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의 저질 정치와 대한민국의 고민


과연 집권당으로서 국가를 위해 한 것이 무엇인가. 그들에겐 금배지만 있을 뿐 대한민국은 없다
崔應杓(뉴욕거주 회원)

청계천 뚜껑이 열리고 서울 한복판에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기적 같은 자연의 흐름을 다시 오염시키지 않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정치인의 출입을 금해야 한다”는 유명 코미디언의 말이 지금 와서 성경의 한 구절처럼 거룩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 있는 한국인이면 틀림없이 한국정치 현실의 어두운 그림자 탓이라고 할 것이다. 이런 치명적인 경멸과 모욕을 당하고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저질 정치인들에 의해 오염되는 것이 어찌 청계천뿐이랴. 거짓말도 백번 되풀이 하면 진실이 된다고 하는 레닌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민노당과 민주당, 가슴의 금배지는 알아도 정작 금배지를 달아준 대한민국은 모르는 파렴치하고 영혼이 썩어있는 한나라당.

1960년대까지만 해도 아프리카 오지에 사는 원주민들은 코카콜라는 알아도 정작 코카콜라를 만든 아메리카는 모른다고 했다. 일시적으로 목을 시원하게 적셔 주는 마취제가 중요하지 제조과정과 코카콜라가 어떻게 자기 목을 적셔 주었느냐 하는 것은 알 바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여의도 정치계, 특히 남북 혼합형 한나라당이 그렇다. 그들에겐 금배지만 있을 뿐 대한민국은 없다.

집권 여당 한나라당의 존재 이유는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보수의 가치를 지키며 미래의 큰 그림을 위해 끊임없이 개혁하고 보다 나은 새로운 가치창출을 위해 앞으로 나가는 데 있다. 에드먼드 버크의 말처럼 지키기 위해 개혁하는 것이 진정한 보수의 가치다. 일본의 보수를 대표하는 나카소네 야스히로는 최근 출간된 ‘보수의 유언’에서 에도시대 마쓰오 바쇼의 불역(不易)과 유행(流行)을 인용하면서, 변하지 않는 원칙(불역)을 지키며 끝없이 개혁(유행)하는 것이 보수의 원류라고 일러준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 엄격히 말해 여의도 정치계에 진정한 보수는 없다고 보지만, 굳이 한나라당을 보수라고 한다면 한국의 보수는 죽어 없어진지 오래다. 가슴에 금배지만 달아준다면 어느 쪽으로도 기우는 지조와 철학과 이념이 없는 골빈 정당에 보수와 진보의 개념이 있을 리 있는가.

친북좌파의 전유물이 된 ‘새는 좌우 두 날개로 난다’는 비유에 대해 복거일 씨는 “새의 날개를 통제하는 것은 새의 뇌이며, 뇌가 좌우로 분열되면 날지도 살지도 못 한다”고 따끔하게 말한다. 지금 한나라당이 그 꼴이다. 한나라당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존재이유가 무엇인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다시 말해 보수적 가치의 근본이 되는 헌신과 자기희생정신이 없다. 이것은 정신적 국적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처럼 가치혼돈의 시대에 나카소네 일본 前 총리처럼 정치와 외교에 풍부한 경험과 경륜, 정직과 신뢰를 바탕으로 국민의 존경과 신망을 받는 정치적, 사회적 원로가 없다는 것도 우리에겐 불행 중의 큰 불행이다. 나카소네 前 총리는 ‘보수의 유언’ 서문에서 “보수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개혁 한다”며 “보수는 지키는 것과 고치는 것을 똑같이 중시한다”고 했다. 그리고 2009년 자민당이 총선에서 유권자로부터 버림받은 이유는 보수당이 해야 하는 ‘개혁’을 망각했기 때문이라고 정치원로다운 충고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도대체 일본은 무엇을 가지고 21세기의 세계에서 활동할 것인가, 또는 성장을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답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은 ‘보수’에 대한 본질적인 논의를 게을리 했기 때문이다. 보수의 내부에야말로 표류에서 탈출할 수 있는 열쇠가 숨겨져 있다”고 길을 가르쳐 주고 있다.

대한민국 정체성은 자유와 민주와 인간 중심의 기본사상을 지키며 끊임없이 발전하는 ‘보수성’에 있는 것인데, 집권당 한나라당은 그런 기본틀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나 있다. “국가 비전조차 제시하지 않은 채 대중이 받아들이는 것만 하고 있는 포퓰리즘으로는 결국 정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 나카소네 前 총리가 오랜 정치경험에서 얻은 결론이다. 그래서 지금처럼 가치 혼돈을 겪고 있는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대를 바꾸려는 굳은 의지와 박력 있는 결단력, 그리고 국가에 대한 애정과 진정한 보수적 가치를 중시하는 강력한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며칠 전 조선일보의 강석천 논설위원은 칼럼에서 “정치에 제 값을 쳐 줘야 제 몫을 한다”고 했다. 그런데 무슨 값을 쳐 주자는 것인가. 도대체 반 푼어치라도 쳐 줄만한 값어치가 있어야 값을 쳐 줄 것 아닌가. 대한민국의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보수적이지도 진보적이지도 않은 한나라당, 존재이유가 무엇이고, 존재가치가 있기나 하는 것일까. 집권당으로서 지금까지의 행적을 뒤돌아보라. 과연 집권당으로서 국가를 위해 한 것이 무엇인가.

