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당선자의 공약사항인 경찰의 수사권독립을 놓고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논의가 난무하고 있다. 경찰수사권 독립의 핵심은 경찰인지 사건이나 고소고발 사건의 경우 경찰이 독립된 수사기관으로 검찰의 수사지휘나 불필요한 간섭없이 독자적으로 수사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기 전의 경찰수사의 독자성 주장인데 물론 그것으로 사건이 종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형사소송법 체계상 경찰에서 조사된 수사서류는 검찰에 반드시 송부되어 범죄의 혐의여부에 대해 법적 검토를 거쳐 검찰이 최종적으로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가혹수사 등 인권침해나 편파수사의 문제가 있다면 관계당사자가 이의제기하고 검찰에 의해 얼마든지 검토될 수 있다. 따라서 검찰의 경찰에 대한 인권보호 감독차원에서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 불가하다는 논리는 성립될 수 없고 경찰이 사건종결권을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볼 때 오히려 검찰이나 수사경찰의 약 3분의 1에 해당되는 5000명 정도의 검찰 조사요원의 인권침해나 편파수사는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가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는 지난번 검찰에서 살인 피의자 사망사건의 경우는 예외적인 경우로 검찰 스스로 처리했지만, 결국은 독립된 수사기관인 경찰에 고소고발되어 경찰이 수사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일본식으로 현행 형소법 제195조 검사의 수사독점 규정에 사법경찰관을 추가하고 제196조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하여야 한다는 포괄적 지휘규정은 상호협력 관계로 개정하면서 필요한 경우 단서조항으로 수사의 준칙을 정하는 일반적 지휘 및 지시, 공소유지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수사보완 지시, 검찰 인지 사건에 대하여는 수사보조 지시 등을 검찰에 개별적으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결국 경찰수사권 독립의 논리는 검찰에 독점되어 있는 수사권을 검경간에 합리적으로 배분해 수사의 효율성을 기함은 물론 양자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상호 경쟁하고 견제와 균형을 이루자는 것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과 함께 민주화 요구는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대세이며 그 민주화의 핵심내용 중의 하나인 경찰수사권 독립이야말로 검찰 민주화의 필요조건이라 믿는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소위 ‘단순경미’ 사건에 한해 경찰에 독자적 수사권을 부여한다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데 그 기준도 애매할 뿐 아니라 현재에도 사실상 수사지휘가 되고 있지 않는 사건들이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 경찰수사권 독립의 본질은 검찰의 불필요한 지휘간섭을 배제하고 수사경찰이 검찰의 하부 예속기관에서 벗어나 대등하면서도 창의적이고 독립적인 민주경찰로서 거듭나기 위한 노력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도 검찰의 지휘로 인한 이중출석 등 불필요한 대기 등을 면할 수 있다.
또한 경찰의 자질부족 등의 이유로 시기상조론이 있으나 그것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구실에 불과하다. 1948년 조악한 일제경찰의 수준을 가지고도 맥아더에 의해 수사권 독립을 이룬 후 세계적인 민주경찰로 성장한 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민주주의 제도의 문제이지 자질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경찰수사권 독립을 제도화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 선진국의 경찰이라고 완벽하고 인권침해 편파수사 등의 시비가 없는가. 중요한 것은 우리 경찰도 50여년의 민주경찰의 경험이 축적되어 있고 경찰수사권 독립이 제도화되면 우수한 인재가 몰려와 경찰의 수준은 보다 향상되고 그로써 우리의 법치주의는 한 차원 높게 발전될 수 있다는 점이다
<조선일보에 게재되었던 李寬熙 경찰대 교수의 칼럼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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