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천안함 침몰 증거 더 찾고 복합적 처방전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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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5.07 23:02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사 중인 민·군합동조사단은 인양된 함체 등에서 어뢰 화약흔(火藥痕)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들은 "함체와 침몰 해저에서 'RDX'화약 성분을 확인했다"며 "백색 결정 모양의 RDX는 기뢰(機雷)가 아닌 어뢰에 사용되는 것으로 TNT보다 50% 이상 강력한 화약"이라고 했다.
천안함 침몰이 기뢰와 우연히 접촉해 폭발한 '사고'가 아니라 '누군가'가 천안함을 향해 어뢰 공격을 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그 '누구'를 밝히는 것이다. 화약 성분 분석으로 제조국을 추적할 수도 있지만, 발견된 양(量)이 100억분의 1g 정도에 불과해 성공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여기까지만 와도 대한민국 국민은 물론이고 김정일 국가의 과거 발자취를 아는 나라들은 범인을 확실하게 짚을 수 있다. 그러나 천안함 조사 결과를 국제 사회가 두말없이 받아들이고 그 결과에 따른 책임 추궁에 동참시키려면 순도(純度) 높은 물증(物證)이 필요하다. 1987년 KAL기 폭파테러 때는 체포된 범인이 범죄의 전 과정을 활동사진 돌리듯 털어놓았는데도 유엔 안보리에서 소련과 중국과 그리고 두 나라를 추종하는 일부 이사국들은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앞으로 함체와 해저에서 수집한 알루미늄 합금과 플라스틱 파편을 정밀 분석해 증거를 더 명확히 해야 한다. 주요 무기 제조국은 군사용 합금 기술을 각자 개발했기 때문에 X선이나 중성자 회절 분석을 통하면 제조 국가를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정부가 이제부터 준비할 일은 더 세밀하게 증거를 보강해 범인 국가와 그 후견국(後見國)이 빠져나갈 수 없을 정도로 국제 협조의 그물망을 촘촘히 짜는 것이다. 북한은 중국·러시아·이란산(産) 어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국이 밝혀지더라도 이런 국가들의 협조가 없으면 범인은 그 틈새를 이용하려 할 것이다. 정부는 범인을 옭아매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한다. 영국도 1946년 코르푸 해협 사건 당시 3년간의 조사로 '독일제 기뢰'를 밝히고 1991년에야 알바니아로부터 배상금을 받아냈다.
정부는 1차적으로는 무기제조국의 협조를 끌어내야 한다. 그 바탕 위에서 우리가 장·단기적으로 쓸 수 있는 군사적·정치적·경제적 수단을 어떻게 조합(組合)해 가장 효율적 제재 수단을 확보하고, 동맹국과 주변국 그리고 유엔과 국제기구의 협력을 얻는 데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하는 복합 처방전을 준비해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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