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 원 서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피고인 한 상구의 형 한 상명입니다. 동생이 지은 죄는 무지한 저로서는 판단할 길이 없습니다만, 용서받을 수만 있다면 제가 대신 처벌을 받고 싶은 심정입니다.
저의 부친 한 우근는 북파공작원으로서 1964년 6월 11일자로 전사하였다는 통보를 40여 년 만에 받았습니다. 그때 당시의 가족사항은 연로하신 조부모님과 어머님, 그리고 어린4남매를 두었으며 한 가정의 가장인 아버님은 독자로서 평범한 국민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은 한 가정의 가장과 목숨을 건 거래를 하였으며 국가에 목숨을 바쳤을 때는 저의 가족을 책임진다는 약속이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가족의 불행은 아버님이 전사한 이후부터 시작되었으며 국가의 공권력에 의한 연좌 죄와 관계기관의 감시 감독과 사생활 속에 친지들의 원망과 이웃들의 삐뚤어진 바라봄을 온 몸으로 받으며 살아야만 했습니다.
2000년까지 인간으로 살아갈 수 없는 고통과 철저하게 인권을 유린당했으며, 이것이 국가를 위하여 목숨을 희생하신 아버님에 대한 국가의 예우였습니다.
대한민국은 국가가 위난에 처했다고 목숨을 달라는 권리는 행사하였지만 저의 가족에게는 그에 따른 의무는 이행하지 않았으며 처참하게도 버림받는 삶을 살아가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삶 속에서 저의 동생의 인생도 순탄하게 살아오지 못했습니다.
평범한 국민으로 살아갈 수 없었던 원인은 제가 바라보았을 때 국가의 책임도 한 원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보훈처는 뒤늦게 국가유공자로 심의 의결하여 국가유공자로 결정하였으나 유감스럽게도 민간인 공작원을 군인신분으로 결정하여 국가배상의 길마저 제한하였으며 4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 국가유공자가 무슨 소용 있습니까
연로하신 어머님은 이 소식을 들으시고 몸져누워 계십니다. 평생을 아버님만 기다리시다가 잠 못 이룬 밤을 얼마나 지새우셨는지 제가 성인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 고통을 알 수 있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 동생이 지은 죄는 처벌을 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용서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넓으신 아량으로 선처를 바라옵니다.
2005. 5. 20
탄원인 한 상 명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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