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被疑者) 조사에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

총선과 대선 때면 내 기사를 「찌라시」 형태로 돌린 시민들이 고발당해,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과 검찰에 불려 다닌다. 지난달엔 대선 기간 한 주간신문에 기고한 정동영 비판 기사 때문에 법정에 섰다. 허위(虛僞)사실을 글로 써 처벌된 적은 없지만, 좌파는 일단 고소·고발부터 하고 본다. 이런 식으로 기자 생활 7년 하며 십 수 차례 불려 다녔다.

오늘은 종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광우병 난동(亂動) 당시 한 교회집회에서 했던 강연 중 한 마디가 트집 잡혔다. 民刑事 고소·고발이 다 들어왔는데, 민노당·민노총이 원고이고, 실천연대 대표 김승교 변호사가 소송대리인이다. 담당 경찰관 말로는 약식 기소가 불가피하다고 한다. 벌금 얼마 내는 것보다 아내의 한숨이 더 걱정스럽다. 『약속 있다』며 집을 나왔는데, 다행히 어디를 가는지 눈치는 못 챈 것 같았다.

억대의 소송이 두 번째 걸린 날 아내는 내게 물었다. 『왜 이 일을 하느냐?』고.

나는 좌파를 비판하지만, 그들을 미워한 적은 없다. 분노나 증오는 동력이 되지 못한다. 영화「크로싱」을 보기 위해 세 번이나 극장을 찾으며 아내에게 속으로 답해줬다. 「나는 죽어가는 저들을 살리고 싶어 이 일을 하고 있다」고.

국민 학교 시절 『허무(虛無)』라는 한자를 일기장에 적고, 중학교 땐 깨달음을 위해 단전호흡 책 보며 꽤나 고민했었다. 대학에 왔지만, 학교는 형식(形式)이었다. 한 소식 한다는 도인(道人)과 명산(名山)을 찾아 수행에 전념했다. 집에선 고시생인 줄 알았지만, 산에서 토굴 뚫고 명상하던 때가 더 많았다.

불교, 유고, 증산도, SM, 호흡, 명상, 온갖 사이비 종교까지 두루 섭렵하며, 체험도 늘었다. 채식(菜食)만 9개월 하면서 태극권 연마에 전념하던 어느 날, 척추를 따라 뜨거운 기운이 하루 종일 도는데 주체할 수 없었다. 손에선 열기가 한없이 뻗어 나왔다. 내 안의 에너지는 극에 달한 듯 했다. 진리를 찾고, 깨침을 얻는 것 같았다. 그러나 역시 해답을 얻지 못했다. 『나는 왜 사는가?』

20대 방황이 남긴 흔적은 방안 가득한 잡서(雜書)와 온갖 무술 연마로 얻은 체력, 그리고 실패뿐이었다. 도반(道伴)들과 함께 출판사업과 벤처기업을 차려봤지만, 되는 일이 없었다. 거기엔 언제나 세상에 나를 던지지 못하는 병(病)이 있었다. 『나는 왜 사는가?』

독실한 기독교인을 회의론자(懷疑論者)로 개종시킬 만큼 법력(?)이 높아질 무렵, 거듭된 사업실패와 100번 넘는 취업원서마저 모두 빠꾸 맞았을 때, 노가다 판에서 자신을 혹사시키며 빈둥거리던 그 시절, 나는 자연스럽게 교회를 찾았다.

예전 그 시절 「종교적 집중력」으로 성경을 읽고, 기도원을 돌며, 새벽재단을 쌓았다. 그리고 북한을 보았고, 남한을 알게 됐다. 어느 날 답을 얻었다. 『나는 저들을 사망에서 살리려 살고 있다』고.

죽음은 언제나 왼편에서 혀를 내민다. 지금 당장 죽을 지, 내일 죽을 지 우리는 모른다. 소유나 욕심은 애당초 큰 뜻이 없었다. 하늘이 준 사명(使命)이 있었고, 그것이 나를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