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일칼럼]우리 말글을 빛낼 좋은 법 만들자
이 대 로 〈우리말글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국어기본법(안),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4월10일 오후2시에 세종문화회관 토론실에서 국어 기본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문 화관광부 주최로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는 근래에 보기 드물게 방청객이 많이 와서 토론회 가 매우 뜨겁고 진지한 분위기였다. 국어관련 단체 회원들뿐만 아니라 외교 통상부, 교육부 관계자도 참석해서 의견을 발표했고 많은 방청객들도 말하고 싶어했으나 시간이 모자라 말 할 기회를 주지 못해 아쉬웠다. 그날 공청회에 나온 토론자들뿐만 아니라 방청객들도 대부 분 혼란스런 말글살이를 바로잡고 영어 침투로부터 우리 국어를 보존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국어기본법을 만들기로 한 취지와 목적은 공감하고 있으나 몇가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 었다.
첫째, 우리말과 글에 대한 명확한 이름과 규정이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말은 한국말이고 우리글자는 한글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그 우리 말글을 지키고 바르게 쓰기 위한 법이라 는 것을 분명히 하고 `국어 기본법'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한국어 기본법'이라고 해야 한 다는 의견이 많았다.
둘째, 지난 50년 간 우리 말글에 관한 법 가운데 가장 중요한 법은 “대한민국의 공용문 서는 한글로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한글전용법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그 법을 폐기 하고 한자와 외국어(영어, 일어, 중국어까지)를 가로 안에 쓸 수 있다고 함으로서 한글 전용 을 포기했다. 또 15조 3항에선 외국인에게는 외국어로만 된 문서를 낼 수 있게 함으로써 외 국어 공용어 시발점이 되게 했다. 이는 국어를 보전하고 발전하기 위해 새 법을 만든다는 취지와 목적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셋째, 국어 사용 능력향상과 발전을 위해 국어 능력 검정시험을 보게 하고 그 측정 결과 를 공무원이나 회사원을 뽑을 때 적용시킨다는 조항은 그 시험을 시행하는 특정 단체에 특 혜를 줄 수 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고, 그렇지 않아도 시험 지옥인 현실 문제를 더 키우 는 꼴이라는 의견이었다. 실효성과 순수성이 의심스럽고 부작용이 걱정이란 것이다.
넷째, 법안을 잘 지키게 하기 위한 규제나 처벌조항이 없고 권장과 선언에 그치고 양심에 맡기는 것이어서 그 실효성이 의심이라는 것이다. 한글전용법을 만들고 시행한지 50년이 지 났으나 그 법을 일부러 어기고 무시하는 경향이 많았는데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지키지 않는 이에 대한 처벌이나 규제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다섯째, 국어기본법 초안을 보면 일제 용어와 말투를 그대로 쓰고 있고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있는 법률 문장이 일본 제국시대 법률 문장을 토씨까지 똑 같이 베낀 것이라는 지적이 있고, 국회와 법제처에서 새로 법을 만들 때는 쉬운 우리말로 쓰겠다고 선 언하는 판에 국어기본법 문장이 가장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오랫동안 우리 말글 독립과 발전을 위해 힘써온 사람으로서 국어 기본법 제정은 찬성한 다. 그런데 기존 법보다 더 좋은 법, 1000년 뒤에 봐도 잘 만들었다는 법을 만들어야지 더 후퇴한 법을 만들어선 안된다. 우리말을 우리 글자인 한글로만 적는 말글살이는 우리 겨레 의 꿈이고 못 이룰 꿈이 아니다. 그런데 이 법은 그 꿈을 포기하고 있어 실망스럽다. 법을 만드는 것도 좋으나 잘 지켜야 하고 지키게 해야 하는데 이 또한 미비하다. 국어 기본법은 겨레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한 일이니 정부와 일부 학자들에게만 맡기지 말고 언론과 국민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좋은 의견을 내놓고 좋은 법이 되게 도와야 한다고 본다.
입력시각 2003-04-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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