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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영길 공무원노조 위원장

"현재 민주노총에는 민주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 절차적인 문제에서부터 민주가 지켜져야 한다. 내용이 맞다 맞지 않다는 부분은 나중의 문제다."

김영길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17일 파국을 맞고 있는 민주노총 사태에 대해 "기본적인 토론의 절차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프로메테우스>와의 인터뷰에서 "위원장을 견제할 수는 있어도 존재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며 "현재 민주노총의 모습은 위원장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또 "총연맹이 이 사태를 잘못 해결한다면, 앞으로 집행부는 어떤 일도 하지 못한다"며 "집행부 안에 동의하지 않는 몇몇 소수들이 항상 이런 식으로 해 버리면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했다.

이와 함께 그는 "현재 노동계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일들은 운동이 아니라고 본다"면서 "주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권력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또 과거의 경력과 정파를 이유로 서로를 배척해서도 안 된다는 입장과 함께 노동운동이 단결의 길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민주노총 가입원칙 변함없다"

하지만 그는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큰 틀에서 노동조합이 뭉쳐야 한다"며 "노동자 계급의 통큰 단결이라는 큰 원칙을 가지고, 총론적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가 바로 공무원노조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비정규대책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통해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공무원노조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최소 1만 명의 민주노동당 가입이 필요하다"며 "어느 시점이 될지 모르지만, 이를 목표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총파업으로 수배자가 된 김 위원장은 요즘 '유랑자' 신분이다. 일정한 거처 없이 '동가식서가숙'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김영길 위원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프로메테우스 : 최근 근황은?

김영길 : 총파업 이후 조직을 추스리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 쪽에서는 꼭 정리하고 간다는 입장이어서 약간 긴장하고 있다. 어제 아침에 사무총장이 연행됐다. 둘이서 축이 돼, 조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약간 안타까운 부분도 있다. 나 또한 수배중이라고는 하지만, 현장을 추스르고 있다.

프로메테우스 : 지난 해 총파업 이후 3개월이 지났다. 평가를 한다면?

김영길 : 여러 각도에서 봐야할 부분이다. 아마도 싸움의 총책임자로서 엄정한 자기비판이 있어야 한다. 결과적으로는 많은 부분에서 한계를 느꼈다. 그러나 당시에는 총파업이라는 카드를 쓰지 않을 수 없었다고 본다. 또 신생노조로서의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노조의 막내로서 앞서 투쟁해온 선배노조에게 오점은 남기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프로메테우스 : 400여 명의 해고자가 발생했다.

김영길 : 이들에 대한 처리가 앞으로 노조활동의 기본이 될 것이다. 완벽한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웬만한 시스템까지는 갖췄다. 앞으로도 재정적인 부분은 점점 안정될 것이다.

프로메테우스 : 복직문제는?

김영길 : 공무원노조에서 대통령을 배출하든지 민주노동당에서 대통령이 나오지 않는 한 힘든 부분이다. 이 부분만큼은 위원장이 해 줄 수 없는 부분이다. 최종적으로는 정치적으로 타협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조직을 강화하면서 투쟁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

프로메테우스 : 투쟁이 총파업을 의미하나?

김영길 : 솔직히 대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올해 안에는 (총파업이) 어렵다. 조직을 다시 구축해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희생자 해고자원상복직투쟁위원회가 실직적인 주도부대로서 활동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조직을 강고히 하는 측면에서 이분들은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프로메테우스 : 결국 공무원노조특별법은 통과됐다. 어떻게 받아들이나?

김영길 : 우리는 이 법 자체를 거부했기에 투쟁의 결과물이라고 보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정부 시나리오대로 통과됐기 때문이다. 통과될 당시에는 그 같은 법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이 많았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았을 때, 법 제정을 막아내기보다 법을 폐기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 또 우리 조직의 힘이 법을 폐기시킬 만큼 동력이 되느냐도 문제다.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또 법외노조로 남았을 때, 향후 공무원들을 대표하는 노조로서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그 다음은 어떻게 들어가야 하느냐의 부분인데, 법 시행 이전에 시행령과 조례 등이 만들어질 것이다. 제정단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방침이다. 아울러 이 법이 왜 엉터리인가를 조합원 개개인과 사회연대단체에게도 알려나가야 한다.

