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IPT type=text/javascript> 미국 국방부는 16일 의회에 제출한 '중국의 군사·안보력 평가'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 지도자들은 역내(域內) 불안정이 중국 국경 너머로 번지거나 중국의 경제발전과 정치 안정을 해치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중국은 한반도의 혼란으로 역내 안보 역학이 바뀔 경우 군사적 전개나 배치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 권력이 갑자기 무너지는 급변(急變)사태가 발생해 사태가 중국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경우 중국은 인민해방군을 북한과의 국경지대로 이동시킬 것이란 이야기다. 중국이 인민해방군을 북한 안으로 진주(進駐)시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미국 정부 보고서가 북한 급변사태 때 중국이 어떤 군사적 대응을 보일 것인지를 거론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이 북한 급변과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 문제를 가상(假想)의 차원에서 현실 차원의 문제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은 지난 2008년 5월 중국 심양군구 소속 공병대 200여명이 단둥(丹東)시 인근 압록강에서 부교(浮橋) 설치 훈련을 실시하는 등 북한·중국 국경지대에서 여러 차례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이때도 중국이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미국은 보고서에서 '역내 안보 역학(力學)이 바뀔 경우' 중국이 군사적 개입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생각하는 동북아 안보 역학의 변화에는 북한 권력이 무너진 후 예상될 수 있는 한국 주도의 통일 과정도 포함된다. 만약 지금의 북한 권력이 무너져도 중국이 친중(親中) 정권을 유지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한국 주도의 통일은 이 중국의 벽과 마주칠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제안한 '통일세(稅)'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흡수통일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렀다. 청와대는 "언제든 닥칠 수 있는 통일에 대비하자는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이 설명이 국제사회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이다. 미·중이 북한 급변사태를 현실의 문제로 보고 다루기 시작한 이상 당사자인 대한민국의 대응은 더욱 현실적 절박성을 띨 수밖에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