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국어 급합니다. 현금이나 상품권 등 원하시는 방법으로 사례하겠습니다."

서울대학교 여름 계절학기 수강 과목이 금품과 함께 공공연하게 거래되고 있다 .

수강신청 기간이었던 지난 9~13일, 서울대 정보포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sn ulife.com)에는 원하는 계절학기 과목을 돈을 주고 사거나 다른 과목과 교환하 길 원한다는 내용의 글이 40여 건 올라왔다.

'주 거래 종목'은 '대학국어'와 '대학영어' 같은 교양필수 과목. 이 밖에 학생 들에게 인기있는 일부 핵심 교양강좌와 기초강좌도 매매되고 있었다.

수강신청은 컴퓨터로 할 수 있는데 기존 수강신청자가 수강신청 사이트에서 자 신이 신청해 놓은 과목을 포기하면 수강희망자들이 인원이 빈 만큼 즉시 그 과 목을 수강신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과목을 매매하는 학생들은 게시판에 게재해 놓은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서로 ' 사인'을 맞춘 뒤 일을 '성사'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사례금 명목으로 현금과 상품권 등이 오간다는 것.

서울대 대학신문에 따르면 사례금은 대개 1만~2만원 정도로 그리 큰 액수는 아 니었지만 3만~5만원, 10만원을 제시한 예도 적지 않았다. 특히 "수강비(3학점 과목 기준 12만6000원)만큼의 사례금을 지급하겠다" "상황이 급하니 사례는 얼마든지 하겠다"는 글도 있었다.

실제 5만원의 사례금을 제시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한 이 학교 4학년 K씨는 "그 냥 사례를 하겠다고 하면 전화가 잘 안 온다"며 "아예 (돈이) 좀 되는 액수를 제시하는 게 훨씬 빠르다"고 말했다.

수강신청 과목이 매매되는 가장 큰 원인은 개설된 강좌 수에 비해 계절학기를 들으려는 학생들이 훨씬 많기 때문. 특히 8월 여름학기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대학국어와 대학영어 같은 필수과목들을 이수해야만 졸업할 수 있기 때문에 상 황은 훨씬 절박하다.

경영학과 4학년 J씨는 "교양필수 과목들은 신청 시작 3분 만에 인원이 다 찼다 "며 "과목 하나 때문에 졸업을 못할 수도 없고 돈으로라도 수강할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대 여름 계절학기에 개설된 강좌는 대학국어 12개(정원 30명), 대학 영어 8개(정원 24명)로 수강 희망학생에 비해 강좌 수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

학생들이 정규학기보다 계절학기 수강을 선호하는 것도 과목 매매가 성행하게 된 또다른 요인이다.

수학교육과 3학년 P씨는 "대학국어와 대학영어처럼 학점받기 어려운 필수과목 들은 방학 때 여유롭게 수업듣고 공부하는 게 학점 관리에 유리하다"고 설명했 다.

계절학기 수업은 8주 코스로 한두 과목만 공부하면 되기 때문에 시간적 부담도 적고 졸업예정자를 위한 교수들의 배려(?)로 비교적 학점도 잘 나온다는 입소 문이 학생들의 '계절학기 러시'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 학사과 측은 "강좌를 사고팔다니 있을 수 없는 일" 이라는 반응이다.

정병술 학사과장은 "계절학기 강좌 수를 늘려달라는 학생들이 많아 올해 대폭 증설했는 데도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그러나 현재로서는 매매 행위에 대한 제재나 처벌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계절학기 강좌 증설로 정규학기 강좌가 폐강되는 사례도 많아 함부 로 늘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1학년 때 듣도록 돼 있는 기초 교양필수 과목들을 왜 졸업을 코앞에 두고 이제야 급하다고 하는지 학생들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