, 앞서도 말했듯이 그들이 생각하는 가족의 개념과 제가 생각하는 가족의 개념은 다릅니다. 가족이라는 말을 함께 쓰기 때문에 얼핏 말도 안되는 싸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가 말하는 가족의 개념은 그들이 말하는 그것보다 넓습니다. 그리고 제가 말하는 가족의 개념은 호적법을 통해 법적으로도 실현됩니다. 위와 아래가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호주제라는 것의 본질이 家의 승계를 위주로 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동거인을 중심으로 한 집단을 가족이라 정의하는 그들의 시각에서는 호주제가 폐지되어도 당연히 가족이 해체되는 일은 없습니다. 거기에는 승계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따라서 위와 아래가 절연되는 것입니다.
무슨 말이가 하면, 얼굴도 본적이 없는 할아버지는 그저 아버지를 낳은 사람일 뿐, 내 할아버지라는 관념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들으면 호폐론자들은 흥분합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말이죠. 하지만, 그것은 자기들 당사자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봅니다. 아이들과 할어버지의 관계는 생각을 하려하지 않는다는데 그 핵심이 있습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남편쪽 아버지는 할아버지 대접을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외할아버지는 그보다는 뒷전입니다. 현실이 그런 경우가 많죠. 이것은 호주제 때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아이들과 친정에 잘 다녀가지 않아서가 더 큰 원인입니다. 요즘같은 세상에 처가와 담쌓고 사는 남편이 있다면 처음부터 그 결혼은 행복한 결혼이 아닐 것이며, 결혼전에 조건따위나 따지고 서로의 속은 보질 못했다는 것 밖에는 안됩니다. 어쨌거나 이러니까 아예 두쪽다 가족범위에서 논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는 단세포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다시말하지만, 호폐측이 만들려 하는 가족의 형태와, 반대측이 지키려고 하는 가족의 형태는 달라집니다.
왜 호폐측은 수정론을 받아들이지 않느냐에 대한 질문의 답이 이것이기도 합니다.
여성이 어디에고 귀속되어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는 일을 하게 되는 것에서의 해방.
그것이 궁극적 목표입니다.
그러나 생각해보세요.
자신이 자기의 가정에 충실할 수 있는 것은 내 부모를 모셔주는 다른 며느리가 있어서 입니다.
내가 내 가정에 충실할 수 있는 것은 내 부모를 모셔주는 다른 사위가 있어서예요.
이렇게 그들의 시각은 좁습니다.
가족이라는 것은 서로 이렇듯 얽히는 과정 속에 그 화합을 찾아가게 됩니다.
혈연으로 뭉친 서로 다른 家가 혼인을 통하여 화합을 이루는 것이 우리의 전통적 혼인관이기도 합니다.
즉, 이렇게 가라는 개념은 폐쇄적이지 않고, 확장지향적인 조직입니다. 결국 이것이 한민족의 대동단결을 이루어 내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집안과 집안이 연결되는 것이니 당연지사 혼인이라는 것은 아주 엄숙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구요. 이것이 이혼율을 감소시키면 시켰지, 가중시키지는 않는 우리고유의 아름다운 문화입니다.
보세요. 전통관념이 강한 가정이 이혼이 더 많나요. 아니면 서구식으로 자기 편할 데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가정의 이혼이 더 많겠어요.
家개념의 파괴는 이것 하나만 보더라도 부작용의 가능성을 그 자체로 안고 있습니다.
모두들 다시 한번 천천히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지키는 것은 오랜 세월이 걸리나, 무너뜨리고 잃어버리는 것은 한순간입니다.
외양간에 틈이 생기면 그 부분을 수리하는 것이 우선이지, 다 허물었다간 소까지 도망갑니다.
호주제폐지를 반대하는 것은 家의 유지에 핵심이 있는 것이지, 남녀불평등을 유지하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시 말하면 꼭 호주제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家系 를 유지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먼저 내어놓고, 거기에 대해 논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호주제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家系라는 개념 자체를 부인합니다.
즉, 호폐와 반대론의 핵심은 단순히 호적법을 없애자, 또는 개정하자가 아니라, 家의 개념을 유지할 것이냐 아예 법제도로 없애버릴 것이냐에 있는 것입니다.
현행 호주제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아픈 가정들을 다독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 것입니다.
이것저것 두서가 없었습니다.
제 글재주가 이것 밖에는 안됩니다. 너그럽게 생각하시구요.
이만 줄입니다.
작성자 : 강정혜 작성자ID : neok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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