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일과협상도 개대중추방하면가능하다.
------------------------------------------------
그런데 나의 이 솔직한 고백이 호남인들에게 이율배반적으로 받아들여질 때 나는 매우 곤혹스럽다. 그들은 전라도를 좋아한다면 당연히 선생님을 좋아해야 마땅하며, 그래야 진짜 전라도를 좋아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듯 하다. 하긴 비호남인이 호남인의 정서를 어찌 속속들이 알 수 있으랴만은 그 어쩔 수 없는 간극에 언뜻 절망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사랑하는 친구와 지인들 중에는 호남인이 많다. 그런데 그들과 만나면 나는 결코 DJ와 관련된 얘기를 입밖에 꺼내지 않는다. 설령 그들이 먼저 꺼집어내더라도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이면서 무언의 동조를 할 뿐이다. 내가 만약 그들에게 DJ에 대한 나의 반감을 솔직하게 다 털어놓을 경우, 그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질 것이며 마치 자신들이 모욕을 당한 것처럼 불쾌하게 여길 것이다. 어쩌면 벌떡 일어나서 나가 버릴지도 모른다.
우리는 여기서 한가지 지혜를 배울 필요가 있다. 솔직한 건 좋지만 상황에 따라 그 솔직함을 감추어야 할 때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내가 DJ를 싫어하는 게 솔직한 감정이라고 해서 아무 때나, 아무에게나 그 사실을 꺼리낌없이 피력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금강산에 놀러 간 관광객이 북한 군인들 앞에서 “김정일은 악마다!” 하고 외치는 것은 솔직하긴 하지만 무모한 짓이다.
얼마 전, 박근혜가 김대중 컨벤션센타에서 행한 발언은 상황에 걸맞는 적절하고 지혜로운 발언이었다. 전라도는 경상도와 더불어 대한민국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미래를 내다보는 거시적 안목의 정치 지도자라면 전라도의 정신적 지주인 DJ를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나와 같은 논객은 얼마든지 DJ를 비난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 지도자가 그래서는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세간에 나돌고 있는 박근혜- 김대중 연대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혹자는 박근혜가 김대중에게 이용만 당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속 깊은 정치인이라면 이용을 당할 줄도 알아야 한다. 이용을 당하면서 그 배로 상대를 이용하는 게 고도의 정치 기술이다. 박근혜- 김대중 연대는 ‘영호남 화합’이라는 최고의 명분을 갖추면서, 동시에 당면한 대선판도에 심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97년 대선에서 이회창이 김종필에게 등을 돌리자, DJ는 재빨리 김종필과 손을 잡고 DJP 연합을 구축하였다. 김대중이 유신본당 김종필과 연합한다는 게 말이 되나? 그러나 김대중은 그렇게 했고, 결국 이겼다. 이긴 자가 강한 자인 것이다! 박근혜와 김대중의 연합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이기기 위하여 서로를 필요로 하는 듯 하다. 따라서 박근혜- 김대중 연합을 이념적인 잣대로 비난하는 것은 소아병적인 행태에 불과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매우 위험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박근혜- 김대중 연합이 대선에서 이기기 위한 연합이라고 볼 때, 도대체 누구를 이기기 위한 연합이냐는 거다. 박근혜와 김대중은 누구를 이기기 위하여 서로를 필요로 하는 걸까? 그 대상이 누굴까? 두 말할 것도 없이 이명박이다. 박근혜- 김대중 연합, 손학규- 범여권 연합, 이 모든 게 다 이명박을 겨냥한 군사동맹으로 보인다.
결국 2007년 대선판도는 이명박 對 여야를 망라한 총연합군의 구도로 짜여지고 있다. 나는 이전에 올린 글에서 박근혜와 손학규의 탈당을 적극 만류한 바 있다. 한나라당의 빅3가 개인적 야망을 버리고 정권교체라는 대의에 충성할 때 세 사람 모두 승리자요, 영웅이 될 거라고 권면했었다. 그러나 작금의 판도는 개인적인 야망이 대의를 집어삼킨 형국이다. 그 결과 박근혜- 김대중 연합, 손학규- 범여권 연합이라는 엉뚱한 결과물이 생성되었다.
나는 손학규가 범여권의 대선주자로 오픈 프라이머리에 참여한다면, 영락없이 제 2의 이인제가 될 거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렇다면 박근혜- 김대중 연합은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 호남인들은 박근혜가 DJ를 인정하고 추켜세운다고해서 화들짝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도 안다. 그게 DJP연합과 다를 바 없는 정치쑈라는 것을. 이명박과 박근혜가 3월말 후보 등록을 마치면, 그들은 어쨌든 경선을 거쳐 둘 중의 한사람이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되어야 한다.
이명박이 되든, 박근혜가 되든, 박근혜- 김대중 연합은 우파의 승리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도움이 되기는커녕 되려 거침돌로 작용할 것이다. 현 집권세력의 타킷은 오로지 이명박이다. 저들은 이명박이 결국 한나라당의 대선후보가 되리라는 걸 안다. 그래서 저들은 이명박과 범여권후보와의 최후의 결전을 위하여 박근혜와 손학규까지 동원하는 것이다. 결국 박근혜- 김대중 연합은 이명박을 무너뜨리기 위하여 그럴듯한 명분하에 급조된 교란책동일 뿐이다.
611918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