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필자도 적극참가의사 32.1%라는 통계를 보고는 속으론 33.3%가 무난히 달성되리라고 예상했는데, 예상이 빗나가 할말이 없다.

하긴 멀쩡한 날에 강제도 아닌 자율의사로 당장 뭐가 생기는 것도 없는 일에 3분지 1이 참석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리라.

그러나 그 속내를 보면 우리사회의 가장 고질적이고 극명한 대립구도 때문이다.

즉, 이번 같은 주민투표에 있어 직장인은 투표행위 자체만으로 정치적 성향이 드러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여 직장 내에서도 친한 사이가 아니면 투표 사실 자체를 숨기거나 대화 주제로 건네지 않는 상황이라고 한다.

쉽게 표현해서, 직장 내의 공공연한 비밀인 XX출신자들의 단결 앞에 혼자 낙인찍히는 것이 무섭다는 것이다.

즉, 혼자 낙인찍히지 않을 사회적 방어막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투표독려 위주로 적발하고, 투표장소를 출퇴근 시민에게 불편한 장소로 이전 혼선 야기 시킨 선관위의 수작도 아주 얄궂게 먹혀들어, 강남지역도 투표율이 낮았지만 비강남지역은 이 보다 투표율이 더 낮았고, 이조차도 강남이 두드러지게 보일 정도로 편 가르기 구도를 형성하였는지 모를 일이다.

이번 일의 깊은 근본원인을 보자면, 집권초기에 1차적으로 방송을 접수하지 않고, 2차적으로 선관위를 제대로 접수하지 않은 이명박의 잘못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닭그네의 얌체적 발뺌으로 지지세가 희석된 점과 사전에 패배를 인지하고 출구모색에만 몰두한 한나라당의 김 빼기식 자세도 일조했다고 본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오세훈의 전략이다.

서울시장 후보가 되기 전에 한나라당에다 빈정거리는 소리나 해대고, 시장되고 나선 최열 같은 좌익들과 친교하는 식으로 스스로 우파적 정서의 밖에서 실컷 놀다가 곽노현의 영향력이 실질적으로 서울을 지배하니까 “약간 물타기”하며 싸운 게 “단계적 무상급식”이었을 뿐, 선명하게 무상급식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었다.

“단계적 무상급식”이라는 희멀건 태도는 빨간색과 파란색의 싸움이 아닌 빨간색과 오렌지색의 싸움이었던 것이다.

사실 우파국민들은 선별적 복지가 아닌 보편적 복지인 무상급식 자체를 반대한다.

그래도 빨간색과 싸우느라고 오세훈을 편들어주었을 뿐, 불과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오세훈에게 그리 호감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편들지 아니하면 좌파의 포퓰리즘적 무상공세를 제어할 수단이 없어 도리가 없이 목이 터져라 오세훈의 입장을 지지하였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오늘날 구미 각국의 과잉복지에 따른 재정파탄으로 시끄러운데,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보면 우리의 미래도 이대로 가다간 10년 이내에 유럽과 똑같은 상황에 봉착할 거라는 느낌이 든다.

과거 선진국에서도 ‘홈리스’ 지원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는데, IMF 이후 우리사회도 알게 모르게 노숙자라는 해괴한 집단이 등장하게 되었는데, 이들은 선거권 때문에 얻어먹는 사실을 부끄러워하거나 고마워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주장하는 세태를 연출하고 있다.

나라가 망하는 데는 길거리에서 동냥하는 거지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말이 있듯이, 거지들의 선거권 때문에 계속 무책임한 장미빛 공약을 남발하다가 결국 제살 파먹기로 종결된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나 똑 같지만, 이런 식으로 사회적으로 책임지고 부담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푸대접 받는 풍조는 망조의 지름길이다.

원래 사람이란 게 그렇다.

공짜로 자기 집 앞을 누가 쓸어주다 보면 고마운 이웃이라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보다 못난 인간으로 여기고 천대하며 심하면 자기 집 앞을 일부러 더럽히며 조롱한다.

땡깡 부릴 데가 없어 자기 집 앞을 더럽히면서도 남들이 치워주지 않으면 그대로 쓰레기 터가 된다는 사실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번 무상급식도 처음엔 배고픈 자를 구휼하였는지 몰라도, 차차 강제로 쳐 먹이기로 바뀌면서 학생들도 위생문제, 반찬문제로 불만이 만들어지고, 우리가 낸 세금으로 좌익들은 급식노조와 식자재 공급을 통하여 그들의 실리를 더욱 굳혀가는 것이다.

끝으로, 이번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참여율이 25.7%라는 재미있는 숫자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비록 오렌지색이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빨간색이 더 싫다는 사람들의 비율이요, XXX의 눈치를 이기는 비율이다.

게다가 25.7이라면 어디서 많이 듣던 숫자다. 그렇다. 바로 “국민주택규모 25.7평” 말이다.

지금은 미터법으로 ‘전용면적 85㎡’라고들 하지만, 아직도 우리의 뇌리에는 대부분 옛날식으로 표현한 ‘전용면적 25.7평’이 남아 있을 것인 즉, 뭔가 ‘진정한 국민의 비율’ 같지 않은가.

그런데, 이런 25.7%라는 의미심장한 비율의 애국국민들이 어차피 좌파에게 이길 수 없는 장밋빛 공약 개발에 한나라당이 매달리는 태도를 보면, 다음에도 한나라당을 지지할 것 같지는 않다.

이분들의 마음에 드는 애국우익정당의 출현이 요원한 실정이라는 거다. <끝>

<부 추 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