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열린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많은 뉴스 거리를 낳았다. 당초 알려졌던 고가 아파트 매입 채무 관련 의혹 뿐 아니라, 15억여원을 빌려준 사업가 박경재 씨와의 관계가 쟁점으로 부상했다. 천 후보자가 박 씨와 함께 해외 골프여행을 갔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천 후보자의 부인이 박 씨와 같은 날에 같은 명품을 구입한 사실도 확인되었다.
돈이 없어서 세금도 못내는 동생으로부터 5억원을 빌렸다는 설명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었다. 천 후보자가 말한 아들의 ‘교외에서의 작은 결혼식’이 사실은 6성급 최고급 호텔에서의 결혼식이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그런가 하면 다른 사람의 리스 승용차를 무상으로 사용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이 제시되었다. 그야말로 백화점식 의혹들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혹들에 대해 천 후보자는 ‘모르쇠’로 일관하여 책임있는 답변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KBS 9시뉴스 화면
대한민국 검찰총장 내정자의 검증과정에서 부상한 뜨거운 뉴스였다. 그런데 공영방송 KBS의 9시 뉴스는 너무도 침착했다. 다른 소식들 다 전하고 11번째 꼭지에 가서야 인사청문회 소식을 다루었다. 그것도 1분 44초라는 짧은 시간동안. 편집도 김이 빠진 식으로 이루어졌다. 의혹을 추궁하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 가운데서 비교적 무난한 부분을 뽑아, 천 후보자가 궁지에 몰리는 듯한 분위기는 피할 수 있게 해주었다. 다른 방송사의 뉴스들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는 방식이었다.
다른 방송의 뉴스들은 어떠했는가.
MBC 뉴스데스크는 한-EU FTA 소식에 이어 곧 바로 인사청문회 내용을 세 꼭지로 비중있게 다루었다. 사업가와 골프여행 (2분 27초), ‘교외’ 작은 결혼식? (2분 6초), 해명못한 23억 (2분 13초). KBS의 3배가 넘는 분량으로, 그것도 질문의 송곳같은 하이라이트만 잘 편집해서 내보냈고, 23억원의 출처에 대한 의혹이 풀리지 않았다는 평가까지 내보냈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한 심층보도였다.
SBS 8시뉴스도 인사청문회 소식이 2분 21초 짜리 한 꼭지에 불과했다. 수박 겉핥기식인 것은 KBS와 마찬가지였지만, 그나마 SBS는 한-EU FTA 소식들을 잇달아 전한 뒤 곧바로 7번째 꼭지로 다루어 KBS보다는 비중을 두었다.
결국 지상파 3사 뉴스 가운데 천성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보도에 가장 인색했던 것은 KBS였다. 어제 밤 KBS 뉴스만 본 사람은 천 후보자에게 그렇게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고 자격논란이 불거질만한 상황인지 파악할 길이 없었을 것이다. 반대로 다른 방송사 뉴스도 보고 KBS 뉴스도 본 사람은, KBS 뉴스가 천 후보자 관련 의혹을 얼마나 열심히 덮어주었는지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KBS 기자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들 하고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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