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치호는 친일파가 아니다.
윤치호는 친일파인가? 종북 세력에 의해 억울하게 마타도어 당한 인물들은 많지만 그 중 한 사람을 지적한다면 좌옹 윤치호를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윤치호를 마치 이완용 박제순과 같은 친일파의 범주로 몰고 갔지만, 그의 행적을 보면 과연 친일파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윤치호를 친일파로 매도하는 측에서 윤치호가 친일파라는 근거로 제기되는 것이 1913년 105인 사건 이후의 전향 선언서와 창씨개명, 친일 단체에 명단이 올라간 것, 1940년대의 몇 개의 학도병 권고 칼럼과 강연이다. 그러나 종북 세력이 제시한 이런 자료들은 그가 친일했다는 증거가 될 수가 없다.
전향 선언서는 독립운동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그것이 일제나 총독부에 대한 적극적인 충성 맹세나 미화, 찬양도 아니니 이를 일제나 조선총독부에 충성하겠다 라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그는 한일 합방 후 어떠한 작위도 받지 않고, 돈과 지위도 거절했다. 윤치호는 중국의 중서서원(둥우 대학)과 미국의 밴더빌트 대학, 옥스퍼드 대학(중퇴), 에모리 대학에서 공부했다. 그는 합리적이고 냉정하였다. 그가 작심하고 친일파가 되려 했다면, 1910년 한일합방 직후에 작위와 돈을 받을 수도 있다. 불필요하게 독립운동에 참여했을까?
더구나 전향 선언서를 쓴 뒤 독립운동가들을 비방하지도 않았고, 일본에 적극적으로 충성이나 협조하지도 않았다.
창씨개명은 윤치호 개인의 의지나 의사가 아니었다. 윤치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결정된 일이다. 이동 으로의 창씨개명은 어디까지나 윤씨 문중, 집안에서 정한 일로 억지로 끌려간 것이다. 윤치영은 창씨개명을 반대했으나 묵살당했고 윤보선은 당시에는 딸만 있었기에 창씨개명을 거부했지만 외부 활동을 하지 못했다.
지금도 한국사회는 개성이 강한 사람, 자기 주장이 강한 사람은 이기적인 놈으로 몰고 매장시키기 바쁘다. 왕따도 당하고 축출되기도 한다. 하물며 유교 사상의 잔재가 남아 있던 일제 강점기, 공자와 주자의 사상만이 옳고 다른 생각은 전부 틀렸다고 하는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선비들이 그때까지 살아있었는데, 윤치호가 혼자 쉽게 저항할 수 있었을까? 아무리 돈이 많고 사회적인 지위가 높더라도 혼자서 수천, 수만 명을 상대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나와 생각이나 취향이 다른 사람을 존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아니면 왕따나 따돌림이 두려워서 그런 사람을 피하거나 멀리하는 사람이라면 감히 윤치호를 비난할 자격은 있는가?
친일 단체에 이름을 올린 것은 형식적인 것이었다. 어떤 단체에 이름만 올려놓는다고 해서 그것이 곧 그 사람의 신념은 아니다. 한국의 가장 큰 문제가 의사나 업자들이 무슨 대한OO협회, 한국XX협회 등의 정회원, 준회원, 이사 등의 감투를 쓰면 뭔가 대단한 존재, 대단해 보이는 것처럼 착각, 망상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대한OO협회, 한국XX협회의 감투를 쓴다 해서 그 사람이 특별히 그 분야에 더 뛰어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감투 보다는 그 사람의 경력을 봐야 하지 않을까?
그는 임전보국단 결성에 명단을 올렸지만 임전보국단의 창립 발기식부터 불참하거나 빠지기 일쑤였다. 임전보국단 주최 행사에도 잘 나가지 않았다. 대정친목회에는 억지로 한두번 나갔다가 환송과 환영회 외에는 할 게 없는 단체라고 조롱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어떻게 윤치호가 친일파란 말인가? 명단만 올려놓고 제대로 나가지 않은 것을 문제삼는 자들이 보도연맹 문제를 갖고 억울한 희생이다, 명단만 올려놨는데 학살했다고 하는 것은 이중잣대가 아닐까?
1940년대의 몇 개의 학도병 권고 칼럼과 강연. 이것이 과연 친일파라는 증거 자료는 될 수 있을까? 태평양 전쟁 후 몇 개의 학도병 칼럼과 홍보물에 그의 이름이 들어 있다. 그러나 당시 창씨개명이나 태평양 전쟁을 홍보하는 것들 중에는 명의도용 전문가인 모 씨와 언론인 박모 씨 등이 대필했다는 의혹이 있다. 과연 윤치호의 것이라고 명의도용이나 대필이 없다고 단정지을 수 있는가?
억지로 강연에 초빙된 윤치호는 강연을 회피하거나, 불참하거나, 한글로 이제 일제는 패망할 지도 모르니 학도병에 가지 마라, 학도병도 우러나와야 가는 것이지 싫다면 갈 필요가 있느냐는 취지의 강연을 했다. 곤란하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먼저 온 연사들이 다 하셨으니 내가 할 말이 없다고 하고 내려가기도 했다. 일본의 진주만 기습 이후에는 사회가 크게 바뀔지도 모르니 참고 기다리고 인내하라는 주제로 설득을 하였다. 명의 도용, 마지못한 순응 등이 과연 윤치호가 일제의 강제동원령에 적극 참여, 지지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을까?
윤치호는 친일파인가? 이완용이나 박제순 같은 악성 친일파도 있고, 정3품 이상의 고위직에 있으면서 무책임하게 시류에 편승한 중추원 고관들도 있고, 이광수나 박중양처럼 조선인들의 비열하고 편협한 근성에 절망한 신념형 친일파도 있고, 최남선 같이 자신의 학문과 사업을 지키기 위해 친일파가 된 이들도 있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순응한 수만 명의 하층민들도 있다. 그런데 윤치호는 일제나 조선총독부를 찬양한 적도 없고, 협력하지도 않았다. 친북세력의 친일파라는 주장은 그가 처한 환경이나 위치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가 왜 그러한 선택을 했는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감정적인 인신공격에 가깝다. 윤치호가 친일파라는 주장은 터무늬없는 억측과 편견에 가까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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