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사퇴하라”… 불길 커지는 한나라
소장 그룹·親李 일부 “조기 전대 위해 결단해야”
한나라당 쇄신과 화합을 위한 해법으로 ‘조기 전당대회론’을 제기한 소장 개혁 그룹과 일부 친이(친이명박) 진영 의원들이 조기전대를 위한 ‘선(先)지도부 사퇴론’을 들고 나왔다. 박희태 대표와 친이 주류에서 조기전대론을 반대하는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들은 사실상 리더십을 상실한 당 지도부를 그대로 두고 쇄신안을 추진해 봐야 내분을 수습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박 대표를 포함한 최고위원들의 ‘결단‘이 ‘쇄신’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할지 주목된다.
친이계 의원들로 구성된 ‘함께 내일로‘공동대표인 심재철 의원은 12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조기전대를 위해서는 지도부가 사퇴해야 한다”며 “최고위원들을 만나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 성향의 소장파 의원 모임 ‘민본21’소속 권영진 의원도 가세했다. 권 의원은 “수습할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당 지도부는 무책임하다”며 “지난 집권 1년2개월 동안 국민들로부터 엄중한 평가를 받았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쇄신특위에 기대 자리를 보전하겠다는 건 국민들 보기에 무책임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권 의원은 “그동안 지도부 사퇴 요구를 하지 않았던건 당 차원에서 질서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노력을 기대했던것”이라며 “미봉책으로 그치면 더 큰 혼란과 갈등이 반드시 분출되기 때문에 지도부 사퇴는 지금이 적기”라고 덧붙였다. 중립 성향의 중진인 이한구 의원도 “당이 국정의 중심에 설 수 있는 힘 있는 지도부가 들어서야 한다”며 지도부 사퇴론에 힘을 실었다.
소장파 의원들의 ‘지도부 사퇴’ 대상으로 지목된 정몽준 최고위원은 재보선 결과 나타난 민심에 당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중대 결단’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에서 “한나라당 지도부가 리더십에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고 조기전대도 (당 쇄신을 위한)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기전대 시점에 대해서는 “10월 재보선에서 이번처럼 ‘5대0’이 되면 어떡하냐는 걱정이 있는데 그런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며 10월 이전에 전당대회를 여는 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조기전대나 지도부 선사퇴론에 대해 쇄신특위 결과를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신중론도 여전하다.
김백기기자 bkikim@ 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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