프로메테우스 : 그렇다면 싫든 좋든 다음해 1월부터는 합법적 노조로 갈 수밖에 없다는 말인가?

김영길 : 거부감을 갖는 기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분위기다. 2005년 사업계획을 승인 받는 과정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이미 작용했다.

프로메테우스 : 공무원노조는 현재로만 14만 명이 가입한 거대 조직이다. 합법적인 공무원노조의 출범이 노동운동과 진보운동에서 갖는 의미는 어디에 있나?

김영길 : 어떤 영향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노동계와 시민단체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것이 항상 부담감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거대 집단이 약간의 방향을 잘못 잡았을 때, 또 다른 권력집단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부정부패와 공직사회 개혁에 헌신적으로 매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때는 집단 이기주의로 매도될 수밖에 없다. 지도부로서 항상 경계심을 갖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다.

현재 노조에는 입법과 행정 조직이 들어와 있고, 법원도 절반 이상은 들어올 생각을 가지고 있다. 또 선관위도 들어왔다.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권력의 절반을 공무원노조가 쥐고 있는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다. 과거 민중의 아픔이 권력자들이 권력을 잘못 휘둘렀기 때문이었다. 이 부분에서 공무원노조가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노조 탄생의 근본 이유라고 본다.

반면에 공무원이라는 이유 때문에 정당한 이익을 침해받은 부분이 많다. 이런 부분은 당연하게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부분만을 주장해서도 안 된다. 최소한 공무원노조에서는 월급 올려달라는 밥그릇 튼튼히 하는 일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프로메테우스 : 공무원노조는 제조에서 금융을 거쳐 공무원까지 노동운동이 확장됐음을 의미한다. 반면에 최근 대기업노조가 보여주는 이기주의 측면이 공무원노조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은데.

김영길 : 물론이다. 이런 측면에서 모든 조직에서 사람이 중요하다. 지도부는 끊임없이 노조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솔직히 임기는 내년 초에 종료된다. 사람을 남기는 일을 해야 한다. 정파나 내 패거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꾸준히 이끌어갈 일꾼들을 남기는 일을 하고 싶다.

87년 이후 대표적인 투쟁노조인 현대중공업 등을 보면, 이제는 그 안에는 '투쟁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면 그 사람은 미친 사람 취급당한다. 그래서 진보진영에서는 공무원노조를 기대 반 우려 반으로 바라보고 있다.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들을 남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물론 어느 조직이든 규약, 강령이 나쁜 조직은 없다고 본다. 그 강령대로, 규약대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

프로메테우스 : 민주노총 가입을 공언하고 올해를 교육ㆍ홍보 기간으로 설정했다. 그렇다면 위원장의 임기 내에 가입하지 못할 수도 있다.

김영길 : 최근 민주노총 사태로 인해 우려하는 간부들조차도 비관적 입장을 가진 것이 사실이다. 결국은 간단한 논리로 풀면 된다. 현재의 문제를 현 시점의 구성인자들의 문제로 보면 되는 것이고, 큰 틀에서 노동조합이 뭉쳐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 계급의 통 큰 단결이라는 큰 원칙을 가지고, 총론적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프로메테우스 : 위원장은 최근 노동운동 상황에 대해 "민주집중은 없고, 집중만 남았다"고 말했는데?

김영길 : 사실 이런 용어자체를 알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는다. 정말 토론할 때는 치열하게 하고, 결정되면 설령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 하더라도 집행하는 것이 민주집중제라고 들었다.

나 자신은 지역에서 대의원대회 등을 하면 모든 이의 의견을 듣는다. 사업계획을 마련하는 것은 계획만 세우는 것이 아니라, 집행도 생각해야 한다. 확실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다 들어야 한다. 표결까지 간다고 하더라도 의견은 들어줘야 한다.

그런데 최근 민주노총의 사태는 그렇지 않다. 집중자체도 없고, 민주도 보장되지 않고 있다. 민주집중이라고 외치면서 민주도 보장되지 않고 있다. 절차적인 문제에서부터 민주가 지켜져야 한다. 내용이 맞다 맞지 않다는 부분의 문제다.

