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재개정 더 늦춰선 안 돼"
기독교 천주교 등 종교계가 위헌적 독소조항이 많다고 사립학교법을 다시 고칠 것을 요구하며 사실상 총궐기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는 20일 교회사상 처음으로 목사 전도사 장로 등 목회자 30여 명이 집단 삭발 후 금식기도에 들어갔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교단장협의회 한국가톨릭학교법인연합회 등 범기독교단체는 이미 사학법 불복종운동에 돌입했다. 학교 폐쇄와 순교를 불사할 정도로 강경하다. 그 동안 침묵하던 진보적 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마저 동참, 이제는 사회 갈등으로 번지는 국면이다.
지난 7월 발효된 개정 사학법의 위헌적 요소는 곳곳에서 묻어난다. 학교운영위원회 추천인사를 반드시 재단이사로 선임토록 한 이른바 개방형 이사제는 사유재산권 보호라는 헌법정신에 위배하는 것이다. 특히 건학이념과 무관한 전교조 성향 시민단체 인사가 학교 인사권과 경영권에 개입, 이른바 ‘전교조 사학’으로 변질될 우려가 없지 없다. 노조가 기업 경영권을 갖겠다는 억지 논리와 비슷하다. 그렇잖아도 전교조 소속 교사가 학생들 상대로 빨치산 체험교육을 시켜 논란을 빚은 판에 향후 학교 차원의 좌파 교육이 더 심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관선이사 자격요건 완화와 임기제한 폐지, 설립자 및 이사장 친인척의 교장 임명 금지 역시 사학의 국공립화 의도라 해도 무방하다.
열린우리당은 사학 운영의 투명성과 사학비리 척결을 내세우며 재개정을 반대하나 이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2000여 사학 가운데 30여 곳 비리를 핑계로 모든 사학을 비리집단으로 몰아서야 되겠는가. 사학비리는 당연히 엄단해야 하지만 사학법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교육부 및 감사원 감사, 형사 고발, 특별법 제정 등 다른 대안을 찾아야 옳다.
일선 교육청은 지금 재정보조금 지급을 미끼로 개방형 이사 선임을 압박하고 있다. 이 상태라면 내년도 학교운영 파행이 불가피하다. 위헌소송을 제기한 지 1년 넘도록 질질 끄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기다리기엔 시간이 너무 없다. 대통령이 ‘대승적 차원에서 여당이 양보해 달라’고 당부하고, 전 당의장마저 ‘사학법 등에 개혁입법 모자를 씌운 건 잘못됐다’고 인정한 마당에 여당이 그토록 사학법 재개정에 반대하는 건 공당의 도리가 아니다.
[해럴드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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