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사건, 폭력의 우연성 강조 ‘국회폭력사용법’ 알려준 꼴
PD수첩 사건, 법의 사회적 기능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자판기식 판결
나기환 정치부장 (2010.01.22 08:44:15)
국민들의 시선이 사법부로 쏠리고 있다. 중요한 사법부의 판결이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고, 정치권도 연일 사법부 개혁에 찬반 논쟁을 벌이고 있다.
뜨거운 논쟁은 강기갑 의원의 폭력사건 무죄판결과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무죄판결로 시작되었다.
1. 강기갑 의원 국회폭력 사건: 불법유턴을 정당화한 상황논리
차량도 인적도 드문 야심한 밤에 자동차가 불법유턴을 하여 도로에 있는 기물을 파손하였다. 그러나 사건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시야가 좁을 수밖에 없는 어두운 밤이란 상황과 도로에 점유한 기물이 불법이기 때문에 불법유턴한 운전자에게 죄가 없다고 돌려보낸다.
경찰이 정작 운전자의 불법행위를 상황논리에 의해 무시한 경우이다. 강기갑 의원의 국회폭력 사건에 대한 판결이 바로 이런 식이었다.
사건 판결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단독 이동연 판사의 무죄 판결 근거는 “본회의가 예정돼 있지 않은 시점에 질서유지권 발동한 것은 부적법”, “피해자들도 위협감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하는 이상 항의의 감정 표현에 불과”, “정당 대표와 사무총장은 업무 협의를 위해 항상 만나는 지위에 있으므로 정당한 행위 업무상 불필요한 신문을 읽고 있었으며 정당대표가 업무상 항의하러 왔음에도 응대하지 않은 것은 공무를 수행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라는 것이다.
강기갑 의원의 ‘행위’에 대한 불법성을 주장한 검찰에 대해 ‘동기’와 ‘상황’이 충분치 않음을 근거로 행위 자체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이었다.
그렇게 해서 국회의원의 폭력행위가 단순과실로 둔갑해버린 것이다. 동기와 상황의 자의적 유추로 판사는 행위의 본질적 측면인 폭력성을 고의적으로 무시해버린 것이다. 폭력의 개연성 대신 우연성을 강조함으로써 법원은 ‘국회폭력사용법’을 알려준 꼴이 돼버렸다.
강기갑 의원의 국회폭력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법의 목적이다. 법은 사회정의를 구현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폭력, 특히 입법기관에서의 국회의원의 폭력은 일반 길거리에서의 폭력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길거리에서는 본인의사를 표현하기 위한 절차가 없지만 국회에는 절차와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본인의 의사표현에 한계를 느꼈다고해서 폭력을 정당화할 수는 없는 것이다.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폭력은 본질적 사회정의에 해당한다. 사회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법이 사회정의의 본질을 무시하고 기계적인 법적용이나 상황을 무리하게 유추해서 내린 판결은 법의 목적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2. MBC PD수첩 광우병 보도 사건: 노란불 켜진 신호등에서 질주하는 자동차
사거리에서 노란불이 켜진 신호등은 차량의 멈춤을 알리는 주의신호이다. 그러나 노란불을 차량이 빨리 통과하라는 의미로 해석하면 과속을 하게 되고 사거리를 지나다 교통사고를 내는 경우가 발생한다.
PD수첩에 대한 법원의 무죄판결은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확대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사회적 측면에서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가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까지 보장되어야 하는 사회적 논란을 키우고 말았다.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는 노란불이 켜진 신호등과 비슷하다. 다시 말해 이러한 가치들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언론의 자유나 국민의 알권리가 오히려 사회의 악이 된다는 사실이다. 자동차와 보행자간 충돌과 혼란을 예방하는 신호등처럼 두 가치들도 사회 질서라는 틀 속에서 보장받는 것들이다.
신호등의 예처럼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는 노란불에서 과속질주를 해 사고를 낸 경우이다. 국가 전체적으로 그 효용성을 알 수 없는 알권리 충족으로 인해서 어마어마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만 했다.
법원이 간과한 부분이지만 알권리 충족이 시간을 다투는 가치였는가를 따져봐야 한다. MBC PD수첩이 말하는 국민의 알권리가 정부정책의 반대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면 광우병 보도는 촌각을 다투지 않았어도 되었다.
법원은 아레사 빈슨의 경우 나중에 사인이 다른 병으로 밝혀졌지만 방송 당시에는 사인이 명확하지 않았고, 광우병으로 의심할 만한 충분한 증언과 증거들이 있었기 때문에 PD수첩의 보도를 허위사실로 볼 수 없다고 하였다.
사인이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사인을 단정하고 방송했다는 것은 법원이 보도의 시간적 적절성을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언론의 자유가 시공간적으로 무조건 보장될 수는 없다. 특히 노란불이 켜진 신호등 앞에 서있는 언론의 자유가 그러하다. 언론의 자유는 타이밍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언론의 자유를 향유하기에 앞서 언론은 주변 사거리 상황을 세밀하게 살펴 사고를 방지해야 하는 의무도 있는 것이다.
결국 광우병 보도의 사회적 파장을 예견하지 않은 채 알권리와 언론의 자유만 앞세워 과속을 했던 MBC PD수첩은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에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유발시켰다. 우리 사회 전반을 살피지 않은 채 MBC의 과도한 보도경쟁이 사거리에서 대형 사고를 친 경우였다.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사건은 법의 사회적 기능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자판기식 판결이었다.
강기갑 의원 국회 폭력 사건과 MBC PD수첩의 무죄판결은 사회적으로 많은 과제를 남겼다.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가 사회와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 우리가 치러야할 피해가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이다.
다른 한편으로 사법부는 스스로 사법부의 독립을 말한다. 사법부의 독립은 사회로부터 유리되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법이 사회와 조화를 이루고 사회속의 사법부가 있을 때만이 진정한 의미의 사법부 독립이 유지될 수 있다.
사법부가 이젠 스스로 법정에 서서 자신을 돌아보고 뼈를 깎는 개혁을 해야 한다. 이것이 사법부 독립의 첫 단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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