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북한에서 1986년 조선인민군에 입대했다. 평양시에서 10년 동안 군복무하고, 정치장교 양성기관인 김일성정치군사대학을 졸업하여 정치지도원(대위)가 되었다. 총 16년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때는 2002년 4월이었는데. 그로부터 불과 6개월 만에 교화소로 끌려가게 되고 말았다.
군대에 있던 16년 동안은 나의 가정조차 돌보지 못하고, 오로지 총대만 잡고 김일성 김정일 만세를 부르며 충성했다. 하지만 제대 후에는 그런 것을 인정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당장 가족들부터 먹여 살리는 일이 막막했다.
결국 제대한 날로부터 보름도 채 못 되어 장사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4톤 분량의 파동(破銅, 구리), 전깃줄, 기계부속품 등을 중국으로 내다파는 일(도매)이었다. 하지만 오랜 군생활로 사회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단 한 번에 보안원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남한에서는 ‘고물장사’에 어떤 법적 제제가 있는지 잘 모르지만, 북한에서는 파동을 팔다가 걸리면 일반경제범이라고 하지만 정치범으로 몰아붙일 정도로 가혹하게 취급한다. 당국에서는 중국으로 내다판 파동들이 남조선으로 넘겨져 총과 폭탄이 되여 결국 우리의 머리 우에 떨어진다고 선전한다. 보안원에게 잡혀 처음 보내진 곳은 량강도 김정숙군 보안서(경찰서)였다.
량강도 김정숙군 구류장
김정숙군 보안서 내 구류장은 하사관들이 관리했고, 보안원(장교)들은 감방을 철저히 지키고 수감자들에게 비인간적 학대를 하도록 하사관들을 교육하고 감독했다.
구류장에서 6개월 동안 조사받는 동안 정상적인 밥을 먹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계호원(간수)들이 식당에서 남긴 찌꺼기를 먹으라고 주는데 항의도 못한다. 자기들이 먹다 남은 음식을 큰 통에 부어넣고, 멀건 국이나 물에 섞어서 죄수들한테 한 그릇씩 퍼주는데 그릇을 받아보면 이것저것 다 섞여 있다.
아무리 조사 받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구류장에 있을 때까지는 공민권이 박탈되지 않는 상태인데도, 먹는 것도 그렇지만 조사할 때 잠도 재우지 않는다. 조사관이 의도하는 대로 대답해서 문건이 완료되면, “야! 이거 재워라!” 하는데, 조금이라도 자신을 속인다고 생각하면 재우지 않는다.
솔직히 토설하지 않으면 양 손을 등 뒤로 모으고 무릎 꿇고 앉은 채 24시간을 눈 뜨고 있어야 한다. 졸다가 넘어지면 계호원이 불러서 손을 창살 밖으로 내밀게 한 뒤, 감방 열쇠뭉치나 권총소재대로 손등을 내려친다.
조사관은 “순순히 자백하라”고 최대한의 고통을 주는 것이 일이다. 너무 고통스러워 “다 자백하겠다.”고 해서 새벽 3~4시쯤 잠깐 눈 붙일 수 있었지만, 아침에 다시 그들이 원하는 대로 진술하지 않았다고 다시 매 맞고, 잠도 못 자는 생활이 이어졌다.
북한에서는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고문이 수도 없이 벌어지지만, 사람들은 그것이 고문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고문’이라는 단어도 없고, 사회주의에서는 고문이라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고문은 미국이나 남한 자본주의 사회에나 있는 일로 생각하고 그것을 “고문한다”고 한다.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은 고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때리는 것이나 재우지 않는 것도 분명히 고문이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두들겨 맞았다는 것을 고문이 아닌 응당한 벌로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고문’이라는 말이 있으면 아마 당하는 사람들도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구류장 안에서는 대소변도 마음대로 볼 수 없다. 소변을 보고 싶으면 손을 들어, “선생님, 15번 소변 볼 수 있습니까?” 하고 허락을 구해야 한다. 소변보는 것도 계호원의 기분에 달려 있다.
그가 된다고 하면 볼 수 있는 것이고 안 된다고 하면 못 보는 것이다. 소변 볼 때도 소리를 내면 맞는다. 무릎을 꿇어 변기 바닥에 최대한 가까이 몸을 대고 소리가 안 나게 봐야 한다.
구류장으로 끌려간 사람들 대부분이 그런 생활을 오래 견디지 못한다. 빨리 다른 곳으로 이감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기 때문에. 실제로 저지르지 않은 범죄도 자신이 한 것처럼 거짓으로 자백하기도 한다.
나처럼 대량의 파동을 중국으로 팔아넘긴 경우에는 보통 무기징역이나 총살에 처해지는데... 나는 중간에서 손을 쓸 수 있는 아는 사람들이 있어서 6년형만 받았다.
[다음에 계속...]
탈북자 박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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