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시게 미소 짓고 있는 아이들 영정 사진 앞에는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 피자와 치킨부터 삼겹살, 갈비, 전, 부침개까지 보통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이 한가득 차려졌다. 소박하지만 특별해 보이는 음식도 있었다. 아이가 평소 좋아했던 음식들이다. 소소한 과자는 물론이고 엄마가 아이에게 자주 해 먹였던 주먹밥까지 가득 놓여 있었다. 음식은 점점 차갑게 식어가는 데 사진 속 아이들은 그저 웃기만 했다. 유가족들은 아이들 사진과 음식을 번갈아 보며 오열했다. ....




아이 잃은 부모들...끝까지 싸우겠다

“우리언니...명절이라서 더 생각나”

명절이 끝나면 유가족들이 바라는 특별법을 처리해주길

이날 행사에서 2학년 7반 이수빈 어머니 박순미 씨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10명의 실종자 가족들에게 쓴 편지를 낭독했다. 박순미 씨는 “연약하고 불쌍한 유가족은 10명의 실종자를 위한 기도를 하고 있다. 어찌 아직도 가족을 보러 흔적조차 돌아오지 못하고 어둡고 차가운 공간에 있나”라며 “가족들은 당신들을 애타게 기다리면서 살아도 산 게 아니다”라고 함께 애통해 했다.

박 씨는 진도에서 가족을 기다리는 이들 곁에 함께 있어주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미안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아이를 잃은 부모로서 끝까지 함께 할 것을 재차 강조했다. 박 씨는 “죄송합니다. 그곳(진도)에 끝까지 기다리지 못해 미안합니다. 애타는 눈물 곁에서 닦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라며 “저희 안산 단원고 학생 유가족은 여러분을 잊은 적 없으며 끝까지 싸우고 여러분과 함께라는 걸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과 같은 자리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에 대응하고 끝까지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로 언니 김빛나라(단원고 2학년)를 잃은 동생 김하슬린 양의 편지도 이어졌다. 김 양은 “가족 친지와 보내야 하는 명절인데 눈물이 나고 마음이 아프다”며 운을 뗐다.

김 양은 “명절이라서 그런지 언니가 더 보고 싶다. 함께 자며 장난도 치고 서로 마음속 비밀 이야기도 하고 커서 하고 싶은 일도 얘기했는데 그게 꿈같다”며 “시간이 지나면 보고픈 마음이 덜 할 줄 알았는데 더 보고 싶다”고 말한 뒤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눈물을 삼킨 김 양은 편지를 힘겹게 읽기 시작했다. 김 양은 “부모님들은 언니, 오빠들의 억울한 죽음을 진상규명하기 위해 국회, 청와대 앞과 광화문에서 집처럼 생활하고 있다”며 “저러다 쓰러지며 어쩌나, 부모님을 잃을까봐 무섭기도 하다”고 힘겨운 심정을 고백했다.

김병권 위원장은 “아이들과 일반인, 그 피로 대한민국이 안전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며 “국회와 정부가 유가족을 울리게 한 것, 우리를 눈물 흘리게 만든 것, 피눈물 나게 한 것 배로 갚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정부, 국회는 왜 유가족들을 슬프게 하는지 모르겠다. 제발 명절이 끝나면 유가족들이 바라는 특별법을 처리해주기 바란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행사를 마친 뒤 오전 10시께 추모공원을 방문한 뒤 오후에는 광화문 광장에 모여 '국민 한가위 상 차리기' 등에 참여할 계획이다.


김세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