가령 10명중 1명이 끊임없이 반대하면서 물리력으로 막는다면, 노조니까 이를 안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아무 것도 이뤄지지 않는다. 총연맹이 이 사태를 잘못 해결한다면, 앞으로 집행부는 어떤 일도 하지 못한다. 동의하지 않는 몇몇 소수들이 항상 이런 식으로 해 버리면 끝난다.

그래서 최종 결정방식으로 투표가 있다. 물론 우매한 다수가 집행부 안을 손들어 줄 수도 있다. 그러면 그 집행과정에서 잘못을 지적하면 된다. 무작정 반대하고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자세는 안 된다. 위원장을 견제할 수는 있어도 존재자체를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은 안 된다. 현재 민주노총의 모습은 위원장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프로메테우스 : 결국 이 사태의 원인은 비정규직이다. 공무원노조 차원의 고민은 없나?

김영길 : 공공부문에도 비정규직이 많다. 관공서에도 98년 IMF 이후 각종 일용직의 이름으로 비정규직이 많이 들어왔다. 그리고 지금 현재도 학교 영양사, 조리사 등 많이 남아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남의 문제가 아니다. 또 공공부문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차원에서 바로 공무원 노조의 문제다.

제주시청 같은 경우 제주본부에서 이들을 도와 일용직지회를 만들었다. 지금의 소속은 민주노총 일반지회에 가입하고 있다. 또 지난해 노조는 특별결의를 통해서 비정규직도 같이 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올해는 비정규대책위원회 만드는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프로메테우스 : 공무원노조는 정치세력화에 대한 많은 노력을 해왔다는데?

김영길 : 공무원은 과거 노동운동도 금지를 받았고, 지금은 풀어냈다. 그렇지만 법상에서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금하고 있다. 정치활동금지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그리고 정치활동금지는 너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또 지금까지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권력지향적이라는 것이 농후하다. 지도부가 이렇게 집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정치활동금지를 풀어 정신적 자유까지 되찾자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정당 중에서 노동자 민중을 위한 정당은 민주노동당 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의 힘을 보태자는 것이다. 정치세력화라는 것을 두고 조합원 일부는 공무원노조 출신이 정치로 진출하는 것을 생각하기도 한다. 이것은 큰 흐름에서 잘못 생각하는 부분이다. 우리가 아니라, 우리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을 진출시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통해서 우리의 입장을 표출시킬 수 있으면 된다.

각 지역별로 공무원노조가 조직 면에서 월등한 곳이 있다. 이런 곳에서는 기존 정당을 통한 정치권 진출의 유혹이 많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공무원노조의 정치세력화는 아무 것도 안 된다. 오히려 민주노동당의 외형을 넓히는 것이 낫다.

프로메테우스 : 민주노동당과의 연대강화를 말했다.

김영길 : 그렇다. 지금은 꿈일지 모르나, 정치활동금지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 명 이상이 가입해야 한다. 그 힘을 바탕으로 잘못된 족쇄를 없앨 수 있는 투쟁을 할 수 있다. 어느 시점이 될지는 모르나 계속 노력해 나가야 한다.

프로메테우스 : 개인적으로 노동운동에 대한 느낌은?

나는 스스로 운동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솔직히 뭐가 뭔지 모르면서 이까지 왔고, 맡은 일에는 최선을 다한다는 자세로 살아왔다. 밀린 건지 뛰어든 건지 모르면서 일해 왔다. 또 운동의 선배들한테 비하면 운동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경력도 아니다. 하다 보니 이렇게까지 와 있고,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적은 자본과 권력'이라는 점을 배웠다. 그런데 생각의 차이가 난다고 해서 배척하는 것이 무슨 운동인가라는 아쉬움이 최근에 든다. 이런 배척하는 분위기들은 실제로 일어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과거 경력을 이유로, 또는 기본적으로 정파가 다르다는 이유들이다.

결국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것은 운동이 아니라고 본다. 주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권력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싸움의 대상이 누구인지를 봐야 한다.

프로메테우스 : 다음 선거에 대한 생각을 미리 밝힌다면?

김영길 : 알 수 없다. 지금 (감옥)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평가받고 그 시점에서 조합원들의 요구에 따르겠다. 위원장에 나설 때도 조합원들의 의견을 존중했다. 그리고 위원장이 끝나면 지부라도 맡아서 노조의 일을 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어떤 일을 하게 되더라도 노동운동의 장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프로메테우스 2005년 3월 17일 15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