그 사회의 주류적 가치를 지키고 발전시키려는 것이 보수의 기본틀이라고 한다. 그리고 진보란 헨리 와드 비처의 말처럼, 우리에게 씨앗으로 왔던 것이 다음 세대에 가서 꽃을 피우고, 꽃으로 왔던 것이 그 다음 세대에 가서 열매를 맺도록 열심히 살면서 부지런히 일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진보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존재이유와 가치는 그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현 주소를 보라. 참신을 내세우며 당의 주류를 장악한 소장파, 詩 ‘청춘’의 작가 사무엘 울만이 말하는 인생의 깊은 샘의 청신함을 가진 젊음의 소유자가 한나라당에 몇이나 있는가.

국가가 위기를 맞을 때는 도망가고 조금이라도 이익이 돌아갈 기미가 있으면 하이에나처럼 덤벼드는 이익집단 한나라당, 더욱이 국가에 대한 애정과 청신함이 없는 애늙은이들로 구성된 저질 정치집단으로는 2012년의 가파른 언덕을 넘을 수 없다. 대한민국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다시 나카소네의 정치의 조건을 인용한다. “다음 세대를 위해 큰 세계를 여는 것이 정치의 책임인데 그 정도의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투철한 철학, 용솟음치는 인간적인 정열이 있어야 한다.” 지금 한나라당에 이런 정치조건을 기대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안을 정직한 눈으로 들여다보면 분명 그 속에 길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안을 들여다볼 정직한 눈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 또한 대한민국의 고민이다.

미국의 작가이면서 교육가인 제임스 카르세는 “예상치 못한 일에 ‘대응’할 자세를 취하는 것은 훈련이고, 예상치 못한 것을 ‘위해서’ 준비하는 것은 교육”이라고 했는데, 예상치 못한 일에 대응할 준비도, 예상치 못한 것을 위한 교육도 우리에겐 없다. 이런 황무지 같은 환경에서 미래를 위한 큰 세계(변치 않는 대한민국의 보수적 가치와 정통성)를 설계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모든 인간의 지혜와 노하우가 축적되어온 과정과 인간이 써내려온 반성문인 역사에서 길을 찾고, 국가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산 정치에서 미래의 희망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레이건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든,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원칙, 두려움 없는 지도력, 비전을 담은 미래의 설계에서 대한민국 고민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진정 한나라당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는가, 또 그럴 자격이 그들에게 있는가, 이것이 2012년을 앞두고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론은 현 상태의 한나라당에 대한민국을 맡기면 2012년을 장담할 수 없다는데 고민이 있다. 이 상태 그대로 가면 친북 좌파세력은 뭉쳐서 이길 것이고 한나라당은 쪼개져서 질 것이다. 6.2 지방 선거와 4.27 재보선의 참패의 원인이 바로 그런 것 아니었나.

그렇게 당하고도 금배지 노름에 나라기둥 썩는 줄 모르는 한나라당, 결국 친이, 친박과 이념 없는 중도실용이 국가의 위기를 자초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실패한 정부로 끝나면 정권은 다시 친북 정권으로 넘어가고 대한민국의 미래는 예측 불가능 상태에 놓이게 된다. 역사는 몇 십 년 후퇴할 것이고 삶의 질은 다시 1950년대, 60년대로 전락할 것이며 일류국가 진입은 요원해 질 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左로 가자는 친북세력을 이명박 정부가 4년차에 접어들면서도 방치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이 의문이 풀리면 길은 열릴 것이다.

이제라도 여의도의 정치가 제자리를 찾으면 그래도 희망을 걸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정치인들의 양심이 깨어나야 한다. 정직해져야 한다는 말이다. 애늙은이의 틀을 벗고 참 젊음의 참신함과 국가에 대한 애정, 그리고 인간 본연의 양심과 악을 악이라고 부르는 용기를 정치신조로 삼을 때, 한나라당도 살고 국가도 사는 희망의 2012년이 될 것이다.

청계천에 ‘정치인 출입금지’ 팻말이 없어지는 날, 대한민국은 세계 일류국가가 되고, 세계 공동체의 일원인 문명국이 될 것이다.


2011. 5. 25.
崔應杓(최응표) 한미자유수호운동본부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