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전시작전통제권 (전작권)의 이양시기를 2012년 4월에서 2015년 12월로 3년 7개월 연기키로 한 것은 한반도 정세와 우리의 전작권 준비 등을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시기적절하다는 평가를 들을 만하다. 전작권은 전쟁 발생 시 군사작전을 총괄 지휘·통제하는 권한으로 현재는 한미연합사에서 가지고 있다. 한미 양국은 지난 2007년 2월 오는 2012년 4월에 전작권을 이양하기로 하고 한국군의 전력증강과 미군의 평택이전 등을 추진해 왔다. 당분간은 한미연합사가 전작권을 그대로 행사하게 됐다.
양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캐나다 토론토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전작권 이양시기를 연기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전작권 이양시기 연장을 수락해준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여러 가지 상황에 있어서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작권 연기는 정치권에서 뜨거운 공방으로 번졌다. 한나라당은 “전작권 이양에는 보다 충실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으나 민주당은 “사실상 국방주권 포기 상태를 연장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작권이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라는 점을 잊고 있는 것이다.
전작권 이양시기에 대해서는 그동안 말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노무현 정권에서 ‘국방주권’을 내세우며 전작권 논의를 시작했지만 시기상조론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우리 군이 전작권을 단독 행사하기 위해서는 북한 전역을 독자적으로 정밀 감시하는 능력과 북한의 공격을 격퇴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져야 하는데 아직 이르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부는 전작권 이양시기를 연기한 이유로 한국군의 정보획득과 전술지휘통신체계, 자체 정밀타격 능력 확보, 지상작전사령부 창설과 용산기지 평택 이전 작업 등이 2015년이 돼야 끝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에 있는 내용은 전작권 이양의 핵심인데 이들 사업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작권을 넘겨받는 것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천안함 사태에서 보듯 북한의 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한미 양국이 전작권 이양시기를 넉넉하게 잡은 것은 한반도의 어려운 정치·군사적 상황을 잘 읽을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방주권은 말로 되는 게 아니다. 독자적인 군사작전을 펼쳐 승리할 수 있는 첨단 무기와 장비, 전술능력이 갖춰질 때만 가능한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전작권 논쟁이 아니라 전작권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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