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삼성 8000억 '강탈'

"친일악질 자본가 처단하라!"
4.19의 거센 폭풍이 몰아치던 4월 28일, 부산 기업가 김지태의 집 앞에 일단의 시위대가 몰려와 구호를 외치며 김지태의 집으로 돌과 횃불을 투척했다, 4.19 시위대에 의해 김지태의 집이 부셔져야만 했던 것은 김지태가 친일행각으로 막대한 부를 축척했던 것과, 자유당에 부정선거 자금을 제공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4.19에 의해 새 정부가 들어섰을 때 그동안 쌓여졌던 민심이 폭발하며 부정축재자에 대한 국민들의 원성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이런 여론에 밀려 허정 과도정부와 민주당은 부정축재 처리법안을 만들었고, 부정축재자처리법은 1961년 4월 10일 민의원을 통과하였다, 1960년부터 8년 전 과거까지 조사하는 소급입법이었고, 이 법이 만들어진 한 달여 후 5.16이 일어났다,

요새 정수장학회로 여론에 오르내리는 김지태는 4.19 당시 부산지역의 부정축재자 1호로 지목받고 있었다, 김지태가 이병철 삼성회장 등과 더불어 5.16 혁명정부에 의해 부정축재자로 처벌받아야 했던 것은 민주당이 입안한 '부정축재자처리법'에 의한 것이었다, 이들 부정축재 기업가들은 재산헌납을 약속하고 구속에서 해제되었다,

일부에서는 5.16 거사자금 제공을 김지태가 거부했다가 부정축재로자로 몰려 부일장학회를 '강탈' 당했다고 주장하지만, 당시 부정축재 척결은 4.19의 열화와 같은 민심이었고, 이 여론에 의해 민주당은 부정축재자 처리법을 만들었고, 5.16군사정부는 4.19의 뜻을 이어받아 부정축재자 처벌에 나선 것이었다, 이런 면에서 5.16과 4.19는 대립이 아니라 계승이었다,

김지태의 부일장학회가 민주통합당의 논리대로 '강탈'당한 것이 맞다면, 노무현 정권의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가 이완용, 송병준 등 친일반민족 행위자 9명의 친일 재산 63억 원에 대해 환수 결정을 내린 것도 '강탈'에 해당된다,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환수법'도 역시 소급입법으로 위헌이었다, 그런데도 박정희가 시행하면 '강탈'이고 노무현이 시행하면 '환수'인가,

민주당에서는 정수장학회에 박근혜가 일시 몸담았던 사실을 들어 박근혜를 정수장학회의 실질적 지배자라며 몰아 부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을 돌아다 볼 필요가 있다, 삼성 장학재단은 노무현 정권 당시 이른바 '삼성 X파일' 사건 이후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헌납한 약 8,000억 원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장학재단이다, 이 역시 이건희도 김지태처럼 사회적 압박에 의한 반(半)자발적 헌납이었다,

이 장학재단에는 한명숙과 함께 크리스찬아카데미 사건으로 구속되었던 신인령이 이사장으로 재직했었고, 남민전 사건으로 5년형에다 강도상해(실형) 전과자인 현 민주통합당 의원 이학영이 재단이사로 재직하는 등, 좌파단체원들의 '쉼터'로 사용되었다, 정수장학회에 박근혜가 몸을 담았었다는 사실만으로 부일장학회가 강탈당한 것이라 주장한다면 노무현도 삼성 8000억 원을 강탈한 것이 되어야 한다.

▼=삼성 X파일 사건 이후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헌납한 8000억원으로 출발하고 있는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 초기 이사회. 중앙에 신인령 초대이사장, 오른쪽 끝에 당시 장학재단 이사를 지낸 현 민주통합당 이학영 의원 모습이 보인다.

박정희가 '강탈'했던 정수장학회에서 장학금의 혜택을 받았던 학생들은 현재 사회 각처에서 든든한 뿌리를 내렸다, 장학금의 사회적 기여라는 긍정적 측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이 '강탈'했던 삼성장학재단의 장학금은 광우병 촛불시위 단체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에 도전해온 좌파단체나 개인들에게 수억 원에서 수천만 원씩 지원된 사례가 드러나기도 했다, 삼성 8000억 원은 노무현의 쌈짓돈이나 마찬가지였다,

엊그제 민주통합당은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당론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주장은 국민의 공감대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친일청산을 부르짖으면서도 이완용의 재산은 위헌을 감행하면서까지 재산을 빼앗았고, 친일파 김지태의 재산은 법원의 판결마저 무시하며 재산을 찾아주려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민족정기나 역사 바로세우기가 친일청산의 목적이라는 것은 허구일 뿐, 김지태에게는 박정희가, 정수장학회에는 박근혜가 관련되어 있기에 순전히 정치적 공세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2009년에 전 신동아 회장 최순영은 이렇게 절규했다, '김대중 정권 실세들이 굶주린 이리떼처럼 달려들어 20조짜리 회사를 뜯어먹었다' 그렇다면 '신동아그룹 사회환원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여 반성부터 하는 것은 어떨까,

정수장학회를 사회 환원하겠다는 민주통합당의 주장이 국민공감대를 얻으려면 자기 발등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정수장학회가 강탈당한 것이 맞다고 주장하려면, 형평에 맞춰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 63억 원, 삼성 헌납금 8000억 원은 노무현 일가에게 뱉어 내라 하고, 신동아그룹 20조 원은 김대중 일가에게 뱉어 내라고 촉구해야 최소한 국민들이 공감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