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한 폭력조직 행동대장 결혼식장에 80여명의 경찰이 출동, 사복경비를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25일 오후 1시 수원시 A웨딩홀.

식장은 500여명의 하객들로 발디딜 틈 없이 꽉 들어찼다. 그러나 하객들은 왁자지껄 한 여느 결혼식장의 하객들과는 전혀 달랐다. 대부분 검정색 정장에 짧은 스포츠형 머리인데다 떡 벌어진 어깨는 틀림없는 조폭이었다.

간부급으로 보이는 인물이 들어설때마다 “편안하십니까, 형님!”을 외치며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하는 조폭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들어왔다. 살벌한 분위기는 한동안 계속됐다.

이날 결혼식의 주인공은 수원 최대 폭력조직 중 하나인 B파의 행동대장으로, 눈도장을 찍으려는 하부 조직원과 간부급 인물들이 대거 참석했다.초대받지 않은 불청객들도 많았다. 사복 차림을 한 경찰 80여명은 식장 안팎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 경비를 섰다.

지난 12일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한 PC방에서 세력다툼을 벌이던 B파 조직원 4명이 N파의 행동대장을 칼로 찌른 사건과 관련 경찰이 'N파의 조직원들이 B파 행동대장 결혼식장에 난입, 보복 폭력을 자행 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 불상사를 막기 위해 출동한 것이다.

경찰관계자는 “지난 1월 부산의 모 장례식장에서 폭력배들이 흉기를 들고 난입, 집단 패싸움을 벌인 사건이 발생해 사회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면서 “며칠전 112상황실에 N파의 보복이 있을 것이라는 신고가 접수돼 경비를 서게 됐다”고 말했다.

조직원으로 보이는 한 안내인은 “남의 결혼식장에 경찰들이 사복 차림으로 식장 여기저기를 기웃거려 솔직히 편치 않다”며 불평했다.

한편 이날 식장안에서 경찰이 청소년 성폭행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B파 조직원 윤모(24)씨를 검거, 한때 식장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다.

경인일보 조영상·이주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