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수입차를 탄 사람은 매국노 취급을 받을 정도로 외제차는 매국의 상징이었다. 아무 곳에나 주차했다간 차에 흠집이 나기 일쑤였고, 때론 국세청의 세무조사도 감수해야 했다.

그런 애국심은 수입차 시장이 처음 열린 1987년 고작 10대 팔리는 데 그치게 하고 시장 개방 15년 동안 점유율 1%를 넘지 못하게 한 원동력이 됐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산차들은 이런 애국심에 기반한 내수시장의 압도적 점유율을 발판으로 세계 시장에서 GM이나 도요타를 위협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게 됐다.
하지만 24년이 흐른 지금은 상전벽해다. 2010년 기준 9만562대가 팔렸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5만1664대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1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애국심으로 국산차를 고르던 시대는 ‘종말’을 선언해야 하는 날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세계일보가 국내에 진출한 수입차 시장의 최고경영자(CEO) 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CEO들은 상반기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면 최소 11만여대에서 최대 14만여대까지 판매량이 늘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낙관론의 가장 큰 이유는 수입차에 대한 거부감 실종이다. ‘애국 마케팅’에 안주해 온 국산차 업계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올해 수입차 시장 점유율 전망은 10%와 9%로 응답한 CEO가 각각 6명이고, 나머지 2명은 11%라고 답했다. 상반기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이 7.8%였던 점을 감안해도 CEO들이 한국 시장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수입차 시장의 성장 배경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서 이들은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변화(9명) ▲다양한 신차 출시(8명) ▲공격적 마케팅(3명) ▲영업·서비스망 확대(2명) 순으로 답했다.

문제는 수입차 점유율의 증가 속도가 더욱 가파를 것이란 점이다. CEO들은 앞으로 4년 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을 15% 이내(10명)와 15∼20% 이내(4명)로 예상했다. 이들은 수입차 대중화시대의 가장 큰 걸림돌로 비싼 애프터서비스(AS) 비용과 서비스센터 부족이라는 데 대부분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