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은 25일 열린우리당 진상조 사단과의 국제전화에서 이라크 테러단체에 의해 살해된 김선일씨의 피랍 사실을 인 지한 이후 무장단체와 이뤄진 협상과정 등을 소개했다.
김 사장은 그간 바그다드 현지에 파견된 언론사 특파원들과 인터뷰 등에서 피랍 인지 시점 등에 대해 엇갈린 증언을 해왔으나, 이번에는 여당 진상조사단의 조사에 응했다는 점에서 신뢰수준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사장이 진상조사단의 유선호 단장 등과 가진 전화통화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 한 피랍인지 및 협상 경위는 대체로 이렇다.
김 사장이 김선일씨의 실종 사실을 알게된 시점은 피랍 사흘 후인 지난 6월3일 이었다.
이후 김 사장은 6월10일까지는 실종이나 교통사고 등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 고 경찰과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모두 허사였다. 오히려 경찰로부터 무장세력과 접촉 해 보는 게 좋을 것이라는 `조언'을 받았다.
결국 김 사장은 지난 6월14일부터 16일 사이에 팔루자 최대 무장단체로부터 김 씨가 그 지역의 다른 조직에 억류돼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김 사장은 이런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은 채 본인과 현지 변호사, 현지 직원 등으로 협상팀을 꾸렸다. 협상은 김씨를 납치한 단체가 아닌 팔루자 최대 무장단체 를 통한 우회적인 방법을 택했다.
김 사장은 무장단체 고위 관계자와 2~3차례 만나면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협상 과정에서 요구조건은 전혀 없었고 돈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무장단체는 김 사장에게 `한국인에게는 아무런 원한이 없으니 걱정말라. (김선 일씨를) 곧 풀어줄테니 가서 기다리라'고 안심시킨 뒤 `다른 사람에게는 알리지 말 라'고 요구했다.
김 사장은 김씨를 납치한 단체가 팔루자 최대 무장단체의 하위조직일 것으로 생 각하고 협상결과를 낙관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김 사장은 20일까지 바그다드 주재 한국대사관을 드나들면서 총영사, 영 사, 영사과 직원들과 만났으나, 피랍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사적 협상채널을 계속 유지했다. 협상이 어긋나면 협상을 중단하고 공관에 알릴 계획이었다.
21일 갑자기 알 자지라 방송을 통해 김씨의 테이프가 공개되자 당황한 김 사장 은 협상팀을 찾았지만 협상팀 소속 변호사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후 김 사장은 자신이 협상한 무장단체가 김씨를 납치한 무장단체와 수직관계 가 아니라 전혀 별개 단체라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모술과 팔루자의 사무실 활동을 중단하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김 사장은 조만 간 귀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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