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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메이커 이회창' 가능성 있나>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잇단 대권도전 실패 후 은퇴한 이회창(李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가 오는 2007년 대선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른바 ``창(이 전 총재 별칭) 역할론'이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 전 총재가 두 차례 대권후보로 나섰다가 정권창출에는 실패했지만 차기 대선에서는 야권의 후보 결정과정은 물론 선거 결과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른바 `킹메이커 이회창론'이다.

이같은 주장의 근거엔 이 전 총재가 두 차례 대선에서 패배하긴 했지만 15대 대선에선 994만표, 16대 대선에선 1천144만표라는 득표력을 보인 바 있고, 지금도 각종 조사에서 여전히 10% 안팎의 지지도를 보이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이 전 총재측은 `창 역할론'에 대해 이미 정치를 떠난 점을 강조,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면서 분명하게 선을 긋고 거리를 두며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행보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하지만 `창 역할론' 주창자들이 주로 과거 그를 보좌했던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이 전 총재의 의중이 실린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직접 언급이 없었더라도 심기를 읽고 정지작업에 나선 게 아니냐는 것이다.

때마침 이 전 총재의 지지자 모임인 `창사랑'에선 그의 정계복귀를 주장하는 전국순회 집회를 시작하고 있어 `창역할론'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정치권의 대표적 `창 역할론' 주창자는 한나라당 공성진(孔星鎭) 의원.

공 의원은 지난 16대 대선 때 대학교수, 기업인 등 전문가 출신 자문그룹인 `북악포럼'을 이끌었다. 북악포럼은 지금도 50여명의 회원이 한 달에 한번씩 모임을 갖고 있다.

더욱이 이 전 총재는 공 의원이 라디오방송에서 공개적으로 `창 역할론'을 언급, 정치권의 관심을 받고 있던 지난 6일 북악포럼과 오찬회동을 가졌다.

공 의원은 `창 역할론'에 대해 "이 전 총재가 대선후보로 다시 나서 도전한다는 게 아니다"면서 정계복귀론과는 구분하고 있다.

다만 이 전 총재가 정계은퇴를 선언했다고 하더라도 그 자신이 일정한 정치적 영향력을 갖는 `정치적 존재(political existence)'라는 데서 출발한다.

대선이 본격화돼 후보간 다양한 합종연횡 시나리오와 움직임이 구체화되면 이 과정에 이 전 총재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공 의원은 "대선 과정에 각 후보간 전략적 제휴가 있을 경우 이 전 총재가 한 때 보수세력을 대표했던 인물로서 보수세력 결집에 무게중심을 실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한나라당은 물론 야권내 대권주자들이 이 전 총재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창 역할론'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 야권내 대권경쟁이 가속화되면 될수록 "이 전 총재가 누구와 만났다" 또는 "이 전 총재가 누구를 긍정 평가했다"는 식의 `창심(昌心) 논쟁'은 더 가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또 이과정에 억측과 오해, 부풀리기 주장이 쏟아져 진실게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상정해 볼 수 있다.

일례로 이 전 총재측과 고 건(高建) 전 총리가 모두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선 경기고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간의 접촉설에 주목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 전 총재의 정치활동 재개나 대선과정에서의 역할론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창 역할론'을 그대로 인정하기엔 당장엔 무리가 있다.

또 정치권 일각에선 이 전 총재 역할론이나 `창사랑'의 정계복귀 요구 움직임이 몇몇 정치적 재기를 노리는 인사들이 자신의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기 위해 이 전 총재를 악용하는 측면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전 총재의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이 전 총재측은 이 전 총재 역할론이 부각되는 데 대해 "곤혹스럽다"면서도 정작 이 전 총재는 이들에 대해 직접적으로 자제를 당부하거나 자신의 뜻과 무관하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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