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사람의 꽃다운 젊은 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유야 어떠하든 안타까운 일이다. 삼가 고인의 명목을 빈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자살 율이 최고라고 하든가. 아무리 일등, 최고를 좋아하는 국민이기로 서니 그것까지 최고를 누릴 필요는 없는 것을… 그러나 어이하리 통계가 그렇게 말하고 있으니 수긍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대통령을 지낸 인사도 낭떠러지에서 몸을 날리는 판이니 일반 국민이야 일러무삼 하리오가 아닐까. 그런데, 그런데 말이지,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지. 아무리 유행을 좋아하고, 남 따라 하기 즐기는 국민이라, 우리 옛 말에도 남이 장에 가면 똥장군을 지고서도 쫓아간다는 말 까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따라 할 것이 따로 있지, 자신의 생명을 버리는 자살까지 따라 할 것은 없지 않은가. 아무리 자살자의 절박한 사정을 제 3자가 다 알 수는 없다고는 하지만 TV방송국의 잘나가는 스포츠 아나운서 직이니 생활고는 아닐 테고, 사랑의 시름이 생명을 버릴 만큼 견딜 수 없었을까.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본인들의 사랑의 시름 보다는 주위의 입들이 찧고 까불어서 자살을 촉진시킨 면이 없지 않다고들 하는데 이같이 쓸데 없는 입 놀림이 그 동안 몇 사람의 생명을 비명에 앗아갔는가. 그러고도 아직 그 버릇을 고치지 못했단 말인가. 사랑을 할 결단이 있었으면 그것을 지킬 용기는 없었던 것인가. 아무 관계도 없는 제3자들의 입방아에 그렇게 쉽게 무너져 내린단 말인가. 핵가족 시대에 과보호로 자란 세대가 진짜로 용기가 필요한 시점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너무 쉽게 생을 포기하는 것은 아닌지. 죽을 용기는 있어도 살아갈 용기는 없는 것인가. 인구 조절 문제가 대두되어,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에서 시작한 산아제한 캠페인이, 아들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서…로 발전 하더니, 급기야는 한 집 건너 한 사람만으로 까지 번져 나가지 않았는가. 그렇게 얻은 귀한 자식이니 과보호로 기를 수 밖에는 도리가 없었으리라. 그러나 과보호란 기는 세워줄 수는 있어도 진정한 결단이 필요한 때에 용기를 내는 힘은 길러 줄 수가 없는 데에 약점이 있다. 그 약점들이 우리나라를 자살공화국으로 치닫게 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 사회의 자살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의지에만 맡겨둘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개인이 해결 할 수 없으면 국가가 나서서 해결의 길을 모색해야 하리라. 교육에서 생의 존귀함과 강한 의지를 길러 주고, 그래도 절체절명의 결단이 필요한 때에는 상담기관의 문을 두드릴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단번에 생을 포기하는 일만은 막아야 할 것이다. 동시에 심심해서, 놀이 삼아, 내 문제가 아니라고 해서 함부로 하고 버리는 입 놀림으로 인해서 자살에 이르게 하는 짓에 대하여는 엄중한 법의 채찍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